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마치고, 다소 출출한것 같아서 수강생들과 함께 40계단 밑에 있는 분식점엘 갔다. 간단히 순대라도 한접시 먹으면서 속을 달랠려는 심산이었다. 그렇게 주문을 하고 있다 갑자기 핸드폰의 전화벨이 울린다.
반가운 목소리.
남포동 나온김에 작업실에 들렸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분식집으로 내려오시라는 말을 하고 기다렸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왠 녹차통 같은걸 스윽 내민다.
와아, 결국 구입하셨군요? 앞으로 라이트 박스에 필름 보는 재미가 더더욱 쏠쏠하겠군요. 라고 말하며 녹차통 같이 생긴 슈나이더 루뻬의 박스를 봤었다. 한번 구경해도 될까요? 라고 말하며 박스를 건네받으며 두껑을 열려고 하는 순간, 난 귀를 의심했어야 했다.
\”선물입니다.\”
\”네?\”
\”선물입니다.\”
\”네? 선물이라구요?\”
\”네. 선물입니다.\”
순간 너무 당황스러워서 어찌 말을 못하다가, 겨우 정말입니까? 라고 물을 수 밖에 없었다. 실은 최근 몇년 동안 사용했던 루뻬가 망가져 부셔졌었던 것 이었다.
\”어짜피 작업실 사람들 다 같이 쓰는거고, 저도 쓰는거고 하니까…\” 라고 말하며 그 특유의 나는 도저히 따라하기 힘든 웃음을 지었다.
미안스럽고, 고맙고 따스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비록 사소한 것일런진 모르겠지만, 내 팔자에 슈나이더 루뻬를 쓸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이런식으로도 되는건가 보다. 확실히 눈이 시원하고 사진의 구석구석까지 디테일 하게 보이면서도 왜곡으로 인한 눈의 거슬림이 없다. 1년 정도 목욕을 안하고 때가 피부에 쌓여있다가 목욕탕에 가서 말끔하게 싹 밀어버린 기분이다.
그다지 말주변이 없어서 고맙고 감사하다는 마음을 잘 전달하지 못했던 것이 왠지 아쉬웠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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