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8롤 정도의 현상하지 않은 필름이 있다.
대강 1달정도는 된듯 하다.
그날… 태풍이 오던날 찍었던 사진들….
그리고 그 밖에 남았던 사진들…
왜 이제서야 현상을 하는건지.
냉장고에 넣기는 커녕 오히려 멀건 햇볕이 들어오는 곳에
촬영했던 필름을 놔두었다.
특별히 일부러 그렇게 하려던건 아니었다.
그냥 어짜다 보니…
이제서야 현상을 하게 된다.
전혀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지만, 난 게으르다.
그 덕에 아주 궁핍한 생활까진 아니더라도 조금은 힘들게 살고 있다.
일이 들어왔다.
밑의 주인집의 의뢰로 유치원생인가 정도 하는 애들의 졸업사진을 찍어달라는 일이었다.
다행이었다. 보통 이런 사진은 컷당 15000원정도 받지만..
난 그렇게까진 못받더라도 10000원에서 8000원 정도는 받을줄 알았다.
요즘 너무 힘들게 살고 있어서 돈이 매말라 있던터에 정말 다행인 일이었다.
오늘 오후 수업은 굉장히 중요한 전공수업이 있었다.
실질적으로 내가 중심으로 전공하고 있는 그런 수업.
교수님께 미리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리포트는 미리 해서 그 수업에 참석하는 사람에게 대신 제출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약속 시간은 2시였다. (적어도 내가 알기론)
시간이 되기전에 있는 돈을 탈탈 털어서 반사판도 어렵사리 하나 구입했다. 디퓨즈 판도 하나 필요해서 아크릴판 하나 큰걸 구입해서 그 위에 트레팔지를 곱게 입혔다. 별것 아닌 자작 디퓨져 이지만 제법 쓸만했다. 필름도 구입했다. 주위에 고마운 녀석에게 좋은 렌즈와 노출계도 빌렸다. 무척 고마운 놈이다.
정말 좋은 졸업사진을 찍어서 그 애들에게 주고 싶었다.
시간이 되어서 연락이 오지 않차, 직접 내려가서 물어봤더니 연기되었단다. 금요일 오후에 하면 되지 않겠냐고.
속으로 생각한다. 금요일 오후에도 전공 수업이 있다.
겉으로 내색은 안하지만 다시 고민하고 있다.
페이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난 일반적인 시세에 대해서 이야기 했고, 그 가격보다는 저렴한 8000원에서 10000원선으로 이야기를 했다.
컷당 가격이 아닌 일당으로 주겠다고 했다. 수지가 맞지 않는다고, 그렇게 할빠엔 그냥 아르바이트생을 쓰는게 좋다고, 안되면 다른 사람을 찾아 보겠다고, 일단 금요일 연락을 주겠노라고…
그래.. 좋다.
난 돈이 없으니까 컷당이든 일당이든 일단 돈이 들어 오는 일이니까…
확실히 내 주위에 있는 나를 아는 사람은 내가 게으르다는것을 잘 안다.
하지만 정말 이런경우에는 화가 난다.
‘일’ 이라는건 혹은 ‘일’이라는걸 하다보면 여러가지 일들이 있을 수 있다. 그야 그럴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 맘대로면 되면 얼마나 좋겠냐만, 그렇게 쉽게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하다보면 이득을 볼때도 있고, 그야 손해를 볼때도 있는것이다.
안다..
하지만. 오늘같이 날씨가 시리도록 좋은날, 이토록 기분이 나쁜것은 어쩌란 말인가.
아직, 어른이지 못한것이라고…. 그런거라고 책임회피를 하기엔 그렇다고 하더라도 너무 기분이 좋치 못하다.
비록 지금 수업은 끝났겠지만… 학교에 가서 리포트에 대한 프레젠테이션도 직접 하고 (비록 학생은 없이 교수와 1:1 이겠지만) 책이나 좀 읽고 돌아와야 겠다.
‘일’이라는걸 하다 보면 이런 ‘일’도 있는거겠지.
이것이 좋은것인지 아니면 나쁜것인진 모르겠다.
‘나도 알고 있고, 그녀도 알고 있다. 알고는 있지만 말해서는 안되는 말을 목구멍을 꺾어 참아 누르고, 앉아있는던 자리엔 약간의 온기가 남는다. 그리곤 둘은 곰돌이 산으로 출발한다.’ 라던지 할지도 모르겠다.
모르는척 해달라고,
그녀는 짧게 한마디 한다.
모르는척 한다는 것.
난 그녀가 현명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굳이 꺼내서 말을 확인해 볼 필요는 전혀 없다.
