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df_Mutter

마른 하늘의 벼락 맞기.

나름대로 조그만 일을 하려고 하다가..
그래. 좋은 느낌이군. 잘 될것 같다. 준비도 잘 되고 있고.
데이터도 착실히 모으로 있고, 사진 자료도 착착 모아지고 있고
잘 되고 있어. 라고

일을 진행시키다가 갑자기 마른하늘의 벼락을 맞는 기분은 다들 가끔 한번씩은 있을듯 하다.

어찌된게 뭔가 일이 잘 되어가는것 같다가… 결정적으로 결정적인 압력이 들어와버려서 이걸 어떻게 하지라고  고민을 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아니면 그냥 포기하고 다른걸 찾아야 하나…라고 생각하고 고민해본적은 한번씩 다 있을듯 싶다.

사업도 마찬가지고, 인간관계도 마찬가지고, 연애도 마찬가지겠지만.
정말 이런 ‘벼락’은 좀 피했으면 싶다. 어쩌면 오히려 더 잘된 일일수도 있다. 이미 일이 런칭되어 진행해 나가고 있는 중에는 오히려 피해가 더 클수도 있으니까 오히려 잘 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옛날… 5년전에 누군가 나에게 해주었던 말을 다시금 상기하게 되었다.

‘그래.. 원주….. 잘 되려고 그러나 보다.’ 라고…

5년 전에 들었던 이 말은 아직까지고 내 가슴속에 남아있다.
언제고 힘들때, 괴로울때, 무척이나 가슴아프고 시려울때, 몸이 아플때, 너무 외로워 술조차 들어가지 않고 패잔병처럼 축 늘어져 있을때, 피폐해져있을때도…… 그럴 때에도 그 짧은 한마디는 온건히 나를 부드럽게 쓸어주고, 가만히 응시하며 날 바라보고, 손은 내밀어주진 않치만 그 호흡의 냄새와 따뜻한 피냄새…… 다시 일어설수 있게 해준 그런 작고도 큰 따뜻함이 되었다.

그저 지금 내가 계획하고 있는 조그만 일에 이렇게 큰 비약을 한다고 생각할런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래… 원주……. 잘 되려고 그러나 보다…….’라고 부드럽고, 따뜻하고, 온건한 그 말 한마디에 난 지금까지도, 그리고 아직도 버티어 내고 있다.

난 말이라는것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아무것도 아닌 말. 하지만 순간에 모든것이 되기도 하는 그 말 한마디….    말.

그래서 난 마른 하늘에 벼락을 맞을지언정 다시 일어 설 수 있다.

언젠가 나도 어떤 사람에게 가슴깊은곳으로 부터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무척이나 좋은 일이다. 진정.

ICO.

플레이스테이션2용 게임인 ICO(이코) 라는 게임을 플레이하고
엔딩을 보았다.

요즘같이 스펙터클하고 화려하며 호흡이 무척 빠른 게임들과는 반대적인 느낌.

물, 바람, 소리, 빛, 그림자, 어둠, 소년, 소녀가 나온다.

대화조차 통하지 않는 (서로 사용하는 언어가 전혀 다른) 여자 주인공 요르다와 주인공인 어린 소년 이코. 뭐 그런 이야기.

손잡기 버튼을 누르면 요르다와 이코는 손을 잡는다.
그때 소녀의 심장이 패드의 진동으로 전해진다.

직접… 플레이 해보길 강력이 권장한다.

추가로 이코의 뜻을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난 상당히 놀랬다.
그냥 주인공 이름이 ICO겠지 싶었는데..

I(나) CO(함께)의 합성어.

나와 함께…

빌려서라도 해보길 권한다.

옛날 LIFE를 뒤적이다.

사진은 하나의 작은 목소리일 뿐이고.
나의 사진의 테마는 언제나 사랑이다.

– W. Eugine Smith

밤샘.

어쩌다보니 여러가지 일로 밤샘을 하고나서 몸이 추우욱 늘어진 상태로
아침을 맞고… 오랫만에 목간이나 갈까 싶은 마음에 필요한 몇가지 것들을 챙기고 목간탕엘 갔다.

