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비교적 통신이든 아니면 다른 종류의 오프라인 사진 모임이든
일단 사진과 관련된 모임이라는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평소에 디지털 포토쪽에 관심이 있던 나는 모 사이트에 자주 들리는 편이다.
이번에 부산 모임이 있다고 해서, 제법 기대감을 가지고 갔었다.
모임 시간은 틀림없이 6시 인데 3, 40분쯤 되어서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 3, 40분의 기다림동안 미리 오신 어떤 한 분이랑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무슨 사진 찍죠? 풍경? 산? 건축? 인물?’
‘아.. 네.. 글쎄요.. 그게.. 잘.. 저도… 아직 뭔가 확실하게 정한건 없습니다.’
‘흠.. 그냥 아무거나 이것저것 뭉뚱그려서 찍는다는 소리구먼’
‘네? 아.. 네… 그렇네요.’
‘사진학원이라는건 뭐니뭐니해도 규모가 커야합니다.’
(이것은 제가 아닌 그 분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 수정글)
‘필름은 뭐써요?’ (역시 그 분께서 한 말씀입니다. – 수정글)
‘현재는 Tri-X만 쓰고 있습니다.
‘흠.. 거친것만 쓴다?’
‘…………’
‘화이버(인화지의 종류, 무척 비싸고 공정이 까다롭다.) 작업 해본적 있어요?’
‘네. 학교에서 수업할때 그것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교수님이 좀 깐깐해서. 그래서 그런지 확실히 트레이닝은 되는 것 같습니다. 화이버 작업만 하다가 RC작업하면 왠지 쉽게 쉽게 넘어가는것 같아서 조금 ‘엇?’하는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개인 작업 할때는 아직 RC를 쓰고 있습니다.’
‘프린트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게 뭐라고 생각해요?’
‘글쎄요, 어떤 말씀을 하시는건지 잘….’
‘버닝과 닷징이 작품 프린트에 있어서 제일 큰 요소입니다. 이거에 따라서 작품되고 안되고 그러는 겁니다.’
‘네. 그렇군요. 그치만 저의 짧은 생각으로는 일단 네가티브가 괜찮으면 그만큼 버닝이나 닷징의 필요성은 많이 줄어드는듯 합니다. 물론 저도 버닝 닷징정도는 가끔씩 쓰지만 그것 자체만으로 작품이 된다 안된다라는건, 버닝 닷징만으로도 작품이 된단 말씀이신건 아닌듯 합니다만. 조금 어설프게 설익게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만. 간단하게 EI나 현상테스트 정도만으로도 영점을 잡는다는 의미로써 실용성이 있어 보입니다만…’
‘존 시스템 이야기 하는거요? 그 딴거 왜 하는지 몰라. 그런거 안해도 사진 날 나오고 잘 뽑히고 그러는데.’
‘네 옮으신 말씀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도 사진 시작한지는 5, 6년정도 밖에 안되었습니다. 약 4년 조금 넘게 편한데로 찍고 프린트도 제법 잘 나오곤 했습니다. 가끔씩 운에 기대기도 하고 간간히 제법 만족스런 사진이 나오곤 했습니다. 일단 복잡한건 재껴두고라도 소위 말하는 ‘그 순간’의 몰입감이라는게 더 컸으니까요. 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듭니다. "기준이 만들어지면, 그 후엔 의식적으로 그 기준에서 이탈 하는 것이 가능하다" 라는 것 말입니다. 물론 저도 지금 한창 배우고 있는 중이라 그런 경지까진 전혀 도달하고 있진 못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름대로 지금 현재로썬 오히려 방해가 되는 부분도 틀림없이 있습니다만, 오히려 조금씩 더 쉽게 작업을 할때 예전보다 더 몰입이 쉬운것 같습니다. 일단 노출에 불안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 노출이 결정되고나면 오직 파인더만 집중하게 되는것 같습니다. 35mm에선 쓸모없다고 이야기를 많이하고 실제로 쓸데없는 부분이 많이 있는것 같습니다. 하지만 해서 더 좋은 방법이 있다면 해보는것도 나쁘진 않을껏 같습니다. 설령 나중에 다시 돌아온다고 하더라도.’
‘프린트 잘해요?’
‘아직 공부하고 있는 중이라 만족스런 프린트는 한장도 못내고 있습니다.’
‘뭘 그리 복잡하게 생각하나?’
‘네?’
‘프린트라는건 단순한 일종의 기술이잖소. 좋은 프린트라는게 뭐라고 생각해요? 안셀 아담스이야기 하는거 보니, 하이라이트부터 쉐도우까지 다 들어가 있는 프린트를 좋아하겠구먼?’
