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부터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에겐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
소중한 사람들은 역시 날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럴 것이라 생각한다)
일분, 한시간, 하루, 한달, 일년 이렇게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짐으로써 완성을 시킨다. 그렇게 머무는 사람, 같이 가고 있는 사람, 방향이 달라진 사람, 사라진 사람, 나타난 사람도 있을것이다.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 P군, Y형, J형은 많이 가깝게 지낸 사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각자 자신의 일이 바쁘게 지내고, 나이가 들어가며
서로의 얼굴을 직접 볼 시간은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딱히 얼굴 보지 않아도 별 걱정없고, 그냥 별 탈 없이 잘 살겠지. 딱히 연락없는걸 보니 사고는 없는것 같군. 이라는 식의 관계가 된것은 2~3년 전 부터였다.
어쩌다 얼굴 본다고 하더라도 딱히 중요한 이야기도 아니고, 당연히 뭔가 아주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그다지 없다. 그냥 평소에 하는 별 시덥잖은 소소한 이야기들, 그다지 의미부여할만한 일이 없는 그런 자신들의 이야기들. 그렇게 술한잔 하고, 약간의 취기가 오르면 그냥 편해지는 그런 느낌.
각자의 생활속에 한번에 모여 얼굴 볼 기회는 이젠 거의 없어진것 같지만, 마음속으로 항상 고맙게 느끼고 있다.
나를 이루고 있는것은 나 자신에 의해서 이기도 하지만, 나의 소중한 사람과 소중하지 않은 사람들로 인해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무리 잘나봐야 사람이 없으면 달리 의미가 없다. 나를 지금껏 존재 할 수 있게, 견딜 수 있게 그리고 앞으로 계속 살아 갈 수 있도록 해준 \’소중한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고개 숙여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비록 지금은 갚을만한꺼리 따위 전혀 가지고 있는게 없고, 이런저런 신세를 지고 있는것 밖에 없다. 그래서, 나중에 (이 나중에 라는것은 항상 비극적인 요소가 포함되기 마련이지만) 잘 되고 나면, 화끈하게 갚아주리라. 고 마음 먹었다.
그리고 날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그리고 날 싫어하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 하고 싶다.
추신 : 정말 고맙소.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정말 화끈하게 갚으리라.
필름 현상을 마치고, 잠시 시간을 두고 머리가 멍해졌다.
가끔은 내가 똑똑한건지 멍청한건지 알 수 없을때가 있다.
약 3~4주 동안 냉장고에 고히 모셔두었던 마지막 버드 한병을
꺼내 들어 한모금을 마셨다.
썩은 보릿물의 알싸한 맛이 식도를 타고 위장을 따라서 다시 어깨로 올라와선 굳어있던 몸을 노곤히 풀어준다. 손목시계에선 찟 찟 소리가 들린다.
이 짧은 문장 몇개를 쓰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이 일기를 쓸때 맥주를 가져와 지금 이 문장을 치고 있을때 남은 맥주는 반모금 남았을 뿐이다.
내가 맥주 마시는 속도를 아는 사람이라면, 짐작이 가겠지.
그 시간동안 뭘 했는고 하니, 핏줄기속에서 알콜이 도는 열기를 무심함을 숨소리를 들었다.
……
문득, 뒷 정수리쪽이 뻣뻣 해지면서 몸이 노곤해지기 시작 할때면
한가지 고민을 하게 된다.
\’무엇을 할 것인가\’
전혀 연결고리가 있을법 하지 않는 느낌이 들지만, 나의 경우 대부분 이런식으로
연결이 된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고민을 하기 시작하면 급류를 탄 조그만 나무 3개를 엮어 만든 땟목에 몸은 휘청휘청 거리는 기분이 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것은 계속 가속하기 시작한다.
머리와 마음속은 이렇게 번잡스럽기 시작하지만, 바로 이때가 좋을때다. 그간 하기 싫었던 일, 밀렸던 일, 귀찮지만 억지로라도 해야만 하는 일들을 하기엔, 이런 상태는 상당히 도움이 된다. 한가지 더 첨부하자면 단순 반복 노동집약적인 일이 좋다.
이것이 이토록 포지티브하게 흘러만 준다면야 이런 복잡스런 심경도 나름대로 즐겁게 즐겨 볼만도(?) 하지만, 마음이 침잠하기 시작하면 이미 이것은 고통이다. 그렇게 발작성 우울증은 시작이 된다.
몇일전인지 몇주전인지, 발작성 우울증이 시작되었다고 썼었다. 그리고 그 상태는 악착같이 지금도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차라리 몸 전체에서 신문지를 졸여 놓은듯한 회색의 아우라가 뿜어져 나올땐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어떤 의미에서 고통스러운것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일땐 몸도 마음도 몹시 피곤해진다.
아, 어쩌면 이게 진짜 \’우울\’이라는 건지도 모르겠군.
몇년 전엔가, 넨 골딘의 사진집을 보면서 간단한 토론을 한적이 있었던것 같다. 각기 나름대로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논리적인 그리고 이론적인 접근을 시도한 이야기도 있었다.
내 차례가 오자, 난 말했다.
\’사랑 입니다\’
I\’ll be your mirror 라는 사진집의 시덥잖은 제목을 보면서 그리고
그 속에 있던 사진들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것 이었다.
물론 그 말을 한 순간 찬물을 끼얹은듯 조용해졌다.
난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사랑\’ 이다.

Tank : 5 rolls small tank (15xx)
Temp : 20
Dev : D-76 (1:1)
Dev time : 9\’ 30\”
Film : Kodak Tri-X 400 (135)
Rotation speed : P
Agitation : Nomal & Reverse
Agitation Speed : long
추신 : 현상의 편의성에 있어서, 현재로썬 메뉴얼 프로세스가 더 편할것이라 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