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아침에 일어나서 간단히 아침밥을 챙겨먹고 의자에 앉아 있는데 오른쪽 머리가 깨어질듯 아팠다. 죽을 만큼 아픈건 아니었지만 슬금슬금 기미가 보이더니 그 거무스름한 아픔이 오른쪽 뇌 전체를 쓸어버리고 있었다.
기미가 조금 진정되는 틈을 타서 (마치 태풍의 눈 같았다) 서둘러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바깥엘 나갔다. 바깥 공기라도 쐬고 산보라도 하면 좀 괜찮아 질것이라는 심산이었다. 마침 월동 준비도 해야했기에 잘 되었다 싶다.
타박타박 걸어서 국제시장엘 갔다.
장미표 문풍지를 몇개 사고, 잠시 잠시 태우려고 세븐스타 한보루와 추울때 몸을 데워줄 알콜도수가 높은 술을 한병 샀다. 이게 나의 월동준비의 전부다. 그렇게 구입하고 작업실에 돌아가려는 참에 전화가 한통와서 사람을 만나고 저녁 먹는 자리에 같이 합석 하게 되었다. 그때 까지도 계속 머리가 아팠는데, 겨자가 제법 들어간 음식을 먹고나니 막혔던 머리가 뻥 뚫려버리는 듯한 쾌감이 몰려온다. 기분이 제법 상쾌하고 가벼워 졌다. 얼굴 표정도 한결 부드러워진듯 하다. 커피를 마시고 고마운 분들에게 인사를 하고 작업실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불을 켜고 작업실에 한발 넣어 보니, 벌써 살짝 냉기가 돈다. 장미표 문풍지의 포장을 찢어낸 후에 손에 살짝 물기를 뭍혀놓고 바람 들어오는 곳을 찾아서 발라주었다. 딱히 힘든일도 아닌데 괜스레 장미표 문풍지의 찢겨진 포장지가 자꾸 눈에 밟힌다.
다 끝낸 후에 오늘 사왔던 세븐스타의 포장을 뜯어 한갑을 꺼내고 다시 담배곽의 포장을 벗겨낸 후에 다시 천천히 한가치를 꺼내서 불을 붙였다.
그리고 역시 오늘 사왔던 알콜 도수가 높은 술의 두껑을 따고 잔에 부어 세번에 나눠 천천히 마셨다.
다 붙이지 못했던 문풍지를 마져 다 붙이고, 나뒹굴던 장미표 문풍지의 척박한 포장지를 물끄러미 보고, 길다라니 쓰레기가 되어버린 미로속의 스티커를 바라 보았다.
소파에 가만히 앉아봤다. 확실히 좀 낫다.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
Comments are clo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