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난 기본적으로 단맛이 나는 음식을 싫어한다. 심지어 너무 당도가 높은 음식을 먹으면 두통이 오기도 한다. 단맛이라고 해도 사방이 추워질 즈음 껍질이 얇고 잘 익은 감귤 정도가 나에겐 딱 좋다. 기본적으로 짠맛, 쓴맛, 신맛, 감칠맛이 좋은 것이다.

요즘 스트레스가 너무 쌓여있어서 그런지 이십여 년 가까이 입에 대지 않았던 파르페가 먹고 싶어졌다. 흰 수염에 장발인 사십 대 남자의 두툼한 손으로 조그만 스푼을 잡고 혼자 파르페를 먹는 장면을 상상해보았다.

음…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아.

사실 파르페 자체가 어떤 공식이나 엄밀한 법칙이 있는 게 아닌 제법 멋대로의 것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파르페를 눈으로 볼 때, 첫 한입을 시작할 때 어느 것부터 먹을까 같은 가볍기만 해서 좋은 고민, 그저 달기만 할 터인데도 기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운율의 밸런스, 무엇보다 다 먹은 후에 빈 컵을 잠시간 바라볼 때 느껴져야 할 응당의 기분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부산에서 먹을 수 있는 ‘당연한 파르페’를 파는 곳을 알고 있는 분이 있다면 꼭 알려주셨으면 한다.

Prev monoPhony. 8
Next .

Comments are closed.

© Wonzu Au / No use without prior permission other than non-commercial use. / 비상업적 용도 이외의 사전 허가없이 사용을 금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