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잠시 볼일이 있어 나갔던참에..
‘몸’이라는 사진전엘 다녀왔다.
당연히 까진 아니겠지만, 포스터에는 누드사진이 붙어있었고, 전시회장내의 사진들도 누드들이 걸려있었다.
이것까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게다가 난 누드를 좋아한다.
문제는 그 사진들이 걸려있던 장소가 문제였다.
혹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여름때 했던 전시회에서 내가 원래 내려고 했던 사진 (누드)를 걸지 못했던 장소가 지금 ‘몸’ 사진 전시회를 하고 있는 장소였다.
이유인즉슨 여자의 벗은 몸은 절대 안된다. (누드라는 표현도 하지 않았다. 그다지 중요한건 아니겠지만……) 내 딸같은 직원들과 어린애들도 올라와서 볼 수 도 있는데 여자의 벗은몸은 안된다. 뭐 대강 그런 내용이었던것 같다.
그럼 누드 그림은 어떻습니까? 라고 물으니 그림은 또 괜찮단다.
그래서 결국 난 4일만에 새로운 작품을 새로 만들어서 전시회에 올렸던 기억이 난다.
갤러리에 사진을 보려고 올라가니 예전에 그 말을 했던 관장이 애써 나의 눈을 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천천히 사진들을 보고 사무실로 들어가서 정중히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관장은 내가 이미 무엇때문에 사무실에 들어왔는지 알고 있는듯한 눈빛과 표정 손짓이었지만 애써 모르는척하고 따른 이야기를 유도하고 있었다. (라고 난 느꼈다.)
‘사진으로 밥 벌어먹고 살수 있는 길이 있나?’ (관장은 나에게 낮춤말을 갑자기 쓰기 시작했다)
‘역시 먹고 살려면 커머셜 포토를 해야겠지요’
‘인턴제도라는게 필요해. 나도 사람을 쭈욱 써보면 알겠지만 대학교나 나온 사람들도 보면 쓸모가 없어. 학교에서는 너희들 졸업만 하면 이만큼 가치가 된다고 애들을 부풀리고 있단 말씀야.’
‘아.. 물론 그런부분도 있습니다. 그래서 산학협동이라는것도 있고. 또 실질적으로 취직하게 된다면, 연수라던지 적응기간이라던지 수습기간이라던지 그런게 있는듯 합니다. 군대도 그런 기간이 있듯이 말이죠’
‘의사들도 인턴기간이 있듯이………..’ (등의 이야기로 약 10여분간 계속했다.)
난 중간에 말을 어느정도 정리한 후에 이야기를 헀다.
‘실은 다름이 아니라 이번 전시회에 걸려있는 사진때문에 할 이야기가 있어 왔습니다.’ (그 순간 관장은 표정이 일순 변했다)
그 뒤에 나오는 이야기는 자신의 검열 기준이라던지, 선정하기 어렵다던지 어디까지 규제해야 될지 모르겠다던지, 식의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 이런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벗은 몸이라고 해도, ‘흑백’으로 찍혀있고 게다가 ‘정밀촬영'(본인은 정밀촬영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었다)같은 구체적인 것도 아닌데다, 보고있으면 모호한 구성으로 되어있었다. 여자의 가슴을 찍더라도 조명을 이용해서 촬영했고………………’
등의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고 있는 도중에
어떤 직원같은 분이 손에 뭔가 포스터 비슷한것들 들고 사무실에 들어왔다.
순간 관장의 눈빛을 봤을때 왠지 안도하는 듯한 느낌.
‘다음 전시회는 그림이다.’ 라는 말과 함께 조그만 전시회 브로슈어를 한장 쥐어주었다. 뭔가 꽃과 꽃병이 있는 정물과 나무가 있는 풍경이 있는 브로슈어. 관장은 만족하는듯 했다.
그리곤 지금 직원과 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일단 그렇게 알고, 안녕이 돌아가시라. 는 말과 함께 거의 쫒겨나듯 나와야 했다.
음…..
그야 화가난다.
약간의 실소를 머금을 수 밖에 없었다.
이번 12월달에 할 DummyFactory에서 주최하는 전시회에서
누드를 낼까 생각도 했었다만…..
갑자기 그런 생각이 사라졌다.
그냥….
좋은 사진을 내면 그걸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나이 60줄은 족히 넘어보이는 관장 어르신에게 내가 뭐라고 할 말은 없다. 다만 Art Hall이라고 장소의 이름을 그렇게 한 이상, 최소한 어느정도의 선은 있어야 되는게 아닌가 라고 생각한다.
물론 관장으로써 혹은 규레이터로써 거부할 권리는 얼마든지 가지고 있다. 그리고 수용할 수 있는 권리도 얼마든지 있다.
그것에 대해서 그리고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내가 뭐라 할 권리따윈 전혀 없다. 설령 권리가 있다 치더라도 그러고 싶은 마음은 ‘완전히 사라진다’
단지 한가지 안타까운건 장소가 좋고 분위기가 좋은 장소에서 저렇게 이런저런 제약이 많다는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수 없다.
단순히 어떤 작품이 걸릴것인가의 문제보다도, 그 전시에 따른 기타 다른 문제들 또한 그런것이다. 하다 못해서 의자 하나 바꾸는것 마저도 힘들다.
그 관장은 ‘갤러리’의 의미에 대해서 나와는 다른 방식으로 이해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찌 되었건 12월달에 하는 DummyFactory 전시회는 예정대로 할 것이고, 현재 참가하고 있는 분들에겐 좋은 원고 부탁한다는 것이다.
참고로 관장과 이야기 하면서 누드 사진 전시에 대한 권리는 대강 이야기가 되었으니, 누드를 걸고 싶다면 그렇게 하셔도 좋으리라…
그런데 이 일기의 제목이 왜 전혀 상관없는 일요일 아침이냐고?
그야 지금이 일요일 아침이고 지금은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Sunday Morning이 나오고 있다는 단순한 이유이다.
난. 일요일 아침을 좋아하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