일.

전혀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난 게으르다.

그 덕에 아주 궁핍한 생활까진 아니더라도 조금은 힘들게 살고 있다.

일이 들어왔다.
밑의 주인집의 의뢰로 유치원생인가 정도 하는 애들의 졸업사진을 찍어달라는 일이었다.

다행이었다. 보통 이런 사진은 컷당 15000원정도 받지만..
난 그렇게까진 못받더라도 10000원에서 8000원 정도는 받을줄 알았다.

요즘 너무 힘들게 살고 있어서 돈이 매말라 있던터에 정말 다행인 일이었다.

오늘 오후 수업은 굉장히 중요한 전공수업이 있었다.
실질적으로 내가 중심으로 전공하고 있는 그런 수업.

교수님께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리포트는 미리 해서 그 수업에 참석하는 사람에게 대신 제출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약속 시간은 2시였다. (적어도 내가 알기론)

시간이 되기전에 있는 돈을 탈탈 털어서 반사판도 어렵사리 하나 구입했다. 디퓨즈 판도 하나 필요해서 아크릴판 하나 큰걸 구입해서 그 위에 트레팔지를 곱게 입혔다. 별것 아닌 자작 디퓨져 이지만 제법 쓸만했다. 필름도 구입했다. 주위에 고마운 녀석에게 좋은 렌즈와 노출계도 빌렸다. 무척 고마운 놈이다.

정말 좋은 졸업사진을 찍어서 그 애들에게 주고 싶었다.

시간이 되어서 연락이 오지 않차, 직접 내려가서 물어봤더니 연기되었단다. 금요일 오후에 하면 되지 않겠냐고.

속으로 생각한다. 금요일 오후에도 전공 수업이 있다.
겉으로 내색은 안하지만 다시 고민하고 있다.

페이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난 일반적인 시세에 대해서 이야기 했고, 그 가격보다는 저렴한 8000원에서 10000원선으로 이야기를 했다.
컷당 가격이 아닌 일당으로 주겠다고 했다.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그렇게 할빠엔 그냥 아르바이트생을 쓰는게 좋다고, 안되면 다른 사람을 찾아 보겠다고, 일단 금요일 연락을 주겠노라고…

그래.. 좋다.

난 돈이 없으니까 컷당이든 일당이든 일단 돈이 들어 오는 일이니까…

확실히 내 주위에 있는 나를 아는 사람은 내가 게으르다는것을 잘 안다.
하지만 정말 이런경우에는 화가 난다.

‘일’ 이라는건 혹은 ‘일’이라는걸 하다보면 여러가지 일들이 있을 수 있다. 그야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 맘대로면 되면 얼마나 좋겠냐만, 그렇게 쉽게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하다보면 이득을 볼때도 있고, 그야 손해를 볼때도 있는것이다.

안다..

하지만. 오늘같이 날씨가 시리도록 좋은날, 이토록 기분이 나쁜것은 어쩌란 말인가.

아직, 어른이지 못한것이라고…. 그런거라고 책임회피를 하기엔 그렇다고 하더라도 너무 기분이 좋치 못하다.

비록 지금 수업은 끝났겠지만… 학교에 가서 리포트에 대한 프레젠테이션도 직접 하고 (비록 학생은 없이 교수와 1:1 이겠지만) 책이나 좀 읽고 돌아와야 겠다.

‘일’이라는걸 하다 보면 이런 ‘일’도 있는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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