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한 봄.

개나리만 죽어라고 노란 꽃잎을 펼치다 몇몇 꽃잎이 떨어진 곳엔
벌써 잎이 돋아나고 있었다.

날은 여전히 나에겐 추웠다.
추워서 꽃이 떨어진 것인지, 저 녀석들에겐 따뜻해서 그런 것인지 순간 모호했지만,
잎들이 돋아나는 걸 보면, 아마 추워서 라기 보다는 성질급한 몇몇 놈들이 뻗어나온 것이라 생각 했다.

조금 걸어가니, 벚나무 들이 아직도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다가올 봄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무에 꽃순들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 아마도.. 그리고 틀림없이 순들이 터지면서 벚꽃들이 만개 할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조용히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하나같이 다들 앙상하다.

그런 속에서 덩그러니 매화나무 하나가 서 있었다.
백매화다.
근처에 개나리는 보이지 않고, 벚나무의 꽃도 아직 피지 않았다.
그 근처에서 볼 수 있는 것은 오직 백매화만 보일 뿐이다.
꽃잎이 바닥에 흐드러져 마치 눈물 같이 보인다.

3분인가 5분인가를 보다가, 난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는 듯, 어께에 둘러맨 카메라 가방을 추스리고 돌아갔다.
백매화 향만 몸에 남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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