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혹은 고등학교 2학년 정도 되어 보인다.
머리카락은 어깨 밑으로 살짝 드러나 있는 티셔츠 밑으로 간들거린다.
옆의 친구들과 뭐가 그리 좋은지 허리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깔깔거리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내 모습을 다시 지켜 봤다.
딱히 감흥이라던가 어떤 느낌 같은 것을 찾으려면 분명 뭔가 나오겠지만, 그냥 신경쓰는 것을 그만 두었다. 그러다 10분 정도 지났을까,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자꾸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는데 나는 그 이유를 생각해봤다. 얼굴이 이쁜것도 몸매가 이쁜것도 아니다. 핑크, 블루 가로 스프라이트 패턴의 셔츠와 어딘지 길이가 모자라 뵈는 흔한 청바지. 길죽한 얼굴과 코. 저렴하지만 튼튼한 메이커의 적당히 닳아 색이 빠져 있는 캔버스 신발.
왜 자꾸 신경이 쓰이는 걸까.
곰곰히 이미지를 다시금 생각 해봤는데 어쩐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아마 무엇인가 결핍된 모습을 찾아서 일 것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라 생각 한다. 말이 굉장히 어눌하다던가 하는 것도 아니다. 동작에 어떤 이상한 템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신경 쓰지 않으면 아무런 느낌도 없을 그런 지극히 일상적 느낌이지만, 그 뒤에는 강렬히 빛나는 결핍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말이 되려다 만 인간 같기도 하고 인간이 되려다 만 말의 느낌이기도 하다. 인간의 눈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말의 눈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동석한 옆의 친구들도 어떤지 사정이 비슷하다. 어떤 친구는 대단히 뚱뚱했는데 핸드폰으로 뭔가 통화를 하고 있었고 옆에서 같이 듣던 친구들이 중간에 장단을 넣는 식이다. 뚱뚱하거나 사알짝 비틀리게 말랐거나, 말처럼 생겼거나.
가만히 보고 있으니 동물 같다는 느낌이 든다. 딱히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을 듯한 느낌의 동물 말이다. 유니콘이나 페가서스 같은 반짝거리는 것과는 전혀 다른.
그것은 나에게 진동을 \’넘겨\’주었다. 어쩌면 그 존재 자체가 하나의 진동이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조용한 지하철에서 밝고 환하게 소리내어 웃었고,
난 그 너머로 입술만 조금 움직였다.
사진을 찍는 삶이라는건 때론 하나의 죄와 같다.
그리고 그것은 온전히 나에게 돌아온다.
아주 아주 예전이나 아주 예전이나 혹은 예전이나 달라진 것은 없다. 그것은 나에게 무엇인가를 상기하게 한다. 정신을 놓은체 허공에 시선을 두듯.
밀물 처럼 시간들 들여 서서히 하지만 결국 달려 도망쳐도 밀물에 발가락이 발목이 종아리가 그리고 몸이 잠기듯, 폐를 녹여버린다.
스무살이 되던 해, 봄날의 내가 소리 내지 않은체 스멀스멀 웃고 있었다.
매미가 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가을이 오기 전까지 어떻게든 교미를 해야 한다. 수년의 시간 동안 땅밑에 있다가 나무에 올라가선 미친듯 울어대는 매미들은 여름 한철 교미를 위하여 마지막 순간까지 비명을 지른다. 매미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으면 여름의 끝이다. 올해의 여름은 이제 잊어야 하는 시간이다. 손을 흔들어도 좋고, 고함을 쳐도 좋다. 정신 없이 혹은 무심하게 정신 차려 보니 가을이더라. 라는걸 느끼는 순간 이미 겨울의 문턱이다.
오늘도 지구는 하루 분의 자전을, 아니 한바퀴 자전을 하고, 공전을 하루 분 만큼 움직인다. 하지만 하루가 늘 24시간 인것은 아니다. 46억년전 자전을 하는 시간, 즉 하루는 4시간이였다. 그리고 얼마 후 소행성과 지구와 출동하고 그에 파편들이 모여 달이 생겼다. 달은 지구의 반대 방향으로 바닷물을 끌여당겼고 그로 인에 지구의 자전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하루는 점점 길어져갔다. 하루가 길어질 수록 1년의 일수는 줄어갔다.
20억 년 전 1년은 800일 하루는 11시간
8억 년 전 1년은 500일 하루는 17시간
4억 년 전 1년은 400일 하루는 22시간
1억 년 전 1년은 375일 하루는 23.5시간
10만 년에 1~2초씩 늘어나는 하루의 길이
3억 6천만 년 뒤 하루는 25시간이 된다
그리고 75억 년 뒤에는 지구가 완전히 자전을 멈춰
낮과 밤을 포함한 하루의 개념이 없어진다
우리가 살아가는 365일의 1년
24시간의 하루
그것은 태양, 달, 지구가 만들어가는 거대한 시간의 한 순간.
.
