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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2-16Km씩 걸었다. 발가락에조그만 물집이 생겼다. 한국에서 샀던 발목을 잡아주는 끈 달린 샌들의 옆 고리가 터졌다. 그렇게 털럭거리는 신발을 신은체 또 하루를 걸었다. 희안하게도 물집이 아프지 않다. 걷는 동선 중에 사람들에게 들었던, 먹어보라는 음식을 먹었다. 나로선 추천의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와 비슷한 것을 몇번 겪으며 새삼스레 이런일이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어렴풋이 보였다. 길거리 지나가면서 우연하게 만나게 되는 음식들 중에 유일하게 만족 스러웠던 것은 갓 짜낸 귤과 비슷한 쥬스 였다. 시원하고 싸고 굵은 질감이 느껴지는 맛이다.

너덜거리는 신발을 그대로 둘 수 없어 마침 근처 한인 여행사에 들어가 근처에 신발의 문제를 이야기 하고 신발 수선방이나 구입 할 수 있는 곳을 물었다. 이 근처에는 전부 샌들 종류밖에 없다고 한다. 신발을 빌려 주겠다며 크록스 비슷하게 생긴 신발을 빌려주겠다고 한다. 무척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난 이 신발을 고치고 싶어 수선하는 곳을 재차 물었다. 시간이 맞지 않아 당일 수리는 하지 못했고 다음날 위치 찾지 못해 근처 양장점에 앉아있던 인도사람에게 물어 위치를
정확하게 찾았다. 무척 친절하게 알려주어 고마웠다. 찾아 고치러 갔다.

본드를 붙이고 구멍을 뚫어내고 실을 묶는 심플한 작업을 빠르게 했다. 인도사람으로 짐작되는 흰머리가 가득한 마른 얼굴의 영감님이 수리를 마치고 가벼운 이야기를 주고 받고 서로 잘 통하지 않는
타국어로 농담을 주고 받았다. 수리비는 무척 쌌다.

돌아오는 길에 양장점 인도인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여행사에 들려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이야기 중에 여행사 사장님이 그거 금방 다시 망가질것이라고 했다.

날은 많이 덥고 습도가 높았다. 이 나라 전체 국가 수입의 1/3을 벌어들이는 산업이 모여있는 시내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중 교통 시스템 중에 전철이 무척 궁금하여 굳이 전철 플랫폼까지 가서 관련 시스템이나 플랫폼 시스템의 형태와 표정, 사람들의 표정을 유심히 지켜 봤다. 어느곳에서도 흔하게 볼수 있는 특유의 표정이다. 약간 쓸쓸해질것 같은 기분이 드려고 하다가 어느덧 나도 그들과 비슷하게 되었다. 카메라 가방과 카메라를 어깨에 맨채 목적지에 도착하여 거리를 걸었다. 정신없는 네온사인과 음악과 게이트
키퍼들이 보인다. 거리 전체를 한바퀴 쭉 걸었다. 적당한 가게에 들어가 맥주를 마시고 흐물흐물 별 동작 없이 춤추는 아가씨와 투명 천장에서 매우 짧은 플레어 스커트를 두르고 팬티를 입지 않은체 춤을 추는 아가씨를 보고 그 안에 가득찬 남자들의 얼굴을 봤다. 지쳐보이는 남자는 없었다. 장난감 혹은 사탕가게에 들어온 아이들 표정 같다. 그리고 희안하게도 무척이나 해맑은 표정들이었다. 고개를 쉽게 들지 못하던 몇몇 서양인들도 수줍게 고개를 들었다 내렸다 하며 맥주도 한모금 하며 나름을 즐기는 듯 했다.