‘물론 물리적으로는 훌륭한 프린트라고 생각 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것은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설령 하이라이트나 쉐도우가 뭉개져버린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흐름을 방해한다면 그것은 좋은 프린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러나 일단 그 전에 프린트 하기 좋은 네가티브가 있다면 최상이겠지요. 물리적인 재현이라는 것에 있어서 스페이스가 넓으면 프린트로 재현할때 그 만큼 넓은 곳에서 하나만 뽑아낼수도 있고, 다 재현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만. 그래도 역시 그게 다는 아니겠지요. 중요한것은 전체적으로 사진의 감정, 흐름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건 인화기술자들이 다 알아서 하는건데 뭘 그리 복잡하게.’
‘네.. 확실히 그런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의 짧은 느낌으로는 안셀 아담스가 한 말인데 ‘사진을 음악으로 봤을때, 네가티브는 악보, 프린트는 연주와 비슷할 것이다’라는 말에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만..
‘…….’
‘존 시스템 공부 해보셨나요?’
‘하긴 했지. 그런데 거 너무 쓸떼없이 복잡한데다가 그런식의 결벽증 환자가 만든 냄새가 나서 싫어.’사진’이 ‘주’인지 ‘기술’이 ‘주’인지
모르는 사람꺼는 별루야’
‘맞는 말씀입니다. 저도 가끔 그런게 느껴질때가 있습니다.’
‘거봐, 본인도 그렇게 말하잖아.’
‘오리지널 프린트는 본적 없습니다만. 미약하나마 인쇄물로도 어떤
톤의 아름다움을 떠나서 훌륭한 사진이 많은것 같습니다.’
‘그거야 사진찍은 방향이 전혀 다르잖나, 방향이!’
‘책의 서문을 읽어 보셨습니까?’
‘읽어본것 같은데.’
‘거기에 보면 나름대로 수긍가는 말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안셀아담스가 이 책을 내면서 나름대로 걱정하는 부분이 많았다는것, 앵무새 교육은 하고 싶지 않다는것, 이것은 수많은 여러가지 기준중의 한가지, 혹은 시발점이 될 수 있길 바란다. 라는 내용 비슷한것이었죠.’
‘암튼 그런거 없이도 지금껏 사진 잘 찍었고, 난 단순한게 좋아.’
‘네 맞는 말씀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동의합니다.’
(학원에 있는 프린트 한장을 들면서.)
‘프린트 할땐 테두리가 중요해요. 이거 봐요 3중 테두리 선 보이죠? (학원에 있던 프린트 한장을 들어 올린다.) 은색, 흰색, 검은색 혹은 그 반대로 들어가는 테두리. 이거 할 줄 알아요?’
‘네’
‘그쪽은 어떻게 하죠?’
‘판데기로 가려서 다중 노광 합니다만… 제 개인적인 작업을 할때 테두리를 넣고 싶을땐 3중 테두리 보다는 캐리어를 깎아서 만든 그냥 검은색 테두리를 주로 씁니다. 거칠거칠한게 맘에 들어서요.’
‘그러지 말고 사이즈 별로 ps판을 떠서 해봐요. 자로 잰것처럼 칼같이 나오니까.’
‘네.’
‘출품할때 테두리 문제로 말이 많아요. 이 사진에 그 테두리만 넣었으면 붙었을텐데.. 붙었을텐데..라고’
‘네. 그렇군요’
(테두리 이야기로 10분간 대화)
‘최민식씨 프린트 봤어요?’
‘아뇨’
‘프린트가 그렇게 엉망이고, 텁텁하게 어둡게 뽑혀도 왜 팔리는지 알아요?’
‘글쎄요.’
‘그게 바로 이름값, 네임 벨류라는 겁니다.’
‘네.’
‘최민식씨 뿐만이 아니라 다른 작가분들도 비슷해요. 사진의 아우라라 는것이 있어요. 그건 사진 자체의 아우라 라기 보다는 그 작가의 아우라가 사진의 값을 결정하는 겁니다. "어, 이거? 최민식이 사진이야. 돈좀 줬어."라는게 되는겁니다. 최민식씨는 약품도 다른거 안쓰고 옛날부터 그냥 쓰던거 D-76 그것도 3번 4번씩 그냥 쓴답디다.’
‘흠. 이야기는 들어본것 같습니다.’
