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함, 무표정. 정말 지독스럽다.

이야기를 하자면 길고 그다지 하고싶지 않은 부분에 관해서 걸리는 느낌이 있는 이야기 이다.

어버이의 날. 생각하지 않은것은 아니다. 어제 저녁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꽃을 봤을때 1분 정도 서서 물끄러미 봤었다. 눈길을 돌리고 지하철을 탔다. 다음날 한통의 전화속에 꽃은 드렸냐 라는 이야기였던듯 싶다. 한참을 아무말 하지 못한체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알고는 있다. 분명 좋아할것이라는 것을.

아무말 하지 못한체 속으로 이런 생각들을 했다. 그뿐이면 나도 상관없는 일이겠지만, 그 이후에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지, 그리고 아무리 나라고 하더라도 그 속에서부터 답답함이 가득 차오르는 촉촉한 눈동자를 본다는 것은, 그리고 \’어떠한\’ 감정이 섞여있는, 공기를 진동하는 목소리 속에서 분노의 감촉이 느껴지는 연민의 감정이 올라오는 그런 종류의 것은, 나 스스로도 그나마 겉으로 나마 부드럽게 포근하게 대처하기엔 무척이나 힘겨운 일이다.

\’무슨 사연이 그렇게 많니?\’ 라고 그 사람이 나에게 물었다.

역시 아무말 하지 못하고 잠시 – 느낌으론 아주 한참동안 있다가 결국 가기로 맘 먹었다. 옷을 주섬주섬 챙기고 흰색의 윈드브레이커 자켓을 입었다. 가는 길에 꽃집에 들려 꽃을 사고 지하철을 타고 계단을 내려갔다. 터벅.터벅.터벅. 손에는 카네이션 꽃 바구니(그것도 아주 이쁘게 만들어진)를 들고 말이다.

자리가 생겨 의자에 앉는데 순간 고민이 된다. 과연 이 꽃바구니를 바닥에 놓을것인가 말것인가. 그렇게 두 정거장쯤 고민하고 있던 중에 연한 구리빛의 피부를 지니고 있는 눈썹이 짙고 흰색의 얇은 자켓을 입고 있고 얼굴이 어두워보이는 남자가 의자에 앉았다. 그의 손에는 카네이션 바구니가 있었다.

허리와 고개를 수그리고 양 팔꿈치는 무릎에 놓았다. 바구니를 손에 든체.
여러가지 상념에 젖어있는 듯 하다. 다섯 정거장이 지나갈때까지 난 그 남자를 봤다. 약간씩 움직이긴 하지만 그 남자를 붙들고 있는 표정은 여전히 한가지 였다. 약간은 무거워보이는 바구니를 바닥에 놓지 않고 계속 손에 들고있는 그 남자를 왠지 이해 할 수 있을것만 같았다.

지하철 게이트를 빠져나와 걷고 걸어서 도착했다.

그 후, 처음 내가 신경쓰였고 걱정했던 일이 빠짐없이 그대로 벌어졌다. 이런 종류의 예감은 어지간해선 거의 들어맞기 나름인가 보다. 좀더 넓은 가슴을 가지고 그것을 부드럽게 품어안고 싶었다. 정말 그러고 싶었다. 필사적으로 까진 아니더라도 정말 있는 힘껏 노력했지만, 내 목소리가 조금씩 상기되어 가는 기운이 느껴진다. 이래선 안된다라고 수십 수백번이고 되뇌었지만 그것이 안되자 결국,

무표정과 함께 차분한 목소리로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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