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경막과 위장과 명치 사이, 아마도 있을 법한 어떤 신체기관이 아프게 느껴질때가 있다. 짖찢겨내는 고통은 아니요 단지 무엇인가를 은근히, 하지만 분명하고 확실하게 쥐어짜내는 그 감각. 그렇게 압력이 조금씩 강해질수록 나의 안구는 부풀어 오르며 비릿한 압력이 눈을 터질것 같이 만든다.
일년에 몇십번씩이나 이런 일이 있다. 그때 마다 하는 것은 다르다. 그나마 책을 읽을 수 있는 정도라면 무척 감사한 일이요 음악을 듣고 가라앉힐 수 있다면 그나마 감사한 일이다. 이럴땐 뒤에 남은 일 따위 상관없이 무작정 어딘가로 숨어 사라지고 싶은 충동이 일때가 있다. 그리고 난 이미 그것에 대해서 알고 있다. 그것은 정말 내가 숨어 사라지고 싶은 것이 아니라, 누군가 나를 깊이 찾아 발견 해주었으면 하는 모순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잠자코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다.
한낮의 정신 없었던 바쁜 일들과, 남은 일들과, 해야 할 일들과, 그리고 이루어졌으면 하는 일들이 검은 원형의 엷은 고리처럼 내 머리 위에 떠있는 듯 하다. 이대로 모든 것을 그만 둔다고 한들 아무 것도. 아무 것도 달라질 것이 없을터인데, 가르다란 부지깽이로 땅을 옮아매듯 내리치듯 무엇이 그리 미련이 있는 것일까. 비린 냄새가 나는 나의 안구를 이리저리 굴려 창문 넘어 멀리 있는 단 하나의 가로등과 마주쳤을때, 아마도 있을 법한 어떤 신체기관에서 툭 하고 보낸 날카로운 통증이 나에게 말한다.
2014-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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