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말하기에도 번거로울 정도로 낮에는 햇볕이 따스하다. 길거리를 걷고 있자니 포장도로의 아스팔트 깨진 조각 사이로 꽃 한송이가 피어 있다. 순간 이것이 민들레 인지 국화인지 혼동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곤 미끌거리는 뇌수에 발을 밟아 넘어지는 느낌으로 무심히 꽃을 봤다.
노란 국화를 보면서, 일부러 하기에도 힘든 아스팔트 깨진 틈 위에 뿌리를 내린 연유가 궁금했다. 1분 정도 바라보고 있었다. 질긴 생명력에 대한 경외감이라던가 어찌하여 이리 척박한 곳에 뿌리를 내렸나 같은 기분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런걸 생각하기엔 멀리 와버렸다.
5월이 지나면 꽃은 시들것이고 씨앗을 맺고, 어느날 종적을 감추게 될 것이다. 그리고 또 어딘가 바람을 타고 수많이 깨진 아스팔트 틈 사이로, 계단의 틈 사이로, 사람의 마음 틈 사이로 또 뿌리를 내릴께다.
왜 씨앗을 뿌리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것을 멈출수 없는 이유는 알고 있을 것이다.
2008-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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