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인간은 성악설에 매우 가깝지 않은가 하고 나는 생각한다. 물론 여기엔 기본적으로 선이란 무엇이고 악이란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고 정의를 내려야 하는 것이 타당하리라. 그러나 지금의 이야기는 무척 심플한 이야기다.
요즘 나의 사소한 습관중 하나는 지나가는 편의점의 내부와 그 가계에서 일하는 사람, 손님들의 동작과 표정을 보는 것이다. 모두가 비슷해보이지만 희안하게도 가계마다의 표정이라는 것이 약간씩 다르다.
그리고 이것은 쉽게 예상 할 수 있듯, 기본적으로 단순하고 답답한 기분을 주기 나름이다.
하지만 가끔은 의외의 기분을 전해주기도 하는데 이것이 앞뒤 맥락을 알기 쉽지 않는 것이 나름의 매력 중 하나이다.
작업실 돌아오는 길에 자그만 편의점 옆을 지날 찰나였다. 손님이 편의점 문밖을 막 나가는 순간, 무슨 연유인지 모르겠으나 미인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절묘하게 미묘하지만 젊고 표정이 밝으며 또렷한 느낌의 아르바이트 처자가 웃으면서 손에 쥔 물건을 들고 밖에 나가는 손님에게 인지 나에게 인지 도무지 시선의 방향을 알 수 없는 눈과 마주쳤다.
희안하게도 왠지 모르게 잔잔한 감동 같은 것을 느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저정도 인물이라면 살살 꾸며서 밤에 주로 영업하는 전문적인 업소에서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쉽게 버는 인구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편의점에서 열심히 일하는 모습 때문만은 아니지 싶다. 어떤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기본적인 선함과 따뜻함이 묻어나는 표정이였다. 그 맥락이 너무나 궁금하여 편의점으로 들어가서 그 아르바이트 처자에게 묻고 싶었다.
그러는 찰나 편의점 바로 앞에 있던 횡단보도에선 기다리던 녹색불이 켜지고 때르륵 거리는 소리가 빨리 건너라고 재촉한다. 뭐, 이런것도 나름 괜찮겠지. 라는 생각을 하며 천천히 발길을 돌려 아스팔트 위 흰색 횡단보도 선을 밝는 순간,
흰색의 SUV 차량이 내 얼굴에서 약 한뼘 반의 차이로 흰색의 매케한 냄새를 남기며 굉장한 속도로 지나갔다.
그리고 편의점 처자를 본 순간 부터 매케한 냄새까지의 걸린 시간은 9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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