하지만 뭐랄까…
어쩐지 안타깝고 즈릿즈릿한 느낌이 드는건 도저히.. 거기까진
어떻게 콘트롤 할 수 있는 도리가 없다.
그저 공기속에 떠있는 말의 꼬리를 못본척 하는 수 밖에 없다.
그냥.. 그렇다는것.
‘그리고 두 사람은 곰돌이 산에 도착해서……’
학교를 마쳤다.
송정엘 갔다.
가을냄새를 넘어서, 어쩐지 풋풋한 그리고 살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비릿하지 않은 바다 내음.
이야기를 하고. 눈을 보고. 시선을 보고, 날 보고 있는 눈을 보고, 바다를 보고, 바다도 날 본듯 했다.
사진을 몇장인가 찍었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듯한 그런 느낌이지만.
셔터를 누를때마다 들리는 ‘박혀드는’ 소리는 찍고 있는 나로써도 유달리 크게 들린다.
어쩐지 정확하겐 말할 수 없지만. 기억나는 것은…
냄새. 향기. 진동. 그리고 눈동자….
‘안녕하세요’
‘응’
그렇게 만난다. 이야기를 하고 뭔가를 나누고 그리곤 헤어진다.
‘보고 싶었어요’
‘응’
그렇게 만난다. 이야기를 하고 뭔가를 나누고 그리곤 헤어진다.
‘보고 싶었어요’
‘그래’
그렇게 만난다. 이야기를 하고 뭔가를 나누고 그리곤 헤어진다.
‘보고 싶었어요’
‘보고 싶었어’
그렇게 만난다. 이야기를 하고 뭔가를 나누고 서로를 보고 그리곤 헤어진다.
‘항상 느끼는건데 말야, 난 널 잘 모르겠어. 뭔가를 숨긴다던지 아니면 너의 생각을 좀체로 말하질 않아. 왜 그래? 어떤 사람에겐 그것이 상처가 된다는걸 모르는거야?’
‘아.. 그래..’
예전엔 그랬었다. 내가 좋아하고 내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를 보는 일이다…
그리고 지금 역시 변함이 없다.
누군가 그랬다.
눈에 보이는 것에 너무 빠져 있는 사람이어서, 살아가면서 다른 것을 잘 움켜쥐지 못한다는 말.
일요일 저녁.
손님의 필름을 스캔하고 있더중에… 무심코 생각해보니 담배가 떨어졌다는것을 알았다.
난 작업실이 40계단 위에 있어 계단 오르내리기가 싫은턱에 위쪽 길로 털레털레 걸어갔다.
‘가다보면 나오겠지.’
3분정도 걷다보니 어디선가 짭쪼름하고 고소한 생선구이 냄새가 났다.
저녁의 냄새.
어떤 이상한 가계(정말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 전혀 알수 없는)에서 담배를 한갑사고, 돈을 치르고 나왔다.
여전히 짭쪼름하고 고소한 소금구이 생선냄새가 났다.
어쩐일인지 조금은 행복하고, 조금은 서글프고, 조금은 행복했다.
그리고 손님의 필름스캔 작업을 마무리 한후에
욱이네 집에서 밥을 먹었다.
상당히 맛있었다.
그리고 생선구이도 있었다.
밥을 두공기 먹었다.
행복했다.
그리고 10분 후쯤 난 이 글을 쓰고 있다.
행복하냐고 물으면…
잘 모르겠다.
한가지 느낄수 있는건…… 아니 어렴풋이 촉감이 느껴지는것은…
건조함.
선물입니다.
紅の豚 Ending Theme 時には昔の話を – 붉은돼지 엔딩 테마
때로는 옛날 이야기를 해볼까.
언제나 가던 그 단골가게
마로니에 가로수가 창가에 보였었지
커피 한잔의 하루 하루
보이지 않는 내일을 무턱대고 찾아서
모두가 희망에 매달렸어
흔들리던 시대의 뜨거운 바람에 떠밀려
온몸으로 시대를 느꼈어… 그랬었지
길가에서 잠든 적도 있었지
어디고 갈 곳 없는 모두가
돈은 없었지만 어떻게든 살아갔어
가난이 내일을 실어날랐지
작은 하숙방에 몇명이나 들이닥쳐
아침까지 떠들다 잠들었다
폭풍처럼 매일 불타올랐어
숨이 끊어질때까지 달렸어… 그랬었지
한장 남은 사진을 봐요
구렛나룻의 그 남자는 당신이에요
어디에 있는지 지금은 알수없는
친구도 몇명이나 있지만
그날의 모든 것이 허무한 것이었다고
그렇다고는 누구도 말하지 않아
지금도 그때처럼 이루지 못한 꿈을 그리며
계속 달리고 있지… 어딘가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