어제 오전에 매미가 울었다. 한창 여름일때 보다 풀이 조금 죽은 느낌이다. 그래도 종족 번식을 하려, 조그만 몸뚱아리 터지도록 소리 지른다. 서글픈 느낌이 불투명한 젖빛 유리 처럼 엷게 지나갔다. 멍하게 5초 정도 있었다. 일년 같은 5초 였다.
53초가 지난 후에 갑작스럽게 죽는다 하더라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생전에 내게 주어지고 할 수 있는 것은 무한이 0에 가까울 만큼 한정적이여서 내가 무엇을 한다 한들 무엇이 바뀔것이라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다만 찰나의 순간이라도 무엇인가 상기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나는 족하다.
내가 존재하고 있음에 찬사를.
내가 존재 할 수 있도록 인식 할 수 있게 해준 나 이외의 것에 찬사를.
나와 외계의 구분이 없었다는 것을 일깨워준 모든 것에 감사를.
모든 아픈 것과 아픈 것들과 아프게 한 것들에게 찬사와 감사를.
이미 나 자신이 우주였음을. 그리고 우주도 그 무엇도 아니였음을.
재와 먼지가 되어 없어짐에 무표정한, 사랑을.
매미 소리를 생각하며..
-초딩의 질문글-
오늘 학교에서 수학선생한테 대들다가
그 XX가 두께 29.5cm 출석부로 1783558231만대를 때리는거야..
왜 맞았지? 그놈이 잘못한거 아냐?
– 답변글 -
거참… 자네와 그 수학선생이란 작자는 손오공과 마인부우정도는 되는것이냐???
1783558231만대라니…. 내 너희들이 얼마나 괴물들인지 수학적으로 따져주지.
자. 생각해보자. 자네는 오늘 11시20분에 이 글을 올렸네.
오늘 학교에서 맞았다고 치면,
수업시간이 아무리 빨라야 9시, 그러니까 약 2시간 20분정도 맞았다고 가정하세.
그렇다면 초당 2123283608.333333333333333대를 맞았다고 할수 있네.
일단은 사람에 따라 스윙 길이에 길고 짧음이 있을테지만,
일단 스윙거리는 30cm로 가정하겠네.
(그렇다면 한번 때릴 때마다 왕복으로 60cm의 거리를 이동한 셈이야.)
계산상으로 따지면 그 수학선생은 1초동안 1273970.1km의 거리를
팔로 휘두른 셈이야.
속도로 따지면 시속으로 4,586,292,000km나 되는 셈이지.
(빛의 속도가 1,080,000,000 km이므로 대략 4배정도 빠르다고 사료되네.)
자네는 출석부의 두께가 29.5cm라고 했나???
(직육면체의 모습이 떠오르네. A4용지의 길이가 21cmX29,7cm라고 봤을 때… 조금은 웃
기게 생긴 출석부겠구만.)
내 전공책 두께 4cm짜리가 1kg 나간다네.
출석부가 면적으로 따지면 내 전공책보단 넓을테니
대략 7kg정도의 무게를 가졌을테군.
여기까지의 계산으로 충돌에너지를 구할 수 있네.
고등학교 물리를 제대로 배운 사람이라면
운동에너지가 대략 1/2 X 질량 X 속도의 제곱이라는 것을 알걸세.
보통 이런 경우를 비탄성충돌이라고 하며 대부분 충돌 후에 운동에너지가 감소하네 만, 내 계산에 따르면 총 운동량이 중요하다고 여겨지네.
어차피 탄성충돌이든
비탄성충돌이든 총 운동량은 보존되니,
이 식으로 계산을 계속 하겠네. 계산기로 두드려본
결과 타격 하나당 73619260082424000000 kJ의 에너지가 계산 되는군.
내 스크롤의 압박이 심히 염려스러워
메가톤과 킬로줄의 관계식을 올려줄 순 없네 만..
대략 자네의 수학 선생의 출석부 한 대의 위력은 3,504메가톤 이라네.
(수소폭탄이 1,000메가톤이네만….)
그 수학선생이 한번 휘두룰 때마다 3.5개의 수폭이 터지고 있다는 것이지.
놀라운 것은 그 위력의 출석부를 1783558231만대를 맞은 자네라는 것이야.
자네와 그 수학선생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이네
아직 선선하던 어느날
갑자기 장대비가 쏟아졌다.
시원한 빗물속에서 여름의 냄새가 났다.
내일은 틀림없이 무더울거야.
밤 2시에 일어나 선풍기를 꺼내어
쌓이고 밀려 지난해의 응어리가 남은듯한
먼지를 씻겨내었다.
물뿌리개의 수압을 높였다.
그러고 싶었다.
그 응어리들은 마침내 떨어져 하수구로 흘러들어가 사라졌다.
아직 남은것들은 하나씩 씻겨주었다. 그랬더니 말끔하다.
30분 정도 물을 말리고 다시 조립을 했다.
살과 날개를 끼웠다. 그리고 보통의 나사와는 반대방향으로 나사를 돌렸다. 당연하지만
선풍기는 나사선 방향이 반대다.
시원한 바람이 나왔는데,
입은 다문체
어쩐지 눈물이 날뻔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