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과 다름이 느껴지지 않는 오늘에, 아는 동생이 저녁을 먹자고 했다. 고기를 먹자고 하여 대략 이십년 넘게 단골이였던 돼지갈비 집엘 가기로 했다. 이 집은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영업하다가 일년 반 전에 홀연히 사라졌는데 당시 나의 침울한 마음을 달래줄 것을 찾던 나에겐 무척이나 슬프게 느껴졌을 정도였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모조리 사라진다며 당시 동행 했던 친구녀석에게 울분을 토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한참 지난 후에야 어딘가에서 영업한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고 결국 여러모로 검색해서 그 가게를 찾았다. 그 사이 여러가지 일이 있었음을 짐작게 하는 주인 아주머니의 얼굴. 하지만 그런것 보다도 그냥 반가웠다. 가게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으나 정말 오랫만에 얼굴을 봤기에 그저 반가웠다.
기본적인 밑반찬이 나오는데 구성이 어딘가 달라졌다. 뭐, 그럴수도 있지. 이십년 넘게 먹어왔던 맑고 시원한 시레기 된장국의 맛이 변했다. 갑자기 마음이 침잠해진다. 하지만, 뭐 그럴수도 있지. 그러다 불을 올리는데 숯불이 아니라 가스불을 올린다. 아.. 이런.
고기의 두께도 조금 변했다. 기본적인 간장 베이스의 양념은 크게 변한것 같진 않다. 고기를 굽고 밥과 함께 먹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맛이 변해버렸다. 원래는 동생이 저녁을 사기로 하고 나온것이고 그렇다면 기왕 맛있되 오랜 세월 동안 검증된 맛을 느끼고 싶었다. 평소 새로운 음식점을 찾아가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도, 간혹 그럴때 있잖은가. 결국 맛이 변해버린 음식을 별 말 없이 묵묵히 다 먹고, 계산은 내가 하기로 했다. 이런 음식을 동생에게 얻어먹고 싶지 않았다. 한가지 더 이야기 하자면, 나의 경우 애정이 생기는 가게라는 느낌이 들땐 약간 아쉬운 부분이 있을 경우 주인장에게 부드럽고 정중하고 약간 가벼운 느낌으로 이야기를 하곤 한다. 하지만 오늘의 경우 값을 치르고 그대로 나왔다.
밖에 나오니 어마어마한 인파들이 흘러다닌다. 한창 사람 많을때 종로의 느낌이다. 길을 건너는데 한 남여 커플이 머리 3개 정도의 사이를 두고 서로의 눈을 말똥거리며 처다본다. 남자는 남자대로 섭섭한게 있었고 여자는 여자대로 이해하기 힘들어 하면서 섭섭해하는 눈이다. 격양된 어조를 억지로 참아가며 말하는 여자. 짜증의 일선을 넘어서 그 감정이 목소리에 묻어나는 남자의 목소리. 몇분이고 그 자리에서 똑바로 선체 싸움을 하고 있다. 오늘 같은 날 이런 경험을 한다는 것은 서글픈 느낌이 많이 들텐데, 어쩌다가.. 라는 생각이 들다가 아무렴 어때. 라는 마음이 들었다.
거리엔 수많은 사람들이 꽉꽉 채워진체 흐르고 있었다. 사람들의 얼굴들을 유심히 살펴봤다. 날이 날인지라 남녀 커플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런데 어찌된게 남자와 여자간의 얼굴 표정의 온도차가 괜히 거슬린다. 그리고 그런 표정의 온도차이가 느껴지는 커플들이 무척 많았다. 어림잡아 절반은 되어 보였다. 그 수많은 커플들 중에 서로간의 온도가 비슷한 것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 온도가 뜨거운 것이든 따뜻한 것이든 부드러운 것이든 날카로운 것이든 차가운 것이든 망가진 것이되었든 서로 비슷한 표정의 온도를 가진 커플들이 별로 없었다.
각자 다른, 엇갈린 시선과 생각과 감정들이 보여지는 것만 같다. 팔짱을 끼고 걷는 커플인데도 그런 것이 보여지곤 하면 살짝 등골이 시렵게 느껴진다. 정말 정말 사람들이 많았다.
평일과 다름이 느껴지지 않는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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