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입 희망생이었던 정미군이 드디어 경성대 사진학과에 합격했다.
늦었지만,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 동안 나와 함께 수업하면서 싫은 소리, 잔소리, 같은 소리에 울기도 하고, 고생도 많이 했지만 듣고 참는다고 고생 정말 많이 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네가 찍고자 했던 것에 대한 시선과 애정, 그리고 노력에 대해서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었다는 것도) 진심으로 너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사진은 만들어 내는것이 아닌, 만들어 가는 것 이기에…
전시회 준비가 다 끝나고, 이제 겨우 한숨 쉴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만든 별 것 아닌 인화지 몇 쪼가리에 무슨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겠냐만. 그런 의미없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사기는 치지 않았다.
그것 만은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다.
프린트를 하고나면 언제나 발이 아프다.
할땐 잘 느끼지 못하는데, 어느순간 임계점에 달하면 피곤함이 순식간에 나를 잠식해 버린다. 그래도 꿋꿋히 참고 프린트를 계속 한다치면 분명 실수 한 두가지씩은 하기 마련이다. 아주 엄청난 대형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럴땐 그냥 쉬는게 좋겠지만, 일단 한번 시작하면 지칠때까지 하지 않으면 안되는 근성이라 그런지 쉽게 콘트롤 하기 힘들다. 이런건 참 비능률적이라곤 생각하지만, 뭐 어쩌겠어.
라는 식으로 계속 암실에 특어박혀 작업을 계속 한다. 이렇게 몇번의 고비를 거치고 나면, 정말 지쳐버린다. 그땐 정말 쉬어 주어야 한다.
지금이 그 때다.
셀렉트가 잘 되지 않는다.
셀렉트 할때는 어떠한 불편함이 나의 셀렉트를 도와주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항상 그랬었다. 물론 지금 준비하고 있는 작품 또한 마찬가지 이다.
이것과는 다른 어떤 종류의 불편함이 나의 셀렉트를 방해 하고 있다.
그 불편함이 어떤것 인지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그것이 무엇인지 이미 난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몇일동안 6차 셀렉트까지 했었던 것을 몇일 동안 묵혀두고
사진엔 손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이런 경우엔 억지로 하면 억지스럽게 되어 버린다.
그리고 그것은 그 누구보나도 자신이 제일 잘 안다.
관객은 커녕 자신조차 만족(어려운 단어다)할 수 없는 것이 나와버린다. 이렇게 되어버리면 이것은 내 사진이 아니다.
오늘 조금 마음이 놓여 셀렉트를 잘 하고 있던 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엇인가가 번쩍 지나가면서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어쩌면 난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말 못난 소리지만, 요즘들어 다대포에 사진찍으러 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썩 기분좋게 받아들여지진 않는다. 치기어린 소유욕 때문도 있겠거니와 다대포는 이러한 곳인데 왜 저렇게… 라는 분명 못난 아집과 심보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다대포 입장에서 보면 결국 나 또한 이물질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지만 카메라 들고 있는 사람이 많은 다대포 라는건 나에겐 미묘한 이물감으로 가다온다.
혼자서 맘 편안히 갈 수 있었던 조용한 바가 있었는데, 어느날 손님들이 바글거리고 있고, 목소리가 커서 음악도 잘 들리지 않는다. 그래도 억지로 맥주를 시켰지만 10분을 버티지 못한체 술값을 치르고 나와버리는 밤 2시 46분쯤의 기분인 것이다.
그런 날도 있는 것이고, 평소 조용한 가계 (장사가 잘 안되는) 주인장 입장을 생각한다면 장사가 잘 되고 그 가계가 망하지 않도록 운영이 될 수 있는 것에 그 손님들에 대해서 내가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까지 미치고 나면 괜히 짖굳게 담배 한개비 물어 재끼고 멀쩡한 라이터(그 상황에선 불이 유난히 잘 켜지지 않는) 에게 화를 낸다. 역시 심뽀가 고약하고, 근성이 나약한 탓이다.
하지만 밤 2시 46분의 기분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결국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것인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