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어제 완전히 풀타임으로 밤샘을 하고 아침을 대강 챙겨먹고는
뻘건 토끼눈으로 학교엘 갔다.

졸면서 수업듣고, 수업들으면서 졸고.
(우유곽의 여행은 아직도 계속된다는 류의 꿈을 꾼것 같기도 하다)

어찌되었건 그렇게 비몽사몽상태에서 어두운 강의실을 나오니
바깥의 햇살이 너무나도 화창하다. 젠장할.

여전히 피어있는 벚꽃이 피곤에 푸욱 쩔어있는 나의 가슴속에
갑자기 ‘찡~’하면서 들어와버렸다.

왠진 모르겠지만 난 벚꽃을 보면 항상 생각나는게 있다.
퇴폐적, 섹시함, 청초함, 섹스, 꽃놀이, 정종, 시체, 화석
뭐 이딴것들이 생각나버리는것이다.

일본에서는 시체가 있던곳에 벚나무가 자란다던지, 어렸을때에
벚나무위에서 하던 섹스장면을 봤다던지 하는것이 컸겠지만.
뭐랄까. 눈이 부시도록 하얗고 보드라운 분홍빛은 왠지 위에서 말한
그런 이미지들이 느껴지곤 한다.

가만히 눈을 감고 바람결에 흔들거리는 벚꽃잎을 상상해보자.
그리고 그 바람냄새와 햇살가득 담긴 공기를 상상해보자.
그런데 갑자기 위에서 말한 이미지들이 떠오르고 마는것이다.

아아. 피곤하다.

잠온다. 자고 싶다.

이번주 토요일은 미술관엘 다녀와야 겠다.
조각들도 보고 싶고 말야.

그곳에서 벚꽃이 피었겠지…
가는 김에 꽃놀이라도 할까부다…

혹시라도 좋은 인연이라도 생길지 누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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