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ep Walk

 

내가 알고 있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과 지식과 시간과 가용할 수 있는 한도 금액에서 정말 다 쥐어짜냈다.

더 이상 어떻게 달리 다른 방법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최선을 다 했다. 그렇게 날려버린 내 작업의 복구율은 최종적으로 50% 정도가 최대 한도였다.

2장 중에 1장은 위에 보이는 것과 같다. 20년 가까이 밀도를 가진 시간을 복구 하기 위해 정말 끈길기게 악착같이 여기까지 하고 보니, 포기와는 좀 다른 감각의 것이 밀려온다. 좋은 감정은 결코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쁜 감정만도 아니다.

그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나에겐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두가지 감정이 물이 불 타들어가듯 흐르고 있다.
1년 반 전 부터 시작한 이 작업에 동참 해주셨으나 데이터를 복구하지 못하여 사라진 백 팔십 일곱 분들에게 너무나도 고통스러울 정도로 죄송한 마음을 가누기 힘들다. 단순히 사진이나 작품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단 한번의 순간 이자 신기루 같은 영원과도 같은 것이였기 때문이다. 그것을 내가 받아내어 맡고 있었으나, 이것을 잃어 버렸다.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다.

두번째는, 그 와중에 예술을, 나의 작업을, 지금까지 나의 삶을, 단절하고 다른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도피 행위를 통한 생존의 열망에 가득차 있었던 와중에도.. 그런 나의 열망찬 의지와는 하등 관계 없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을 마주하고 렌즈 너머 상대방의 눈을 맞추고 작업을 했었던 것이다.

나는, 이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알 수 없다.

다만 이 작업이 무사히 끝나고 잘 정련 되길 바란다.
무엇보다
이 세상에 태어나 전시가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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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2005. 6. 30 AM 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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