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멀스멀 거리 듯 굵은 바람이 작업실 건너편 모텔의 거대한 현수막을 때린다. 가끔 뭔가 터지는듯한 소리를 낸다. 바깥은 참 조용하다. 이 시간에 흔하게 들리는 사이렌 소리, 삶과 죽음의 사이에 있는 듯한 찢어지는 급 브레이크 소리, 달뜬 얼굴이 바로 눈 앞에 보일 것만 같은 여자의 목소리, 목을 놓고 통곡하는 어떤 남자가 찢어지는 소리. 이런 익숙한 소리들이 들리지 않는다. 무척 조용하다.
작업실 안은 참 시끄럽다. 선풍기도 돌지 않고 그저 조용한 음악이 흐른다. 피아노 소리, 간혹 바이올린 소리. 정적에 가까운 소리. 너무나 시끄러워 귀를 막는다고 한들 어차피 귀로 들리는 소리가 아니기에 입술을 굳게 닫고 그저 견딜 뿐이다.
갑자기 세계를 옮아매는 듯한 강한 빗소리가 들린다. 작업실 안도 바깥도 조용해졌다. 눈을 감은 체 몸을 둥글게 말고 자궁에 들어가 있는 듯한 기억날 리 없는 느낌. 이런 느낌으로 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태어날 때와 같이.
갑자기 비가 그쳤다.
태풍 전야가 들려주는 묵언의 소리가 들린다.
작업실 안은 시끄러웠고 바깥도 시끄러웠다.
모텔에 걸려 있는 커다란 현수막이 바람에 천둥 치듯 웃는다.
태풍이 오면 꼭 찍고 싶었던 사람이 있었었다.
2015-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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