‘본인이 사진으로 돈을 벌고 싶다면 그런 작가선생 밑에 들어가서 시다바리 하면서 청소도 해주고 현상도 해주고 프린트도 해주고 하면서 일해봐요. 첨엔 그런겁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어, 최민식 선생님 밑에서 일했던, 혹은 프린트 했던 사람이군. 이라고 인식을 하게 되는거죠’
‘네..’
‘그래서 전시회라도 하고 그러면 그런게 크게 작용되고 작품도 팔리게 되는겁니다.’
‘이 사진을 뽑은 확대기는 얼라이먼트(수평맞춤)이 안되어 있구먼
어떻게 맞추는지 가르쳐 줄까요?’
‘네’
‘레이저 포인트를 이용하는 방법 인데, 이렇게 해봐요. (뭔가를 그린다)’
‘음. 좋은 방법이군요. 저도 한가지 알고 있는게 있습니다만… 네가에 얇은 선을 정방향으로 긋고 중심점에 맞게 X로 다시 한번 긋습니다.
높이를 아주 낮춘후에 대강 얼라이먼트를 맞추고 그 후에 점점 높이를 올려가면서 미세 조정을 하면 16×20인치 사이즈 정도까진 얼라이먼트 문제없이 확대가 가능하더군요. 입자 샤프니스도 뛰어나고…’
‘어허… 그 방법으로는 극히 세밀하게 안된다니까.’
‘흠. 그렇군요. 기회가 되면 그 방법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때 쯤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우르르 들어오더니 자신들의 카메라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며
자신의 장비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오.. 그 렌즈 어디서 구했죠? 좋은거 샀네.’
‘제가 원래 이런거 잘 구하잖습니까. 하하’
‘아 이거 다들 장비 꺼내니까 나도 안 꺼낼수가 없구만.’
‘이 스트로보.. 국내에서는 못구하죠? 구한다고 힘 썼습니다.’
‘이 렌즈 얼마 줬어요?’
‘좀 싸게 줬습니다. 170에 구했어요’
‘싸게 샀구만.’
‘화질은 어때요?’
‘xxxxxx(메이커 이름 제외)답게 화질, 발색, 속도 끝내주죠. 그래서 요즘 필름을 바꿔볼려구요’
‘뭘로 바꿀 생각이에요?’
‘지금껏 리얼라를 썼었는데. 수프라나 한번 써볼까 싶네요. 색이 강하게 나온다고 하던데.’
내 카메라 가방은 바닥에 축 늘어저 있었다.
디지털 입력, 출력과 관계된 비교적 초보적인 강의가 시작되었다.
그 어디에도 강의라는 말은 보질 못했는데.
준비해오신 분은 나름대로 자료도 준비해오시고 열과 성을 다해서
이야기 하고 계셨다.
‘뭐 이미 알고 있는거긴 하지만 한번 더 듣는다고 나쁠건 없겠지’라는 생각에 자리를 지켰다.
중간에 몇번씩 전화가 와서 난 중간에 빠저 나와야만 했다.
그래. 다 맞는 소리야. 틀린말 하나 없어.
젠장 다 맞는 소리라구.
씨팔.
추신1 : 난 이번 모임에 가서 많은 것을 얻고, 많은 것을 자극 받고 돌아왔다.
추신2 : 존 시스템 이야기는 더 이상 안했으면 좋겠다. 정말로. 이런 이야기를 해서 뭔가 발전이 있다면 골백번이고 더 하겠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음악하는 사람이면 음악, 그림이면 그림, 연극이면 연극) 말로써가 아닌, 사진으로써 제일 잘 표현 할 수 있다고 난 믿고 싶다.
관람객들 전부가 이 사람은 존시스템을 사용 했는지 안했는지를 쌍심지 켜먼서 분석하진 않는다.
미키마우스 꼬리 길이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서 어째서 꼬리가 나올때마다 길이가 달라지냐고 신문에 불같은 투고가 올라오지는 않는다.
‘사진’은… ‘사진’이면 되는 것이라고 난 생각한다.
그게 무엇이 되었건 어떻게 되었건.
적어도 무언가가 남겨저 있고 무언가가 느껴지고 무언가 흐름이 있고
무언가 공기감이 있고 무언가 커뮤니케이션이 된다면…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에겐… 그것이면 족하다.
추신 3 : 나도 복잡한거 싫어한다. 천성이 게으른 나 인데.
추신 4 : 게을러도 스팟 노출계쪽이 나에겐 더 편하다. 더 빠르다.
추신 5 : 난 무슨 옛날 97년도 우리 학교에 들어온줄 알았다.
추신 6 : 스스로 납득할때까지 이런 이야기 안하고 입 닥치고 사진 찍고 싶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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