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술을 무척 좋아한다. 단 많이 마시지는 못하고 맛을 즐기는 쪽이다. 그 중에서 맥주를 참 좋아하는데 얼린 잔을 좋아하지 않는다. 얼린 잔에 맥주를 부으면 풍미가 약간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맥주나 너무 차가우면 목넘김이 시원하고 덩어리감 넘치는 에너지가 있어서 간혹 그런걸 원할때가 있긴 하지만..
아무튼 너무 차가운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다. 맥주의 향을 맡을때 올라오는 부드러운듯 향기 흐름의 형태는 살짝 야한 느낌이 드는게 좋다. 술로 빚은 향수라 해도 좋을 것이다. 그 감각은 얼린 잔과 지나치게 차가운 맥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몇년 전 아주 무더운 여름,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던 날. 살짝 살얼음이 생기는 정도 까지 맥주를 차게 하고, 굳이 옥상에 태양을 마주보고 왼손을 허리춤에 차고 스포츠 드링크 마시듯 맥주를 마신적이 있다. 순간 목구멍이 마비가 될 정도의 차가운 느낌이 나는게 좋았다. 그리고 그 맥주는 내 일생을 거쳐 맛있었던 맥주 베스트 5에 드는 맥주가 되었다.
결국 자신에게 모자란 것을 채우는 그때의 상황이, 기억과 의미와 가치를 만든다. 날이 조금씩 싸늘해진다.
201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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