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만들었던 명함은 다 쓴지 오래고, 한 동안 명함없이 살았다.
딱히 줄만한 사람도 없었거니와 나의 게으름이 제일 큰 이유다.
그렇게 거의 반년넘게 지내다보니, 이놈의 명함이라는게 없어서 불편하고 귀찮은 경우가 종종 있다. 만들어야지 라고 생각만 줄창 하다가 2달전 명함의 디자인을 만들었다.
바로 인쇄소에 넘기기만 하면 되는데, 내 작업실과 인쇄소의 거리는 불과 5미터 채 되지 않는다. 그 거리를 가는데 2달이 걸렸다.
내 명함엔 Photographer Won-ju Oh 라는 말을 넣었다.
고민을 했다. 과연 내가 저 말을 쓸 수 있는 자격이 있는가?
그리고 Photographer인가 아니면 Artist인가 라는 고민도 있었다.
고민끝에 결국 인쇄를 맡겼다.
중요한 것은 마인드 이다.
통상 장례식이라고 불리우는 그러한 절차에 따라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그러한 무거운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는 능력도 없거니와, 그럴 필요성 또한 난 느끼지 못한다.
망자는 망자일뿐이고 산자는 산자일 뿐이다.
하지만 망자의 자리에서 산자들의 모습이 망자를 삼켜가는 모습으로 느껴진다는건, 내가 적응력이 부족한 탓 인가?
살아있는 사람은 앞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라는 식의 말은 하고 싶지 않다. 그래봐야 변화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쩌면 딱히 변화따위 없어도 상관없는지도 모르겠다.
단지, 약간 슬픈 기분이 들 뿐이다.
쉽게 설명하기에 나의 능력이 너무 부족하여 어떻게 말을 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가끔 사진에서 망자의 혼령이 느껴질때가 있다. 비록 지금 이 순간에 살아있는 이가 찍혀있는 사진이라도 말이다.
그는 최소한 내가 보고 느끼기에 대단히 사진을 사랑(다른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는다)하는, 그리고 만약 그러한 자격이라는게 존재한다면, 충분히 사진을 앞으로 해야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물론 지금도 마찬가지 이다.
난 그를 의심적은 단 한번도 없다. 그가 하고자 하는 의지 그대로 순수히 응원해주고 싶다. 심지어 그가 사진을 그만둔다고 할지라도 난 이해 할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고 현실과의 싸움을, 타협을 하고 있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사진을 하기 위해서 이다. 어떠한 측면에서 보면 나보다도 훨씬 더 큰 사람이다. 그도 그럴것이 난 하루 하루 찍는것에 만족하는 그런 사람이라면, 그는 더 넓은 그리고 더 깊은 마음을 가지고 사진을 계속 할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 라고 느끼고 있기 때문에, 진심으로 응원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러한 시간들 자체가 오히려 그의 사진에 분명한 자양분이 될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실지로 그러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진 이란 것은…
모쪼록 언제고 닭똥집에 소주 한잔 할 수 있는 그런 시간이 다시 오길 난 고대하고 희망한다.
사진이란거, 정말 별 의미 없는 별 가치 없는 그러한 무지랑깽이 라고 난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 이라고 생각한다.
저 물옆 바위 밭에 홀로 앉아
그윽히 피리를 불때
어디선가 흰나비 한마리 날아와
피리끝에 앉았던 기억.
에해라 내가 꽃인줄 알았더냐
내가 네 님인줄 알았더냐
너는 훨훨 하늘로 날아올라와
다른 꽃을 찾아가 보아라
눈 멀고 귀먼 내 영혼
그저 길에 핀 한송이 꽃
나비처럼 날아서 먼 하늘도 그저 흐느적 날고 싶지
에해라 내가 꽃인줄 알았더냐
내가 네 님인줄 알았더냐
눈 멀고 귀먼 내 영혼도
그저 나비처럼 날고 싶지
눈멀고 귀먼 내 영혼도
그저 흐느적 날고 싶지.
김두수 – 나비
http://dummyfactory.net/main/box/file/butterfly.wma (듣기)
편입 희망생이었던 정미군이 드디어 경성대 사진학과에 합격했다.
늦었지만,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 동안 나와 함께 수업하면서 싫은 소리, 잔소리, 같은 소리에 울기도 하고, 고생도 많이 했지만 듣고 참는다고 고생 정말 많이 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네가 찍고자 했던 것에 대한 시선과 애정, 그리고 노력에 대해서 (그리고 그렇게 할 수 있었다는 것도) 진심으로 너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사진은 만들어 내는것이 아닌, 만들어 가는 것 이기에…
전시회 준비가 다 끝나고, 이제 겨우 한숨 쉴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만든 별 것 아닌 인화지 몇 쪼가리에 무슨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겠냐만. 그런 의미없음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사기는 치지 않았다.
그것 만은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다.
프린트를 하고나면 언제나 발이 아프다.
할땐 잘 느끼지 못하는데, 어느순간 임계점에 달하면 피곤함이 순식간에 나를 잠식해 버린다. 그래도 꿋꿋히 참고 프린트를 계속 한다치면 분명 실수 한 두가지씩은 하기 마련이다. 아주 엄청난 대형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이럴땐 그냥 쉬는게 좋겠지만, 일단 한번 시작하면 지칠때까지 하지 않으면 안되는 근성이라 그런지 쉽게 콘트롤 하기 힘들다. 이런건 참 비능률적이라곤 생각하지만, 뭐 어쩌겠어.
라는 식으로 계속 암실에 특어박혀 작업을 계속 한다. 이렇게 몇번의 고비를 거치고 나면, 정말 지쳐버린다. 그땐 정말 쉬어 주어야 한다.
지금이 그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