대강 편하게 입고 나간 옷과… 아무렇게나 신은 신발.
아침녘에 나갔을땐 아침 특유의 쿰쿰함과 싱그러움. 그리고 햇볕의 냄새가 나의 몸을 지나갔다.

일요일 아침이기에 지나가는 골목에는 사람하나 없었다. 주섬주섬 걸어나와서 도로를 지나 육교를 건너서 가는 동안 자동차를 제외하곤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이 아침 시간에 도시 전체중에 나 혼자만 덩그러니 걸어다니는듯한 느낌..

아침에 사람이 거의 없는 목간탕은 정말 좋다.
혼자서 비어있는 탕에 물을 풀고 물을 휘저으며 온도를 맞추고. 물이 어느정도 차오른후에 몸을 푹 담궈주는 그 맛이 참 좋다.

머리를 감고 양치를 하고 수염을 깎고 때도 밀고… 다시 샤워하고 다시 탕에 들어가고 조금 열이 오른다 싶으면 냉탕에 있다가 그냥 거울보면서 멍하게 장난을 치기도 하고. 탕에 있기가 좀 지친다 싶으면 바깥에 있는 차가운 물한잔을 마시면 왠지 몸이 프래쉬해진다. 그리고 또 탕에 들어간다. 그렇게 있다보면 어느세 2시간은 후딱 지나가 버린다.

빳빳하게 말린 깨끗한 수건으로 머리를 털고 몸에 남아있는 물기를 털고 다시 옷을 주섬주섬 입은후에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려서 바나나우유를 하나 샀다. 갈려던참에 빨대를 잊어버려서 다시 돌아가 빨대 하나를 얻어서는 은박두껑 위에 ‘톡’하고 찔러넣는다. 그 조그만 빨대속에서 올라오는 바나나우유.. 특히나 목간탕에 막 다녀온후에 몸에서 아직도 김이 오를것 같은 그런 프레쉬한 상태에서의 바나나 우유의 맛은 최고다.

아직 마저 남아있는 일을 처리하고 이제 잠시 눈을 좀 붙여야겠다.
지금은 오전 10시 5분이다.
오늘은 조금은 행복해도 괜찮을것만 같은 그런 날씨다.

이제.. 난 잠을 좀 자야겠다. 잠을. 좀 자야겠다.

Bud

난 맥주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특히 여름에 마시는 맥주라는것은 나에겐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되는 몇 안되는 기쁨이고 행복이다.

여름이 오는걸 난 여러가지로 느낄수야 있을것같다. 예를 들어 버스를 타고갈때 창문을 열면 그때 들어오는 바람냄새라던지, 풀잎의 색깔이라던지(왠지 조금은 징그러운듯한 그 녹색 말이다) 정오의 열기라던지 그런게 있겠지만.. 내가 진정으로 인정하는 여름의 기준은 바로..

조금 이른저녁 혹은 느즈막한 저녁쯤에 마시는 맥주가 맛이 있으냐 없느냐이다.

그 맛이 있다 없다에 대한 기준은 그 첫모금을 목구멍을 거쳐 위장으로
떨어지면서 그 싸아한 맛이 온몸으로 퍼지면서 목 뒷덜미를 지나서
뇌속으로 강하게 혹은 은근하게 쳐올라올때…….. 이겠지만.

역시 사람이 중요하다.

여름 아니면 맛볼수 없는 맥주맛…
좀 유치하고 단순한 이야기지만….

난 맥주를 좋아해서 여름을 좋아하는건지
여름이 좋기 때문에 맥주를 좋아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그래.
뭐 아무렴 어떻냐만.

추신 : 맥주야 어찌 되었건.. 아뭏든 난 여름이 좋다.
         시체로 썩어버리거나 마르지 않는 해바라기를 볼 수 있어서 좋다. 난 해바라기 환자인것 같다.

바람 좋은날.

어느 겨울이었다.
난 가끔씩이긴 하지만 다대포를 가곤 한다.
특별히 뭐 절경이다! 라던지 뭔가 어떤 목적의식을 가지고 간적은 없었던것 같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곳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곳이 있다는것은 정말 좋은 일이다.

살다보니 몇몇 사람들도 만나고, 좋아하는 곳을 보여주고 싶어서 같이 간적이 있다.

