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머거리.

숨을 쉬니 귓구멍으로 뜨거운 숨이 느껴졌다.
고막이 파열되어 그 구멍으로 숨이 나오는 느낌은 외려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생생히 알려주었다.

거리를 걸으며 들리는 것들은 예전과 다른 것들이였다.
익숙한 시간에 걷던 익숙한 거리는 처음 보는것 처럼 이상했다.
전에는 전혀 들리지 않았던 소리들이 들리는 것을 잠자코 들으며 지금껏 내가 전혀 듣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책망하듯 그 소리들은 나의 목구멍 깊숙히 들어와선 사라졌다.

한쪽 귀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곤 하지만 어쩐지 무섭다던가 두렵다던가 하는 느낌은 없었다. 설령 완치되지 못한다 한들 평소보다 더 많은 종류의 소리가 들리었기에. 그리고 처음 듣던 소리들이 들렸기에 그 호기심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어째서 이런 많은 소리가 들리는 걸까.
양쪽 귀가 멀쩡했을땐 왜 전혀 들을 수 없었던 걸까.
처음 생각으론 고막이 파열되며 생긴 통로에 의해 소리가 진동된다던가 공명되는 것에 의한 착각이라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 착각이라는 것은 또 무엇인가.
사람의 육신이라는 것이 이렇게도 간사할 진데, 내가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단지 내 몸에 맞는 것을 들었을 뿐은 아니였던가.

몇일이 지나고 치료 받을 결심을 했다.
병원에 가서 인공고막을 부착했다. 치료를 받고 얇고 긴 바늘같은 것들이 몇번이고 귓구멍을 찌르는 것을 몇일이고 계속 반복 했다. 이주 정도 지났을때 귓구멍으로 나오던 미적지근한 숨결이 멎고 점차 소리들은 사라져 갔다. 삼주째 되던달 인공고막을 때어내고 살을 에어내는듯한 수압으로 약물을 분사하여 귓구멍을 훑어내고 다시금 소리가 울렁거리게 되었다.

부착했던 인공고막을 버리지 말고 꼭 나에게 달라는 이야기를 치료받던 첫날 부터 몇번이고 이야기를 했었다. 다행스럽게도 그 말을 잊지 않았는지, 때어낸 고막조각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단지 동그랗고 희고 얇은 조각이였다.

그로부터 삼일이 지난 후 그 소리들은 전혀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의사는 완치되었다고 말해주었지만, 난 어느 쪽이 완치라고 할 수 있는지 혼란스러웠다.

의사 선생님에게 깊숙히 머리와 허리를 숙이고 감사의 예를 표했다.

수개월이 지난 지금.
가끔씩 귓구멍의 안쪽 그득한 부분이 아려올때가 있다. 의사의 말로는 완치되었다고 했고 시간이 제법 흘렀기에 완치되지 않았다고 보기도 어렵겠지만 희안스럽게도 혼자 오랫동안 있을때 아려오곤 한다.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엷은 그림자 처럼 외로워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떼어낸 인공고막의 조각은 그 이후로 부터 계속 가지고 다니게 되었다. 언젠가 이것을 스스로 버릴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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