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 사이, 하지만 적절하게 분명히 찾아 오고 만다.

낮에는 시름 시름 앓는 매미가 울고
밤에는 시름 시름 울적이는 귀뚜라미 소리가 들린다.

여름의 끝자락과 가을의 시작은 언제나 이런식이다.
무엇인가 끝이날때와 무엇이 시작 될때는 혼돈스럽다. 연극의 무대 처럼 막이 있어서 적절하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아, 이제 끝났군. 곧 다음 막이 시작 되겠구나. 이런건 좀체로 찾아 보기 힘들다.

소프트 랜딩이라는 단어가 생각하는데, 이런 계졀의 변화도 소프트 랜딩이라 할 수 있겠지. 다만 어딘가 찝찝한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나는 여름을 좋아하니까, 단지 여름이 끝나가는 것에 대한 소박한 아쉬움이였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과는 분명 다른 것이 있다. 올해 여름은 비가 많이 왔다고 하는데, 분명 비가 많이 왔었음에도 기억을 되돌리자면 몰라도 몸에 남아있는 비 냄새는 거의 나지 않는다. 미끄덩 거리면서도 축축하고 뜨뜻한 그 느낌 말이다.

올해는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다.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는데도
물에 컵이 반 정도 들어찬듯한 느낌이 들어서 스스로도 아연하다.

암실에서 작업을 하려고 하니, 천장에서 고여있던 빗물이 아직도 뚝뚝 떨어지는 광경을 보고 있자니 목구멍 혀 뿌리 근처까지 아릿한 느낌이 오면서 오만가지 짜증이 나려고 하는 것을 쑥쑥 말아넣고 다시 나왔다. 그때 혼자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 했다.

그리고

적절하게 보기 좋은 가을이 오겠지.
난 그 광경이 아무래도 좋아지질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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