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꽃 피는 춘삼월
것도 반 이상이 지났다. 윗쪽은 아직 눈이 오기도 하지만 남쪽엔 유채꽃도 피고 벚꽃도 피기 시작했다. 올해는 매화를 보지 못해 한켠으론 마음이 쓰리기도 하다.

매화, 그것도 백매화를 볼때면 항상 냉하게 시리곤 하는데 그런것을 느끼고 나면 다시 얼마간 삶을 견뎌갈 수 있는 느낌이 들곤 했다.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서럽고 그렇게 아름다운데 추위속에서 피어나는 것도 소리도 없이 사라지는 묵묵한 아른거림을 몇분이고 몇십분이고 가만히 서서 바라보게 되곤 했다.

현실 시간으로 몇년간 만에 나 자신은 겨우 한살을 더 먹었다. 좀더 현명하고 싶었고, 좀더 지혜롭고 싶었다. 죽을때 까지 끝나지 않을 일이겠지만 이런 걸음의 속도로는 앞으로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잃어야만 할지를 생각할땐 가슴을 무릎에 얹어놓은체 웅크리고 짐승처럼 울고 싶을때가 있다.

이젠 그러기에도 시간이 흘러 그러한 것을 생각한다 할지라도 웅크린다거나 짐승처럼 운다던가 하는 일은 없다. 단지 익숙하고 담담해서 라기 보다는, 애초에 내것은 없다 라는 것을 약간이나마 느꼈기 때문에 아닐까 싶다.
결국 모든 것은 사라지고 사라져 가는 것이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살아가는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 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 속 중요하고 소중한 것은 계속 품고 살아 갈 수 있길 바란다.

허나 이런 저런 것에도 불구하고 봄이 오면 언제나 몸과 마음이 움츠러 든다. 나름 이것을 극복하려 많은 생각을 하고 행동했지만 매년 이 시기가 될때마다 나는 견뎌내기 수월치 않다.

언제까지 나는 이 봄을 증오 해야만 하는 것일지, 얼마나 더 많은 시간들을 보내야만 이것들을 묵도 할 수 있을지.
소리도 없이 빛도 없이 공기도 없이 쌓여가는 증오의 무게를 내가 얼마나 더 견뎌 낼 수 있을지. 이 먼지를 털어내려 무던 애를 쓰는 것도 제법 지친 느낌이다. 이젠 무엇으로 이 먼저들을 치워야 하는지 품어야 하는지도 알기 어렵게 되었다. 분명 예전엔 알고 있다고 느꼈는데..

올해 봄은 그저 인내 하는 것 외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느꼈다.

매화를 보지 못해 서럽다.

빨리 여름이 와서 해바라기를 볼 수 있으면 한다..
뼛속의 냉기가 모두 빠져나가 버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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