음악 소리가 너무 시끄럽고 앉을곳은 가득차서 답답한데도 남자들의 표정은 해맑고 순수해보였다. 서양인 늙은 노부부가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 문득 눈에 들어왔다. 얼마동안 그 노부부를 유심히 살펴봤다. 몇분인가 지나서 어떤 감정이 들었는데 도대체 이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잠시 눈물이 날것도 같았고 깊은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그 노부부는 거의 미동도 하지 않은체 스테이지를 같이 보고 있었다. 이 느낌을 제대로 표현 할만한 적절한 문장이 지금 나에겐 존재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는 그
광경을 견디지 못하고 남은 맥주를 한번에 들이키고 다시 거리로 나섰다.

숙소에 들어와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그 와중에 느껴진 미묘하게 불편한 기분을 털어내려 샤워를 하고 담배를 피우고 맥주를 다시 마시고 또 갈곳 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즐거움과 동시에 비열한 외로움이 흘러넘치는 시간을 건너서 다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

다음날 기분이 무척 이상하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사진을 시작한 이후로 바깥에서 카메라 없이 걸었던 것은 처음이였다. 걸음의 템포가 너무나 다르다. 기분이 좋지 못했지만 어쩐지 불안하면서도 싫지 않았다. 배가 고파 뭔가를 먹었지만 여전히 별 맛은 없었다. 밥을 먹다 말고 도로와 가득찬 차와 사람을 봤다. 음식을 남긴체 값을 차르고 다시 길에 올랐다. 문득 걷는 것도 내키지 않아서 어딘가 적당히 앉았다. 쓰레기가 보이는 더러운 강물과 거기서 낚시를 하는 사람과 배가 지나간다. 날씨는 무척 화창하여 구름이 그림 같다. 기분이 좋지 않다.
담배를 많이 피웠다. 책을 무척 읽고 싶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것마저 문득 연기처럼 사라졌다. 다시 한번 여행자들의 메카라고 하는 곳을 걸었다. 주스를 마시고 환전을 약간 하고 볶음 국수를 먹고 수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오른쪽 어깨가 허전했지만 단지 허전한것 뿐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약간 쓸쓸했다. 그렇게 하루를 꼬박 채워 카메라 없이 하루를 보냈다.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찍고 싶은게 있었다면 어땠을까? 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다가 그만 두었다.

다음날 카메라 가방과 카메라를 다시 어깨에 얹었다.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불쾌했다. 제임스 낙트웨이가 작업했던 곳에 갔다. 시장에 갔다. 지나가는 사람들과 아이들을 많이 찍었다. 그렇게 무작정 걷다가 어느덧 학교에 흘러들어갔다. 아이들 표정이 한국과 사뭇 다르다.  호기심이 생겨 잠시 생각을 하고 학교 매점을 찾았다. 역시나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피로감과 씁쓸함이 살짝 씻겼다. 학교 안을 한참 돌다가 빛이 좋아 아무런 의미 없이 몇장 찍었다. 기분이 제법 괜찮다. 더 걷다보니 10대 미혼모 근절 캠페인 보드가 학교 축구장 옆에 크게 걸려 있다. 그 뒤를 넘어 가니 강이 보인다. 잠시 다리를 쉬고 아이들의 움직임과 걸음, 표정과 목소리를 목도 했다.

빛이 좋아 의미 없는 사진을 다시 몇장인가 찍었다. 참으로 덧없는 느낌이 드는데 이상하게도 약간 포근한 기분이 들었다. 강으로 가서 조그만 배를 타고 반딧불을 보고 새까맣게 어두운 밤의 하늘속에서 파란색과 붉은색의 색을 뽑아서 사진을 찍었다. 마치 조각을 한다던가 금속을 정제하는 듯한 느낌이다.

오늘은 숙소 체크아웃 하는 날이었다.  내 신발은 며칠전 여행사 사장이 말했던 것 처럼 끈이 다시 너덜거리기 시작하고 있다. 조만간 다시 완전 끊어질듯 하다. 모든 것이 어지러워 숙소를 하루 더 연장하고 숙소에 있던 여자 두명이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하여 가까운 시내로 나가 밥만 먹고 다시 돌아와서 담배를 몇 까친가 태워내고 무겁게 쏟아지는 잠에 나를 맡겼다.

그렇게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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