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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는 언제나 변한다. 아니 언제나 변하기에 시대를 정의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 감지는 전쟁일 때도 있고 혹은 혁명이나 경제변화에 따른 일상의 형태가 달라지고 사람의 행동 양식의 변화로 느낄 때도 있다. 이런 거시적 시점 외에도 시대 변화를 감지하는 다양한 것들이 있을 텐데 그중 하나가 자신이 애용하는, 특정 목적을 위한 제품군의 성향, 또는 조금 넓게 보자면 오랫동안 개성이 유지된 특정 메이커의 제품 변화를 통해서도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이런 변화는 때론 좋은 시대가 되었다고, 혹은 한 시대가 끝나버렸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가 되어 씁쓸한 기분이 들게도 한다. 단지 좋다 나쁘다의 문제로 간단히 수렴할 수 있는 것은 아닐 터이다. 그러나 지난한 삶의 관성과 생각의 기준이 단단해진 사람에겐 대체로 좋은 감정일 확률은 낮은 게 아닌가 싶다.

예를 들자면 내연기관의 발명으로 인류의 삶이 송두리째 바꿔버린 격변의 시대를 살았던 기성세대는 당연하게도 이러한 발전 속에서 기존의 건전하다고 여겨왔던 가치가 흔들리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것이다. 공장 자동화에 들어가는 로봇, 컴퓨터 그리고 최근엔 인공지능까지.

나의 이야기를 하자면 앞서 이야기한 내연기관, 정밀 로봇, 컴퓨터 그리고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딥 러닝을 통한 인공지능 그리고 그와 연관된 서브 도메인에 관한 자료를 순수한 호기심으로 찾아서 볼 만큼 이런 것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러한 발견과 발명 속에 인류는 조금씩이나마 너 나은 방향으로 전진한다고 믿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 같은 로맨틱함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느덧 40대가 되어가면서 어쩌면 나 또한 명백한 기성세대가 된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자신에게 하는 때가 있다.

나의 경우는 아무래도 카메라에서 그런 것을 쉽게 느낄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특정 메이커 혹은 특정 제품군의 마켓에서 다양한 회사가 경합을 벌이는 것들. 거기엔 그 시대가 향하고자 하는 혹은 충족시키고자 하는, 반대로 말하자면 결핍되어 있거나 어쩌면 예전엔 중요한 가치였지만 지금은 그것이 의미가 없는 가치로 변해버린 것들이 제품에 나타나고 그것을 느끼게 된다.

단순히 필름의 판형이라던가 혹은 조금 크게 봐서 필름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는 정도의 큰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사람마다 기본적인 기분이 있듯 카메라에도 기분이라는게 있는데, 아니.. 그것보다는 성격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그러한 성격은 메이커마다 당연히 다르고 그렇기에 해당 메이커는 독자적인 팬이 생기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시대를 관통하는 큰 흐름 혹은 줄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본질에서 있기 마련인데 그것이 변해버렸다는 것을 감지해버리는 것이다.

감지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나의 경우 대표적으로 딱 한 가지만 말해야 한다면, 셔터 릴리즈 버튼을 누를 때 이다. 셔터 릴리즈 버튼이라는 것은 실로 섬세한 것이라 단순히 누르는 버튼이 아닌 그 한 동작을 통해 세밀하고 섬세하며 복잡하고 거대한 구조 전체가 움직이는, 시작과 끝이 동시에 존재하는 종류의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미시세계에서의 것들 속에서 때론 절절하게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절감할 때가 있다.

카메라가 움직이는 동작 혹은 방식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선 인간의 사고 동작과 질감 면에서 유사한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같은 플래그쉽 계열이라 하더라도 시대에 따른 변화는 있어왔지만 그럼에도 전체를 관통하는 사고방식이 표현되어져버리는 것이다.

결국, 이것이 변한다는 것은 사고방식의 혹은 세상을 재단하는 울림과 리듬감이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으며, 여러분이 많이 구입 해주신 덕분에 5년 만에 개발비를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같은 시절 좋은 때와 달리 점점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지는 시대가 되어 버렸거나, 혹은 사람들이 더 이상 기존에 존재하던 관통하는 가치에 대하여 의미 부여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일 때도 있다. 혹은 제조사가 단순하게 실수를 했거나.

한참 이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약간 다른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으나, 거의 한계까지 아슬아슬하게 원가 절감 노력을 하여 상당히 괜찮은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때론 순수하게 경외감마저 들 때가 있다. 그야말로 프로의 설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돌이켜 본다면 최근에 나온 최신형 카메라들의 물리적, 동작적 질감은 외려 과거보다 더 퇴행했다고 느낀다. 어떤 종류의 강함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고 내 방식으로 표현하자면 여유가 없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이러한 것을 큰 맥락으로 두고 봤을 때, 아마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레인저 파인더가 세상에 전부였을 시절에 나왔던 SLR카메라에게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고, 필름에서 디지털로 넘어갈 때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기존의 가치가 낮아지거나 심지어 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적어도 특정 클래스에 있는 혹은 특정 목적성을 가진 카메라의 시대를 관통하는 것들이 변해버렸다는 것을 느꼈을 때 드는 쓸쓸함과 적적함을 두고 보수적이라고 이야기해야 할 것은 아니리라 믿고 있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나의 20년 작업 인생 동안 N모사의 카메라와 언제나 항상 함께 살아왔던 나에게 있어서 최근 N모사의 모 카메라를 사용하고 나서 드는 생각을 두서없이 써내려가고 싶었다.

어떤 의미에선 지금껏 살아오며 어떤 큰 족적을 만들어내지 못한, 그리고 꼰대라고 불려도 그리 어색하지 않을 시기의 나에게 있어서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은 음식을 먹으며 툴툴거리는 어린아이 투정과 그리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내가 바라고 있으며 믿고 있는 것은, 적어도 핸드폰 카메라가 아닌, 카메라라고 불리는 독립된 물건을 각자의 이유 혹은 감정으로 손에 쥔 사람의 각자 마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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