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토

전화를 끊은 후 구토감이 느껴졌다. 때로는 인간이 풍기는 비린내와 행동들에 대해 비교적 면역이 되어 있다고 생각함에도 간혹 소장과 위장이 뒤집혀서 명치 부근에서 부터 끓어오르는 구토감이 목구멍 근처까지 잠길때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구토감은 적어도 나의 경우 항상 높은 확률로 가족과 관련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인간이라는 것은 얼마나 외롭고 고독한 존재인지, 얼마나 연약하고 비린내 나는 존재인지 그 일면을 너무나 과장되게 보여주고 만다.

일상속에서 매일 마주하는, 하루 하루 주변이 너무나 시끄럽고 오물냄새로 가득하다. 이건 그래도 그려러니 할 수 있다. 하지만 전화기에 가족의 이름이 뜰때마다, 그렇게 수화기를 들고 목소리를 들을때 그때 마다 좋은 이야기 따위 들은 적이 없다. 결국 가족의 이름은 무거움, 지침, 분노, 허탈, 짜증, 무기력으로 대치 된다. 그리고 전화기에 뜬 이름만 봐도 언제 부터인가 멘탈이 갈려나가는 분명한 촉감을 몸으로 똑똑히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한때는 나 나름의 노력을 한적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해라려 노력하고 잘 들으려 부단히 노력 하기도 했다. 제법 나름의 기간 동안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부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쏟아부은 에너지에 비하면 사소한 것들이 조금 변했을 뿐이였으나, 모든 것은 작고 사소한 것 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하기에 사소한 변화가 무척 기뻤다.

하지만 결국 변한것은 그 어느 하나 없었다. 나의 노력이 부족 했을 것이라고 생각 했다. 실제 따지고 보면 현실적으로 내가 한 것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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