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

프린트가 끝나고 화이버 베이스 건조대에 잘 말려놓은 사진들을 정리해서 톤을 다시 확인한 후에 남은것은 찢어버렸다.

아카이브 처리를 위한 약품을 조제하며 떠오를 톤들이 제대로 스며들 사진들의 준비가 끝나고  프린트를 미온수에 넣고 유제를 충분히 부풀려,
빨아들일 준비가 된 사진들을 보았다.

프린트의 마지막 공정인 아카이브 처리를 할때마다 항상 심장 언저리가 따끔한 느낌이 든다. 매우 날카롭고 조그만 유리조각이 혈관을 따라 흐르다가 심장 속으로 들어와선 사방을 긁어놓은체 언제까지고 언제까지고 계속 될것 같은 베어짐을 만들곤 한다.

호흡을 잠시 멈추어 빨아들일 준비가 된 그것을 보고, 최초로 약품에 담그는 순간 날카롭던 베어짐이 인화지 속에 스며드는것만 같다. 프린트는 드디어 빛을 발하고 어둠을 삼키고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그 무엇이 된다. 마지막 프린트를 처리하고 인화지 수세기 속에서 조금 더 눈을 감게 하고 나면 하나의 덩어리가 만들어진다.

그리곤 유리조각에 베어진 듯한 따끔거림이 사라진다. 겨우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을듯한 느낌이 돌아온다.

칠흙같은 어둠속에 한줄기 빛이 있길,
흘러넘치는 빛 속에 한줄기 포근한 어둠이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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