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read-lead.com 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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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커피전문점에 가서 책을 읽거나 블로깅을 할 때가 있다. 가벼운 소음과 감미로운 커피향이 적당히 뇌를 자극해 주면서 테이블 위에 올려진 책이나 노트북은 나만의 시공간이 되어버린 채 온전히 내가 하고자 하는 작업에 몰입하기 위한 최상의 환경이 조성된다. 커피전문점에 가는 것을 귀찮아 하는 나의 습성만 아니면 될 수 있는 한 그 곳에 가서 이런저런 것들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그런데, 현실적인 제약 때문에 허구헌날 그 곳에 갈 수는 없다.
그래서 대안이 필요했다. 어떻게 하면 그 곳의 경험을 비용효율적으로 재현할 수 있을까?
커피전문점에 가는 내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편안한 옷차림, 책과 노트북이 담겨진 가방, 그리고 모자.
어?
모자 빼고는 이미 집에서도 충분히 구현이 가능한 것들이다.
모자 빼고는 비슷하다?
그럼 모자?
집에서 극도로 편안한 옷차림을 하고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올려 놓고 모자를 써보았다. 헉. 단지 모자 하나 썼을 뿐인데 나의 뇌가 커피전문점에 앉아 있을 때와 비슷한 모드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모자를 쓰고 노트북질을 하니까 뇌가 커피전문점에 앉아 있는 것이라고 착각을 하는 것인가? 이상하게도 커피전문점에서의 집중력이 살아나는 느낌이다. 신기한 느낌을 만끽하면서 계속 노트북질을 지속한다. 거기에 커피 한 잔을 곁들이니 이건 뭐. ^^
결국 중요한 건 뇌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이다. 뇌는 완벽한 설정을 제공해야만 만족하는 까다로미가 아니다. 뇌는 유사한 느낌이 제공되면 대충 만족하고 조아라 한다. 뇌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한다. 실재와 환상을 항상 혼동하고 헷갈려 하면서 그저 매 순간 제공되는 느낌을 유일한 실재라 여긴다. \’가상현실\’이란 단어는 결코 스펙타클 무비나 초절정 과학기술에서만 구현 가능한 넘사벽 경험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뇌에게 얼마든지 제공해 줄 수 있는 일상적 스킬에 불과한 것이다.
뇌의 진심은 아마 아래와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
진짜,가짜? 그런 건 원래 없는 거야. 그저 나에게 어떤 느낌을 줄 수 있느냐의 문제가 남아있을 뿐이라구. 자, 이제 나한테 어떤 느낌을 줄 건데? 넌 나를 어떻게 속일 거야? 스마트하고 교활하게 날 속여봐. 얼마든지 난 너에게 넘어가 줄 준비가 되어 있어.
뇌는 정보를 유연하게 처리하는 기관이다. 뇌 상을 유유히 유영하는 정보. 그것은 실재를 반영한 현실적 정보일 수도 있고, 실재를 가장한 가상적 정보일 수도 있다. 아니, 애당초 실재와 가상은 구분이 확실치 않은 허상적 개념일 수도 있겠다. 어쨌든 뇌는 정보를 필요로 하고 그것을 탐식하면서 살아간다. 뇌로 흘러 들어가는 정보를 전량 방관할 것인가, 아님 그 중의 일부를 내 입맛에 맞게 튜닝할 것인가? 뇌의 진심이 드러나면 날수록, 뇌에 대한 나의 자세도 바뀌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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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삼스럽지만,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도 사실이나 진심이 중요한게 아닌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