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tter

누군가 나에게 이런말을 했다.

‘당신에게 지금 바람이 필요한거 같아’

난 순간 눈물이 찔끔 나올뻔 했다.

가로 2센치, 세로 3센치짜리 행운을 선물 받았다.

점층석으로 되어있는 (얇은 흙들이 쌓이고 쌓여서 오랜 시간동안 열과 압력을 받아서 암석이 되어버린) 얇은 돌에… 인도에서 받아왔다는 어쩐지 알 수 없는 아프리카 가면같은(인도에도 그런것이 있는건지 모르겠다) 양각의 디테일과, 얇은 줄, 뿔로 만든 조그만 구슬같은것…

검은색의 거칠거칠하지만 미끈한 느낌의 돌, 차가운 느낌의 감촉.

수줍게 말한다.

부적이라고.

플레이트 뒷면에 글을 넣고 싶어했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전동공구를 꺼내서 가장 얇은 팁을 끼워주고 글씨를 새겨주었다.

그것은 나에게 행운을 줄것이라는 내용.
짧은 한마디.

어쩐지 가슴이 조금 뭉클하다.

무척.. 고마운 일이다.
무척…….

양각으로 새겨진 그림의 느낌은…
사람얼굴이 들어있는 불꽃, 혹은 태양, 혹은 해바라기 같았다.

어떻게 사진을 찍을지 모르겠다는것.

그리 오랜기간동안 사진을 찍은건 아니다.

그 동안 여러가지의 것들을 접하고 느끼고 찍고, 그리고.. 셔터소리에 찍혀버리고, 뭐.. 그런 시시껍절한 이야기들…

사진을 찍다보면 여러가지도 느낄수 있는 스페이스랄까, 감정이랄까, 소모랄까, 위안이랄까, 따뜻한, 스며듬, 사랑, 오한, 슬픔 뭐 등등…. 아뭏든 가져다 붙일수 있는건 대부분 그렇게 되어버리는것 같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 어떤 사람을 찍기 시작하면서 부터, 처음에 가지고 있던 어떠한 ‘확고한’ 이미지, 혹은 ‘이러한’ 이미지 라는것에부터 점점점점점점 멀어저간다던지 혹은 ‘이건 아닐지도 모른다’ 라던지, 혹은 조금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난 이렇게 찍고 싶다’라는 것. 이라던지

그러한.. 것들 때문에 오히려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할지 모르게 되는 경우가 있는듯 하다.

앞에서도 이야기 했듯 그다지 사진을 오래 찍지 않은덕에 이런 기분은 처음 당하는 기분이다.

그도 그런게 지금까지 항상 내 본위로 내가 원하는데로 내가 보고 느끼는데로만, 다시 말해서 피사체의 ‘어떠한 것’ 그 자체를 완전히 내것으로 생각하거나 만들어버리고 나서 담아버렸다고 생각한다면…

요즘은 나를 최대한 죽이고 어떠한 피사체에 대한 느낌을 살려내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되다보니.. 점점 더 알수 없어진다.

지금 현재 어떠한 틀속, 행동반경 속에서 움직이려고 하다보니 이렇게 되는것이다. 라고 스스로 위안은 하고 있지만, 실은 그러한 행동 반경내에서도 그녀의 매력같은건 충분히 뽑아낼수(과연 정당한 단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나오는 결과물은…..

너무 재미없다..

과연 무엇이 잘못되었고 무엇부터 다시 시작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내가 너무 억지를 부리고 있는게 아닐까..

정말 보이고 느끼는데로 찍어야 하는게 아닐까.
왠지 대학교 1학년때의 똑같은 물음이 다시 생각나고 있는 요즘이다.

추신 : 요즘 들어서 ‘눈(目)’을 찍는다는게 정말 어렵다는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뭐가 빠진것일까. 뭐가 부족한 것일까 도대체 뭐가 잘못된 것일까. 왜 감정이 풍부한 질감속에서 코어(Core)는 빠저버린듯한 느낌이 드는 것일까.

밀린 필름 현상.

약 18롤 정도의 현상하지 않은 필름이 있다.
대강 1달정도는 된듯 하다.

그날… 태풍이 오던날 찍었던 사진들….
그리고 그 밖에 남았던 사진들…

왜 이제서야 현상을 하는건지.
냉장고에 넣기는 커녕 오히려 멀건 햇볕이 들어오는 곳에
촬영했던 필름을 놔두었다.

특별히 일부러 그렇게 하려던건 아니었다.
그냥 어짜다 보니…

이제서야 현상을 하게 된다.

일.

전혀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난 게으르다.

그 덕에 아주 궁핍한 생활까진 아니더라도 조금은 힘들게 살고 있다.

일이 들어왔다.
밑의 주인집의 의뢰로 유치원생인가 정도 하는 애들의 졸업사진을 찍어달라는 일이었다.

다행이었다. 보통 이런 사진은 컷당 15000원정도 받지만..
난 그렇게까진 못받더라도 10000원에서 8000원 정도는 받을줄 알았다.

요즘 너무 힘들게 살고 있어서 돈이 매말라 있던터에 정말 다행인 일이었다.

오늘 오후 수업은 굉장히 중요한 전공수업이 있었다.
실질적으로 내가 중심으로 전공하고 있는 그런 수업.

