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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서둘러 떠났다. 공항에서 몇시간을 보내는 동안 사람들을 봤다. 그간 있었던 일을 복기 했다. 사진들을 보고 운율에 올라타기 위해 셔터를 뉼러야만 했던 사진들을 정리했다. 메모리 여유가 약간 늘어난듯 했다.

사람이 그렇게 많던 공항임에도, 아무도 없다고 해도 좋을만큼 조용하고 멍청하도록 넓고 조명이 없어 새벽처럼 어두운 공항 2층 자리를 발견했다. 입을 닫은체 한시간 넘도록 빈 공간을 지켜봤다. 유리벽 너머 손톱만하게 깃발이 펄럭인다.

사진을 찍고 1층에 다시 내려가 맥주캔을 하나 사곤, 다시 그자리에 돌아와 앉아서 기묘한 광경을 목도 했다. 비오는 날 에어컨이 미지근하게 나오는 수족관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미끄러지는 듯한 몸으로, 아무도 밟지 않은 바닥을 청소하는 모습이 보인다. 창문 밖은 천하가 하얗고 창문 안은 여자 청소부의 검은 모습만 보인다. 바깥에는 여전히 깃발이 늘어지듯 펄럭이고 여자 청소부의 그림자는 바닥에 반사가 되어 두개가 되었다. 아무도 밟지 않는 바닥을 커다란 밀대로 닦으며 움직이는 모습이 순간 미끄러지듯 춤추는듯 했다. 사진을 찍었다. 깃발도 같이 넣어서.

어제 아가씨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비 오는게 멈추지 않을것이라고. 왠지 신경이 쓰여 날씨를 확인해보니 앞으로 10일 동안 멈추지 않고 계속 비가 내린다. 그 아가씨의 말이 맞았다.

지루한 시간을 지나 비행기를 타고 다시 내리고 전차를 타고 다시 택시를 타고 그리고 다시 걸었다.

여행자의 성지라고 사람들이 말하는 곳이다. 그 일대를 세바퀴 돌고 지쳐서 적당히 밖에 테이블이 있는 곳이 앉았다. 맥주를 시키고 내 뒤에 뒤에 앉아있던 남녀커플 한쌍중에 여자가 한국말로 내 맥주 주문을 받아준 이쁘장한 레이디 보이를 보며, 전혀 깊게 생각하지 않은 경멸감을 담은 이야기를 남자에게 해댔다.

천천히 시간을 들여 세바퀴를 돌았지만 여기가 왜 여행자의 성지인지 나로선 이해 할 수 없었다. 담배를 다섯가치 피우며 거리를 봤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움직인다. 나쁜 의미로 찌질이를 모아놓은 3종 세트 숫컷 무리부터 시작해서, 늙어 여자로서 성적 매력이 거의 사라진 부인과 함께한 중년의 남자들과 웃는 표정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잡상인들의 호객행위(은근히 신사적이다)와 뭐라도 있을까 싶어 흘러들어온 혼자 온 여자들과 혼자 온 남자들과 정신 없이 쿵짝거리는 음악 소리와 정체 되어있는 흐름들이 답답했다.

시간은 이미 밤이고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느낌이 들어 다시 두바퀴를 반복해서 걸었다. 난 이해가 안된다. 참 많이 다르지만 어딜가도 비슷하다. 배가 무척 고파서 볶음 국수와 돼지꼬지를 먹었는데도 모자라서 숙소도 돌아가는 길목에 있던 닭케밥을 먹었다. 맛이 없었다. 숙소 현관에 서서 담배를 두개비 연달아 피우고 음료를 사서 마시고, 오늘도 제법 걸어서 몸이 피곤했다. 그러고 보니 여기에 도착해서 그 긴 시간 동안 단 한컷도 사진을 찍지 않았다. 내일도 여기서 묵을테니 다시 한번 찬찬히 다시 걸어 보자. 라고 생각했다. 아는 동생에게 연락이 와서 잡담을 조금 했다.

그리고 샤워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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