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일주일 전 즈음 친가에서 받아왔던 돼지 고기를 구웠다. 뭔가를 이 자리에서 구워먹는다는 것이 얼마만인지 기억 나지 않을 정도다. 몇 년간 써온 조그만 후라이팬에서 지글거리는 소리와 고기에 배어든 양념이 함께 익는 냄새가 달콤하게 퍼진다.

저녁때였다. 조용하고 조금은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동시에 그 냄새가 행복했던 기억을, 그리고 다시 꺼내고 싶지 않았던 그 어느때 보다도 행복했던 풍경이 아랫 눈꺼풀에 붙어버렸다. 눈의 초점을 건조하게 고정하고 기름이 배어나오는 것을 봤다. 최대한 최대한 건조한 기분으로 고기를 구웠다. 여기서 나도 모르게 아랫 입술을 질끈 깨문다던가 하면, 오히려 흘러넘칠것  같은 느낌이 거의 확실하기에 그저 건조한 마음으로 기름이 반질반질하게 노릇노릇하게 고기를 구웠다.

밥을 그릇에 퍼담고 고기와 함께 먹었다. 맛있었다. 그 풍경이 나의 정수리에서 귀쪽으로 옮겨간다. 고기를 씹고 밥을 씹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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