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물옆 바위 밭에 홀로 앉아
그윽히 피리를 불때
어디선가 흰나비 한마리 날아와
피리끝에 앉았던 기억.
에해라 내가 꽃인줄 알았더냐
내가 네 님인줄 알았더냐
너는 훨훨 하늘로 날아올라와
다른 꽃을 찾아가 보아라
눈 멀고 귀먼 내 영혼
그저 길에 핀 한송이 꽃
나비처럼 날아서 먼 하늘도 그저 흐느적 날고 싶지
에해라 내가 꽃인줄 알았더냐
내가 네 님인줄 알았더냐
눈 멀고 귀먼 내 영혼도
그저 나비처럼 날고 싶지
눈멀고 귀먼 내 영혼도
그저 흐느적 날고 싶지.
김두수 – 나비
http://dummyfactory.net/main/box/file/butterfly.wma (듣기)
편입 희망생이었던 정미군이 드디어 경성대 사진학과에 합격했다.
늦었지만,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 동안 나와 함께 수업하면서 싫은 소리, 잔소리, 같은 소리에 울기도 하고, 고생도 많이 했지만 듣고 참는다고 고생 정말 많이 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네가 찍고자 했던 것에 대한 시선과 애정, 그리고 노력에 대해서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었다는 것도) 진심으로 너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사진은 만들어 내는것이 아닌, 만들어 가는 것 이기에…
전시회 준비가 다 끝나고, 이제 겨우 한숨 쉴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만든 별 것 아닌 인화지 몇 쪼가리에 무슨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겠냐만. 그런 의미없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사기는 치지 않았다.
그것 만은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다.
프린트를 하고나면 언제나 발이 아프다.
할땐 잘 느끼지 못하는데, 어느순간 임계점에 달하면 피곤함이 순식간에 나를 잠식해 버린다. 그래도 꿋꿋히 참고 프린트를 계속 한다치면 분명 실수 한 두가지씩은 하기 마련이다. 아주 엄청난 대형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럴땐 그냥 쉬는게 좋겠지만, 일단 한번 시작하면 지칠때까지 하지 않으면 안되는 근성이라 그런지 쉽게 콘트롤 하기 힘들다. 이런건 참 비능률적이라곤 생각하지만, 뭐 어쩌겠어.
라는 식으로 계속 암실에 특어박혀 작업을 계속 한다. 이렇게 몇번의 고비를 거치고 나면, 정말 지쳐버린다. 그땐 정말 쉬어 주어야 한다.
지금이 그 때다.
셀렉트가 잘 되지 않는다.
셀렉트 할때는 어떠한 불편함이 나의 셀렉트를 도와주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항상 그랬었다. 물론 지금 준비하고 있는 작품 또한 마찬가지 이다.
이것과는 다른 어떤 종류의 불편함이 나의 셀렉트를 방해 하고 있다.
그 불편함이 어떤것 인지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그것이 무엇인지 이미 난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몇일동안 6차 셀렉트까지 했었던 것을 몇일 동안 묵혀두고
사진엔 손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이런 경우엔 억지로 하면 억지스럽게 되어 버린다.
그리고 그것은 그 누구보나도 자신이 제일 잘 안다.
관객은 커녕 자신조차 만족(어려운 단어다)할 수 없는 것이 나와버린다. 이렇게 되어버리면 이것은 내 사진이 아니다.
오늘 조금 마음이 놓여 셀렉트를 잘 하고 있던 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번쩍 지나가면서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어쩌면 난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