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론.

그러니까 말이지.

바람 좋고 햇살 좋은 그런 날.
어딘가 공원이든 유원지든 어디든 그런데 따위엘 가는거다.

상큼발랄한 그 여자아이는 앞에서 놀고 있고, 난 벤치따위에 노곤하게 앉아선, 상큼발랄한 여자아이를 말 없이 흐뭇하게 보고 있는 것이다.

그 여자애는 혼자놀다 지겨워졌는지, 상큼하게 다가와선 내 소매를 쭉쭉 잡아당긴다. 그리곤 별로 내키지도 않는 (그리고 그다지 흥미도 없는) 놀이들을 같이 하는 거다. 하지만 딱히 불쾌하다거나 귀찮다거나 하는 그런 싫은 기분은 전혀 들지 않는 것이다. 아마도 그 여자애의 행동들이 마치 시트론 향처럼 나에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고 해가 넘어갈 즈음에 어딘가에 가서 식사를 하고, 어딘가에 가서 간단하게 술을 마신다. 그리곤 어딘가의 호텔에 같이 들어간다. 그 여자아이는 몸을 내쪽으로 향하여 새우처럼 곱게 누워있고, 난 천장을 바라보면서 누워있는 것이다. 그 상태 그대로 나의 오른손으로 여자아이의 왼쪽 발등을 살포시 손바닥에 뭍어두곤 그대로 잠들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요 며칠동안 뜬금없이 계속 했었던것 같다.

사실, 내 이상형은 (어디까지나 이상형일 뿐이지만) 미드나이트 블루의 원피스가 잘 어울리는 여자다. 누군가 이야기 했지만, 이러한 옷을 어울리게 입는 것에는 그러한 인생을 살아야만 가능한게 아닌가 싶다. 헤링본 무늬의 슈트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이상형일뿐, 그러한 여자라는게 매우 드물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반작용에 의한 상큼 발랄한 여자애 라는건  아니다.

상큼발랄한 여자아이 역시 매우 드물것이라 생각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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