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세상을 삼키기엔 다소 함량미달의 많은 비가 들이붓고 낙뢰와 천둥이 공기를 진동시키며 한 없이 올것만 같은 기세였다.

당연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고
이런 종류의 날씨는 언제나 그렇듯, 언제 그랬냐는 흔적도 없이 조용해졌다.
그러나 그 자국만은 남아 있어서 빗물의 자취는 남아있었고 숨을 들이마시니 깨끗해진 공기가 느껴졌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러
자국도 사라지고 공기도 예전으로 돌아갔으며 정말 그 만큼의 비가 왔었는지 확신 할 수 없게 되었다.

남아 있는거라곤 기억 뿐인데 그 기억도 믿을 수 없다.
기상청에 자료가 남아있다고 한들 데이터의 입력 혹은 처리나 보관에 오류가 생기게 된다면 그것도 믿을 수 없으며, 설령 그런 일이 일어나 않는다 한들 숫자와 글자로 된 \’xxxx년 x월 x일\’의 날씨따위를 느낄 순 없다.

도대체 무엇을 기억한단 말인가.
기억한다는게 가능하기나 하냔 말이다.

인간은 매순간 사라지고 존재하고 혹은 허상만 유령처럼 떠돌고 있는건 아닌가.

이 모든것을 견뎌내기 위해 도대체 얼마 만큼 사랑해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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