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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 현상을 마치고, 잠시 시간을 두고 머리가 멍해졌다.

가끔은 내가 똑똑한건지 멍청한건지 알 수 없을때가 있다.

약 3~4주 동안 냉장고에 고히 모셔두었던 마지막 버드 한병을
꺼내 들어 한모금을 마셨다.

썩은 보릿물의 알싸한 맛이 식도를 타고 위장을 따라서 다시 어깨로 올라와선 굳어있던 몸을 노곤히 풀어준다. 손목시계에선 찟 찟 소리가 들린다.

이 짧은 문장 몇개를 쓰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이 일기를 쓸때 맥주를 가져와 지금 이 문장을 치고 있을때 남은 맥주는 반모금 남았을 뿐이다.

내가 맥주 마시는 속도를 아는 사람이라면, 짐작이 가겠지.

그 시간동안 뭘 했는고 하니, 핏줄기속에서 알콜이 도는 열기를 무심함을 숨소리를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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