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버리다

나이를 먹어가며 눈물이 많아지는 이유를 나는 호르몬 밸런스 변화라고 생각해왔었다. 그리고 이 생각에는 지금도 큰 변화가 없다. 다만 여기서 한가지 요인이 더 있는것 같다.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행복하고 기쁜 일들과 슬프고 고통스러웠던 일들이 쌓여 버린다. 그러다 보면 어떤 상처들이 생기기 나름인데 어느 나이를 기점으로 상처 받는 것도 능력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상처 받는 능력이 사라진게 아니라 단지 무디어져 있고 익숙해져 있었을 뿐이라 속으로 삭혀 들어가는 것이다.

누군가가 역린이라도 건드려서 정신병자 처럼 폭발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렇게 그렇게 침잠해간다.

그렇게 쌓였던 ‘ 나 ‘ 는 문득 어느날 삭혀 들어간 기억의 저장소가 자극을 받는 상황에서는 공감하고 동감하게 된다. 그리고 그 범위는 당연하게도 안타깝게도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자신의 경험치 만큼이 된다.

그중에서 특히 감정적 고통과 관련된 것들과 마주할 땐, 그저 화면속 인물이 눈물을 흘렸을 뿐임에도 요실금 걸린것 마냥 눈두덩이에서 물이 고인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되고 마는 것일까. 마음이 더 넓어져서 많이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성숙해진 것일까?

일부 그런 면도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처지가 그저 투사되고 있을 뿐인 것이다. 이건 감상적이라서 라기보다는 상대방을 통하여 자신을 비추어 자위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그렇게라도 일정 부분 마음의 갈등이 일시적으로나마 해소 된다면 좋을 일이다.

문제는 이렇게 나마 되지 못하고 마음이 움직이지 못하고 시간이 멈춰버린 것이다. 어떠한 종류의 극적 갈등 해소도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오분의 삼 정도로 눈을 열은체 엷은 막이 씌워진것 처럼 살아져지고 있는 것이다.

마음이 멈춰있는 인간은 살아있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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