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동안 계속 비가 내리면서
바다 비린내가 코를 찌른다.
바다의 냄새는 저마다 달라서 마알간 청량감이 드는 냄새가 있는가 하면
그 냄새의 두터움이 너무나 커 질식할것 같은 냄새도 있다.
행정구역상 부산 중구 중앙동이라 불리우는 곳에는 쾌쾌하고 거무죽죽한 마치 코끼리 시체의 거죽같은 냄새가 감돈다. 비내 우루룩 내리는 동안은 그나마 덜하지만 빗발의 힘이 누그러질땐 요상스럽게도 스물스물 올라오는 것이 마치 오래된 이불 같다.
작업실에서 몇발자국 되지 않는 곳에 바로 바다가 있고 영도 다리가 있어서 그런걸까, 영도 앞바다는 이미 오래전 썩은 바다가 되었으니 세삼스러울 것도 없다.
하지만 그것이 썩은 것이였다면 빗물때문에 냄새가 덜해야 할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걸 보면, 바다속 깊이 썩었거나 아니면 사실 썩은건 아닌데, 마음대로 썩었다 단정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바다의 삶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냄새는 분명 다르게 와닿을 것이라 생각해봤다. 뭐, 당연한것 아니겠는가. 하지만 거기에서 문득 신기함을 느낀다.
너무나 많은 것들을 겪어왔고 그래서 더 이상 새로울 것도
더 이상 흥미로울 것도 더 이상 재미있을 것도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상처에 충격에 둔감해져서 좋다고도 이야기들 하곤 한다.
일상의, 삶의, 하루 하루의 관성이 만들어내는 괘적은 그것이 괴롭고 힘들고 불행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괘도가 되어버린다. 그러한 괘도는 하루의 관성을 더욱 가속화 시킨다.
더 이상
새로울 것도, 감동스러울 것도, 흥미롭고 재미있을 것도 없다고 하더라도, 그 속엔 분명 신비한 것이 자리 잡고 있다.
비가 내리는게 신기했고
냄새가 나는게 신기했고
소리가 신기했고
무엇보다 신기한것은 이것들은
정해놓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 사실 이런것마저도 신비로울게 없는 일상이고
당연한 이야기라 할 지라도.
그건 그렇고,
바다의 삶을 이해하는 사람에겐 이 냄새는 어떻게 와 닿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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