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정도 나와 함께한 네이비 블루의 구질구질한 카메라 가방이 하나 있다. 그다지 멋있지도 않고, 후질그레하게 마치 싸구려 개나리 봇짐같은, 부들부들하고 튼튼한 그런 가방.
카메라를 들고나가면 어디든 항상 함께였다. ‘같이 걸어다니다 보면’ 가방과 내가 한몸이 된듯한 기분이 들때가 있다. 비교적 오랜세월동안 가방을 들고다니면서 나의 몸을 거스르지 않고 자신의 모양이 나의 몸에 맞추어진 듯한 느낌이 들떄가 있다.
약 한달전쯤 7년만에 가방을 빨았다. 그야말로 ‘시커먼 물’들이 밑바닥도 보이지 않을정도로 진하게 우려나왔다고 한다. 난 그 장면을 상상해보았다. 그 시커먼 우려진듯한 구정물들. 그 세월동안의 흔적과 내가 걸어갔던, 걸어왔던 길들에 대한 세월의 흔적들이 가방에 내려앉는다. 내가 찍은 사진들과 함께 검은물로 우려낸 세월과 사진들.
뭐… 그런 센치멘털한 생각이 들었다.
가방을 빨때 어깨패드도 같이 빨았는데, 세제가 패드에 흡수되서 끈적끈적해져버렸다. 아직 1, 2년은 충분히 더 쓸수 있을듯 한데, 도저히 복구 불가능 상태가 되어 7년동안 나의 어깨를 보호해주었던 패드를 버렸다.
오늘 시내에 나간김에 은행에서 약간의 돈을 찾아서 새로운 패드를 하나 구입했다. 예전보다 가격이 많이 올랐다. 돌아와서 어깨끈에 패드를 장착하고 어깨에 매어보았다. 역시 편안했다. 하지만 뭔가 어쩔수 없는 이질감이 느껴지는건 어쩔수 없는걸까.
그냥 별 말 없이 ‘고스란히 내 어깨위에 얹혀진’ 버려진 패드가 약간 그리웠다. 그리고 마치 세상에 갓 태어난 어린애기같은 패드를 보면서 약간 빙그레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앞으로 네가 나와 함께 할 녀석이구나. 앞으로 잘 부탁한다. 라고.
길들여지지 않은 뻑뻑하고 억센 새 패드가 달린, 오랜 나의 가방을 매곤 그렇게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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