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나의 튀김은 이렇지 않…

저녁을 먹었다.
이상하게 뭔가 허허로워
한시간 쯤 후에 맥주를 반캔 마셨다.

이상하게도 튀김이 먹고 싶었다.
그냥 으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심산으로
적당히 누르기를 서너시간이 지날 즈음이였다.
사실 이런 시간에 튀김집이 있다는 것 자체가 우습다.
하지만 여기는 한국 아니던가?
게다가 시내에 살고 있어서 소소하게 좋은 것 중에 하나가 이런것이지.

아마 어디 한군데 정도는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굳히고나니 도무지 참기 힘들어 자정이 넘은 시간에 광복동, 남포동을 지나 충무동까지 몸을 질질 끌고 갔다.

혹시나 했는데… 피프광장을 지나 충무동 초입으로 들어가는 길의 포장마차들은 전부 철수 상태였다. 조금 더 들어가보니 불빛이 어른하게 보이는데 불법 성인 도박 오락실 앞을 지키고 있는 예닛곱 명의 사람들, 맞은편에 대략 3동 정도 되어 보이는 큰 포장마차가 꼬마김밥, 오뎅, 튀김, 막걸리, 맥주, 소주 등을 파는 곳이 보인다.

집게를 찾아서 하나를 집어 먹으려니 아주머니가 비닐을 씌운 그릇을 주며 여기에 담으라고 한다. 물론 튀김은 따뜻하게 먹어야 맛있다는건 대부분 동의하리라 생각한다. 그래. 다시 데워주려고 그러는 것이겠지라고 당연스럽게 생각이 듬과 동시에 느낌이 어딘가 석연찮다.

오징어 튀김 3개, 깻잎 튀김 1개, 고추 튀김 1개 그리고 새우 튀김 하나를 올리고 나니 그것을 받아서 튀김 기름에 넣는다. 튀김의 소리가 들리는데, 그때 나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 했다. 기름이 튀겨지는 리듬감, 소리의 고저, 냄새와 열기를 봤을때 이 튀김들은 이미 튀긴지 한참 지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앞에 가득히 쌓여 풍성해보이던 튀김 같은건 처음 포장마차 입구에 들어섰을때 보이지 않았던거겠지. 아니다. 오히려 그렇게 풍성히 쌓여 있어서 안도 했던건지도 모른다. 이런 바보 같은. 이미 튀긴지 오래 되어 기름의 산도가 올라갔을터이고 게다가 한번 눅눅해진 것을 다시 기름으로 데운다고 한들, 그것은 순수한 튀김이라고 하는 것에서 상당히 거리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본식의 부드러우면서도 바스락 거리는 일종의 집요함이 느껴지는 고급 튀김만을 순수한 튀김이라고 생각하는 안타까운 인생을 살고 있진 않다고 생각한다. 이런 류의 튀김은 이것 나름의 맛이라는 것이 있고, 게다가 그것은 살아가면서 기억속에 남았던 추억과도 연결된다면 나름 훌륭한 음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제차 확인하고 싶어서 아주머니께 물었다.
여긴 몇시부터 몇시까지 영업 하냐고.
24시간, 풀타임. 명절도 없고 무조건 24시간. 이라고 한다.

이런…

오징어 튀김을 씹으며 복잡 미묘한 기분이 되었다.
오징어 특유의 향은 하나도 없고, 단지 부드러운 고무를 씹는 맛이 났고
깻잎 튀김에선 은은하면서도 향미가 풍기는 깻잎의 향이 하나도 없는 단지 기름 범벅이였으며
새우튀김은 속살이 푸석거리고 고추튀김은 속살에 거의 비어 있었다.

이야.. 이건 마치 관광지에서 바가지를 쓰는 여행객이 된 기분이다.
그래도 그런 경우엔 관광지니까 이런 바가지 쓰는 것 마저도 관광스러운 기분으로 치환해서 나름 즐겨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아니야. 이건.

무미건조한 맛을 대략 10분 정도 맛 보면서 불법 성인 오락실의 게이트 키퍼를 보고, 그 안에서 나온 손님이 물건을 돈으로 환전하는 것을 보면서 갑자기 뭐 아무래도 상관없어라는 기분이 되어버렸다. 무미건조한 맛을 혀에 담은체 무미건조하게 얼마에요.라고 묻고 값을 치르고 돌아왔다.

그래. 그런거지. 뭔가를 굉장히 원해서 막상 그것을 성취하거나 하게 되지만 그 이후엔 별 느낌이 없는 법이지. 라고 적당히 스스로를 위로 해주고 싶었으나… 어떻게 스스로 더 이상 속일 수 없었다.

내 가슴속 튀김은 이렇지 않아!

덕분에 한동안은 튀김을 먹고 싶어 지지 않게 되는 긍정적 효과를 가지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진짜 제법 괜찮은 튀김을 내어 오는 일식집에 미친척 하고 들어갈지도 모르지.

오늘따라 날이 미묘하게 후덥지근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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