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다.

아침 6시에 잠을 청하고 11시 30분에 일어났다.
뭉글뭉글 어떤놈이 사가지고 온 도시락을 먹었다.
고마운 녀석.

쉐이빙 크림을 턱에 바른 후 수염을 깎고 (난 질레트 마하3의 팬이다.)
세수를 하고 양치질을 했다.

뭔가 몸이 가볍지가 못하다. 무겁고 몸도 물 먹은 솜뭉치 처럼 눅눅하고
무겁기만 하다.

머리를 글적이며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간다.
지하철 제일 뒷칸에 서서 운전석 바깥에서 뒤로 도망가는 철로를
말 없이 물끄러미 지켜 보기만 했다.

수업시간에 늦을것 같다. 뱃속이 더부룩해서인지 아랫배가 무척 무겁다.
겨우 겨우 시간에 맞춰 교실에 들어갔다. (내가 다니는 학교는 높다. 특히 문대는 정말 멀다.)
그러나 조금 후에 들리는 소리.

‘오늘 휴강입니다!’

한숨….

터덕 터덕 내려왔다.

학교 동아리 모집 부스들이 깔려있고, 사물놀이 패들이 뛰어다니고
저마다 신입회원 모집에 흥청거리는 싫치않은 분위기들.

좀더 내려왔다. 학교 예술마당 앞에서 등록금 투쟁 집회가 열리고 학교 응원단이 공연을 하고 그 앞에 모여 있는 수 많은 학생들과 웅성거리는 소리. 축제는 아니건만 축제같은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학생들의 표정은 가지각색. 하지만 어딘가 웃는 모습들이 간간히 보이는듯 하다.

잠시 보다가. 돌아가려든 참에
빨간색 블록으로 쌓여진 창백한 화단 위에 피어있는 벚꽃.
그제서야 난 겨우… 느낄수 있었다.

오늘 처음으로 난 봄이 온것을 지각했다.

따뜻한 햇살, 캠퍼스의 미적지근한 열기.

그러나 난 아직 겨울.
봄이 오길 바란다. 봄이 오길.

2002년 3월 21일 오후 2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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