그때마다 그 바다는 나에게 말을 해주는것 같았다.
갈때마다 항상 바다는 그 모습이 달랐다.
그야 전혀 논리적으로 설명 할 수 없는 이야기지만….
왠지 앞으로의 일을 암시해주는것 같은 느낌이 들어버린다.

그리고 지금껏 그다지 틀린적은 없었다.
한동안…. 아니 제법… 오랫동안 못가본것 같다.

그다지 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같이… 감기덕분에 끙끙거리면서 시체처럼 자고 일어나서 눅눅한 공기냄새 그리고 하늘을 보고 있다보면.
가고싶다는 흔적이 은근히 먼지처럼 가라앉는다.

언젠가는……
언젠가.

바람 좋은날.
좋은 사람과 단 둘이서 조용히 가고 싶다.

오춘기.

숨을 아주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아주 깊게 내쉬었다.

그리고…. 한숨 한번.

특별히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다던지 그런건 그다지 없다.

오춘기인가…. 싶기도 하다.

오춘기와 사춘기의 차이가 어떤거야도 물으면 뭐라고 말할지
알수 없겠지만…..기분이랄까… 마음 상태는 사춘기때와 비슷한듯 하다.
그렇다고 부모님과의 대화단절이라던지 다른 사람과의 대화창구를 닫아버린다던지. 그렇게 하진 않겠지만.
옛날 내가 어렸을적의 기분이 무척 흡사하다.

유약하고 감성적이며 어디고 갈곳 없는… 그런 방향들.이라던지
그런것들이 왠지 내가 사춘기하면 떠올리게 되는 것들이다.

어떤 생활의 잔혹함이라던지 혹은 무료함이라던지. 그러한 것들도
왠지 조금은 다른 공기로 느껴져버린다.

내가 어렸을적. 사춘기때의 나 자신이 지금의 날 보고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그저 지금은 무언가를 계속 하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느낌이 든다.
왠지 그렇게 하노라면 이런 유약한 감정같은건 어느정도 접히기 마련인것이다.

근본적으로 뭔가를 해결 할 수 있는 방법같은건 잘 보이지 않는다.

짧막한 여행이라던지. 좋은 사람을 만난다던지. 뭔가 몰두하는 일을 한다던지….. 그렇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근본적인 어떤 통쾌함 같은건 바랄수 없다.

조금정도는 밝게사는것도 좋을텐데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딱히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던지 나쁜일이
생기진 않을텐데 말이다.

뭔가 표현하고 싶은것이 사라진 느낌이다.

생각의 순서.

오늘, 어제, 현재, 모두.

가람이 집에서 자다.

알고 지낸지 제법 된 (몇년째 알고 지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정도로)
가람군네 집에 갔다 제법 오래된 사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쩐 일인지 가람이녀석 집엔 한번도 간적이 없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어찌되었건 가지 않게 되었던것 같다. 겸사겸사 dagero에 간김에 녀석의 집에서 일박을 했다.

새벽 4시쯤 녀석의 집으로 가는 길에 아파트 공터 (명색이 놀이터였지만)에서 그네를 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하늘은 이브클렝 블루에 가까운 코발트 블루였다.
그다지 내가 좋아하는 색은 아니다.

아파트 바로 옆에 있는 산에서는 나무냄새 풀냄새 흙냄새 여름냄새가 날 어지럽게 했다.

그리고
가람이 집에 들어가 잠을 잤다.

Dagero에 가다.

아시는 분이 있을런지도 모르겠지만. 가람군네 가계엘 놀러갔습니다.

여러가지 일들도 제법 쌓여있었고. 뭐 뒷골도 무척 땡겨버려서 머리도 멍한것이 쭈뼛쭈뼛 뻗어버리는 느낌도 들고 했습니다만.

결국 음…. 갈까 말까 하다가. 역시 가봐야 겠지 하는 마음에 가보게 되었어요.

그렇게 맥주를 마시고 이야기를 하고 담배를 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그리고 또 맥주를 마시고 이야기를 하고 담배를 피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전혀 특별할것 없는 그런 평범한 날이었지만.

언젠가 갑자기 이 날이 조금은 그리워지지 않을까…라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추신 : 가람아. 돈가스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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