교수님께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리포트는 미리 해서 그 수업에 참석하는 사람에게 대신 제출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약속 시간은 2시였다. (적어도 내가 알기론)

시간이 되기전에 있는 돈을 탈탈 털어서 반사판도 어렵사리 하나 구입했다. 디퓨즈 판도 하나 필요해서 아크릴판 하나 큰걸 구입해서 그 위에 트레팔지를 곱게 입혔다. 별것 아닌 자작 디퓨져 이지만 제법 쓸만했다. 필름도 구입했다. 주위에 고마운 녀석에게 좋은 렌즈와 노출계도 빌렸다. 무척 고마운 놈이다.

정말 좋은 졸업사진을 찍어서 그 애들에게 주고 싶었다.

시간이 되어서 연락이 오지 않차, 직접 내려가서 물어봤더니 연기되었단다. 금요일 오후에 하면 되지 않겠냐고.

속으로 생각한다. 금요일 오후에도 전공 수업이 있다.
겉으로 내색은 안하지만 다시 고민하고 있다.

페이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난 일반적인 시세에 대해서 이야기 했고, 그 가격보다는 저렴한 8000원에서 10000원선으로 이야기를 했다.
컷당 가격이 아닌 일당으로 주겠다고 했다.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그렇게 할빠엔 그냥 아르바이트생을 쓰는게 좋다고, 안되면 다른 사람을 찾아 보겠다고, 일단 금요일 연락을 주겠노라고…

그래.. 좋다.

난 돈이 없으니까 컷당이든 일당이든 일단 돈이 들어 오는 일이니까…

확실히 내 주위에 있는 나를 아는 사람은 내가 게으르다는것을 잘 안다.
하지만 정말 이런경우에는 화가 난다.

‘일’ 이라는건 혹은 ‘일’이라는걸 하다보면 여러가지 일들이 있을 수 있다. 그야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 맘대로면 되면 얼마나 좋겠냐만, 그렇게 쉽게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하다보면 이득을 볼때도 있고, 그야 손해를 볼때도 있는것이다.

안다..

하지만. 오늘같이 날씨가 시리도록 좋은날, 이토록 기분이 나쁜것은 어쩌란 말인가.

아직, 어른이지 못한것이라고…. 그런거라고 책임회피를 하기엔 그렇다고 하더라도 너무 기분이 좋치 못하다.

비록 지금 수업은 끝났겠지만… 학교에 가서 리포트에 대한 프레젠테이션도 직접 하고 (비록 학생은 없이 교수와 1:1 이겠지만) 책이나 좀 읽고 돌아와야 겠다.

‘일’이라는걸 하다 보면 이런 ‘일’도 있는거겠지.

모르는척 한다는 것.

이것이 좋은것인지 아니면 나쁜것인진 모르겠다.

‘나도 알고 있고, 그녀도 알고 있다. 알고는 있지만 말해서는 안되는 말을 목구멍을 꺾어 참아 누르고, 앉아있는던 자리엔 약간의 온기가  남는다. 그리곤 둘은 곰돌이 산으로 출발한다.’ 라던지 할지도 모르겠다.

모르는척 해달라고,
그녀는 짧게 한마디 한다.

모르는척 한다는 것.

난 그녀가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굳이 꺼내서 말을 확인해 볼 필요는 전혀 없다.
하지만 뭐랄까…
어쩐지 안타깝고 즈릿즈릿한 느낌이 드는건 도저히.. 거기까진
어떻게 콘트롤 할 수 있는 도리가 없다.

그저 공기속에 떠있는 말의 꼬리를 못본척 하는 수 밖에 없다.

그냥.. 그렇다는것.

‘그리고 두 사람은 곰돌이 산에 도착해서……’

따뜻한 햇살, 시원한 바람, 부드러운 냄새. 그리고 늦은 저녁.

학교를 마쳤다.

송정엘 갔다.

가을냄새를 넘어서, 어쩐지 풋풋한 그리고 살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비릿하지 않은 바다 내음.

이야기를 하고. 눈을 보고. 시선을 보고, 날 보고 있는 눈을 보고, 바다를 보고, 바다도 날 본듯 했다.

사진을 몇장인가 찍었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듯한 그런 느낌이지만.
셔터를 누를때마다 들리는 ‘박혀드는’ 소리는 찍고 있는 나로써도 유달리 크게 들린다.

어쩐지 정확하겐 말할 수 없지만. 기억나는 것은…

냄새. 향기. 진동. 그리고 눈동자….

어떠한 사람을 느낄때.

‘안녕하세요’

‘응’

그렇게 만난다. 이야기를 하고 뭔가를 나누고 그리곤 헤어진다.

‘보고 싶었어요’

‘응’

그렇게 만난다. 이야기를 하고 뭔가를 나누고 그리곤 헤어진다.

‘보고 싶었어요’

‘그래’

그렇게 만난다. 이야기를 하고 뭔가를 나누고 그리곤 헤어진다.

‘보고 싶었어요’

‘보고 싶었어’

그렇게 만난다. 이야기를 하고 뭔가를 나누고 서로를 보고 그리곤 헤어진다.

‘항상 느끼는건데 말야, 난 널 잘 모르겠어. 뭔가를 숨긴다던지 아니면 너의 생각을 좀체로 말하질 않아. 왜 그래? 어떤 사람에겐 그것이 상처가 된다는걸 모르는거야?’

‘아.. 그래..’

예전엔 그랬었다. 내가 좋아하고 내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를 보는 일이다…
그리고 지금 역시 변함이 없다.

누군가 그랬다.

눈에 보이는 것에 너무 빠져 있는 사람이어서, 살아가면서 다른 것을 잘 움켜쥐지 못한다는 말.

간간히 보일때…

갑자기…

아니.. 문득 스쳐지나가는 표정들을 보는게
괴로울때가 있다.

Complete with me.

Complete with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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