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가 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가을이 오기 전까지 어떻게든 교미를 해야 한다. 수년의 시간 동안 땅밑에 있다가 나무에 올라가선 미친듯 울어대는 매미들은 여름 한철 교미를 위하여 마지막 순간까지 비명을 지른다. 매미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으면 여름의 끝이다. 올해의 여름은 이제 잊어야 하는 시간이다. 손을 흔들어도 좋고, 고함을 쳐도 좋다. 정신 없이 혹은 무심하게 정신 차려 보니 가을이더라. 라는걸 느끼는 순간 이미 겨울의 문턱이다.
오늘도 지구는 하루 분의 자전을, 아니 한바퀴 자전을 하고, 공전을 하루 분 만큼 움직인다. 하지만 하루가 늘 24시간 인것은 아니다. 46억년전 자전을 하는 시간, 즉 하루는 4시간이였다. 그리고 얼마 후 소행성과 지구와 출동하고 그에 파편들이 모여 달이 생겼다. 달은 지구의 반대 방향으로 바닷물을 끌여당겼고 그로 인에 지구의 자전 속도는 점점 느려지고 하루는 점점 길어져갔다. 하루가 길어질 수록 1년의 일수는 줄어갔다.
20억 년 전 1년은 800일 하루는 11시간
8억 년 전 1년은 500일 하루는 17시간
4억 년 전 1년은 400일 하루는 22시간
1억 년 전 1년은 375일 하루는 23.5시간
10만 년에 1~2초씩 늘어나는 하루의 길이
3억 6천만 년 뒤 하루는 25시간이 된다
그리고 75억 년 뒤에는 지구가 완전히 자전을 멈춰
낮과 밤을 포함한 하루의 개념이 없어진다
우리가 살아가는 365일의 1년
24시간의 하루
그것은 태양, 달, 지구가 만들어가는 거대한 시간의 한 순간.
.
어제 오전에 매미가 울었다. 한창 여름일때 보다 풀이 조금 죽은 느낌이다. 그래도 종족 번식을 하려, 조그만 몸뚱아리 터지도록 소리 지른다. 서글픈 느낌이 불투명한 젖빛 유리 처럼 엷게 지나갔다. 멍하게 5초 정도 있었다. 일년 같은 5초 였다.
53초가 지난 후에 갑작스럽게 죽는다 하더라도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생전에 내게 주어지고 할 수 있는 것은 무한이 0에 가까울 만큼 한정적이여서 내가 무엇을 한다 한들 무엇이 바뀔것이라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다만 찰나의 순간이라도 무엇인가 상기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나는 족하다.
내가 존재하고 있음에 찬사를.
내가 존재 할 수 있도록 인식 할 수 있게 해준 나 이외의 것에 찬사를.
나와 외계의 구분이 없었다는 것을 일깨워준 모든 것에 감사를.
모든 아픈 것과 아픈 것들과 아프게 한 것들에게 찬사와 감사를.
이미 나 자신이 우주였음을. 그리고 우주도 그 무엇도 아니였음을.
재와 먼지가 되어 없어짐에 무표정한, 사랑을.
매미 소리를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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