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속에

계속… 고생만 해왔으니까…
예전 아버지가 했던 공장이 망하고 여자랑 도망 갔더랬어요. 매일같이 빚쟁이가 들이닥쳐서는 어머니는 빌기만 했었죠. 그러던 어느 날엔가, 어쩐지 어머니가 데려가서 둘이 바다에 갔어요. 아무도 없는 모래사장을 둘이서 하염없이 걷다가, 난 더 못걸어! 라고 투정을 부렸어요. 그랬더니 가까이 있던 식당에 들어가선 어머니가 이걸 주문해줬어요. 나는 결국 세그릇이나 더 먹었죠. 한번 더 ‘한그릇 더!’ 라고 외쳤을 때는 엄청 혼났지만 말이죠.

어지간히도 맛있었나 보네.

그때 난 태어나서 처음으로 바지락 청주찜을 먹었었죠. 어른이 되고 어머니가 그러시더군요. 니가 술찜을 너무 맛있게 먹어서 죽는 거 관뒀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듯한 생각보다 평범한 이야기다. 그리고 어떤이는 더 이상 살아갈수 있는 무엇 하나 이유도 기력도 모두 소진되어 분명히 확실하고 똑똑한 느낌으로 희미한 죽음을 들이마시며 오늘 바로 죽어도 이상하게 않겠다 싶은 어느 날 밤, 자주 지나가던 길에 있던 포장마차에서 즐겨 먹던 만두를 먹고 다시 살아야 겠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나로 말할것 같으면 뭔가를 먹은 후 살아야겠다라는. 그런 막 도축한 뒤, 살을 베어난 장소에 피어오르는 김 같은 것은 없었지만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고, 꾹 참다가 넘쳐버려 그만 눈물이며 콧물이 범벅이 된적이 있다. 너무나 맛있었던 것이 이상했던 것이다.

그렇게나 심장이 도려내진 듯한, 배어낸 그 자리엔 굵은 동맥이 피를 분수 처럼 치절 거리며 질기게 토해내고 있었고 정맥은 다리 사이로 소리 없는 강물이 흐르듯 그런 상태로. 몇일 동안이고 몇주 동안이고 언제 까지나 언제 까지나 눈을 뜨고 걷고 잠을 자고 몸도 마음도 한없이 도륙 당하는 것과 가까운 나날 중에 먹었던 음식이 너무나 맛있게 느껴지는 것이 나로선 이해 할 수 없었다. 정말 이해 할 수 없었다. 정말 이해 할 수 없었다. 사드륵 하는 소리가 나는 오싹 할 정도로 신선한 재료에 절제된 향신료의 비율이며 촉촉한 정도와 함께 루꼴라와 막 갈아넣은 단단한 치즈 속에 숨어들었다 피어오르는 육고기 같은 향과 동시에 진하고 달콤한 향기가 코와 뇌 구석 구석 들이닥쳤다. 고개를 숙이고 이빨이 부러져라 꽉 깨물고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 느낌이 나를 구석까지 몰아세워선 이윽고 이빨을 꽉 깨문 그 상태로 낮은 비명이 나왔다. 정말 이해 할 수 없었다.

그 속에서 이렇게나 맛있는 것을 함께 먹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비명은 울음으로 변했다. 차마 목 놓아 울지 못한 그런 갈 곳 없는 울음이였다. 함께 하던 분이 왜 그러시냐고 물었다. 너무 맛있어서 그랬다고 대답을 했다. 몇분을 울었는지 기억이 안난다. 천장이 조금 높고 유리벽으로 되었던 조금 넓은 홀에서 어떤 소리가 났던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래서 그때의 맛있는 음식이 나에게 어떤 구원을 주었냐 하면 그것은 아니였다. 그렇게 울고나서 후련했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어쩌면 죽음의 옆에서 먹은게 아니기 때문에 구원을 받을 준비 자체가 아에 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지금에 와서 다시 돌이켜 보면 머리로는 왜 그렇게 된 것인지 논리적으로 차분히 설명 할 수 있다. 허나 여전히 난, 그때 일을 지금도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한가지 알게 된 것은 나의 의지를 떠나 내가 삶에 대하여 얼마나 탐욕스러운 인간인지 살짝 엿본 듯한 기분은 든다. 그리고 머리와 마음과 몸이 서로간에 어느 만큼의 거리 만큼이나 불일치가 되는지 또한 알 것 같았다.

시간이 흘러 모든 것이 악화되어 가기만 하고, 바로 죽음의 직전까지 몰렸을때 그 어느 누구도 나를 어찌 해주지 못할때, 이 지옥에 다시 나를 끌어다 놓은 것은 만두를 먹고 살아난 놈의 안타까울 정도로 서투르고 뭉툭한 그렇게 길고도 지루한 몇 마디의 말 이였다.

여전히 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그때 그렇게 했었는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가지 더 알게 된,
맛있는 것을 먹을때 생각 나는 사람이라는 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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