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술을 아침까지 아주 과하게 마시고 (그런데도 전혀 취하지도 않고 잠도 전혀 와주질 않았다) 어떤 사람이랑 해운대 백사장을 타박타박 걸으면서 이야기를 했다.
아침에 조깅하는 사람들(외국인도 다수 있었다) 모래를 해변가에 퍼부어 모자라는 모레를 채워주는 불도저들, 어딘가 전혀 조깅할것 같이 안보이는 어떤 아주머니처럼 보이는 사람이 출렁출렁 뛰어가는 모습.
정체를 알 수 없는 중학생정도의 꼬맹이들이 빤히 쳐다보고 가는 모습. ‘수영금지’라는 깃발이 힘없이 펄럭이는 모습.
앉았다.
내 옆사람은 휘파람을 휘휘불면서 있었다.
담배가 떨어져 답답해 하다가 어기적 어기적 걸어가서 담배한갑을 사서 입에 물었다. 맛이 좋다.
조금씩 해가 오르고 (해운대에서는 해오름이 보이지 않는다) 하늘빛도 변해간다.
옆사람은 갑자기 알러지가 있다면서 콧물을 흘렸다.
"무슨 알러지가 있는거죠?"
"아. 피곤하면 콧물이 나오기도 해"
"특이한 알러지군요"
단어로는 표현하기 힘든 몇억만가지의 파란색들이 눈앞에 있다.
여전히 사람들은 어딘가로 걸어간다.
8명정도 되는 일행중에 물에 빠진듯한 느낌의 귀여운 여자가 젖은 머리칼과 주적주적 젖어있는 원피스 옷을 바라보면서 왠지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이에 또 하늘이 변했다.
머리를 높이 쳐올려 바라보니 정면으로 바라봤을때의 하늘색과는 또 다른 정말 눈이 아픈 파란색이 들어왔다.
난 담배를 물고 있었다.
옆 사람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록키를 휘파람으로 부르기도 했고 나는 잘 모르는 흘러한 옛 팝송을 흥얼거리며 노래하기도 했다.
‘유리 조각이 하나 있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해운대 바다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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