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아무런 말 없이 서로를 껴안고 있을 뿐이다.

이십년 가까이 신어왔던 카테고리의 신발과는 참으로 다른 형태의 신발을 고르고 그것을 생일 선물로 받은지 3개월이 흘렀다.
처음 하루는 어딘가 어색하고 걸을때 지축면이 달라진듯한 감각이 아주 엷은 느낌으로 아찔했다.

한달이 지나자 지축은 원래의 위치를 되찾았고 나의 발과 신발이 서로 신경전을 부리는 듯 했다. 심지어 둘이서 대화 하는 것이 들리는 듯 했다.

두달째가 되자 서로가 어느 정도 포기한듯 한결 부드러운 인상이 되었다. 체중을 실어내는 나의 사사로운 습관, 35mm 1.4의 무거운 단렌즈를 매단 3키로 정도의 카메라가 항상 오른쪽 어깨 위에 걸려 있을때 걷는 속도와 리듬 그리고 귀에 이어폰을 박아둔체 초점 없는 눈으로 사람이 가득찬 남포동 거리를 배회할때의 느낌이 가끔씩 울컥해진다.

석달째엔 아주 짧은 순간, 마치 발이 사라지고 부유하듯 떠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그로 부터 몇주 후 드디어 오랫동안 걸을 수 있는 느낌이 되었다. 신발이 주는 존재감은 분명하지만 간혹 그 느낌이 사라지고 언제까지고 계속 걸을 수 있을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더 이상 발과 신발이 대화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아무런 말 없이 서로를 껴안고 있을 뿐이다.

나에게 현실적인 상황이 진정으로 허락 된다면
석달 동안 걷고 싶다. 마치 언제까지고 계속 걸어 갈 수 밖에 없는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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