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컬러로 촬영했던 필름을 정리할 일이 생겼다.라이트 테이블에 불을 올리고, 필름 스트립 전체를 빠르게 훑는다.때론 정리의 목적과는 관계없는 것을 루빼로 찬찬히 보기도 한다. 며칠 동안 이것을 반복하던 중, 문득 컬러로 촬영했던 필름을 정리하게 했던 이유가 바스러지듯 힘을 잃어간다. 정말, 새삼스럽지만 사진이라는 형식미는 잔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