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지 않은가.

수업을 마치고, 일행과 커피를 마시러 가는 길 이었다.
일행중 한사람이 갑자기 튀김이 먹고싶다길레, 생각해보니 비도 오고 날도 축축하니 그럴때 바삭바삭 튀겨낸 신선한 튀김을 먹으면 참 좋을것 같았다.

커피집 근처에서 해결하기로 결정했는데 근처 포장마차엔 튀김 파는곳이 한군데도 없어 약간 실망스러웠지만, 잘 구운 만두와 떡볶이 한접시를 먹기로 했다. 그렇게 떡볶이를 먼저 먹고 뒤에 나온 만두를 먹다가, 한 사람이 갑자기 맥주가 너무 마시고 싶어 졌다고 한다. 듣고 보니 맥주와 아주 잘 어울리는 만두라서 왠지 나도 그러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럼 마시죠, 바로 앞에 편의점도 있는데. 라는 말을 하며 발걸음을 옮기는 순간, 내가 입었던 약간 늘어진 흰 면티의 등 부분이 미묘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강한 텐션을 가지며 당겨(라고 쓰고 땅겨 라고 읽는다)졌다. 무엇인가 도저히 거절 할 수 없는 그런 느낌.

그 분은 아뇨 제가 가겠습니다. 라는 말을 했지만, 난 눈빛으로 저항한다. 그 저항이 제대로 설치 되기도 전에 벌써 그 분은 걸음을 성큼성큼 옮긴다. 기다리는 동안 왠지 미안하고, 따뜻하고, 부끄럽고, 고마운 느낌이다.

잠시 몇분이 흐른후에 550ml 벡스 캔맥주와 종이컵까지 준비해서 돌아오셨다. 비의 냄새가 사방의 땅에서 올라오고 있었고 길거리에 있는 예닐곱개 정도 되는 포장마차의 불빛이 녹녹하다. 포장마차 주인 아주머니에게 양해를 구하고 허락을 받은 다음, 캔을 따고 맥주를 \’종이컵\’에 부었다. 그리고 마셨다.

벡스는 분명 내가 좋아하는 맥주가 아니다. 그런데 정말이지 감동적인 맛이 느껴지는게 아닌가. 비오는날 만두며 순대며 떡볶이를 파는 길거리 포장마차의 둔치 아래서 \’종이컵 따위\’에 담겨진 맥주가 이렇게 맛있게 느껴질것이라곤 전혀 상상치 못했다.

그다지 크게 내색하진 못했지만, 너무나도 기뻤다. 인생에 있어서 무엇인가 커다란 기쁨을 발견한 기분과 견주어도 괜찮을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나의 눈가에 웃음이 일어난다. 이런 기분을 담고 싶어 사진을 찍으려 했지만, 그것 보담 그냥 그렇게 웃고 싶었다.

지금 작업실에 돌아와 다시 생각해보면 사진을 찍지 않은게 참 안타까운 기분이 들지만, 그런 안타까운 기분이 날 더욱 더 기쁘게 한다. 가끔은 이런것도 무척 좋을때가 있는 법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아직까진, 그 \’당연하다는 것\’이 나에게 남아있다는 것이 기쁘다.

그리고 그 분에게 진심으로 고개숙여 감사하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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