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알을 보면서 생각이 났다. 오시이 마모루는 천사의 알 이후의 모든 작업은 사실상 천사의 알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항상,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항상.
무척이나 앞서갔고, 참으로 오래된 낡은 이야기 이며 아마 영원히 끝나지 않을 이야기를..
천사의 알을 보면서 생각이 났다. 오시이 마모루는 천사의 알 이후의 모든 작업은 사실상 천사의 알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항상,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항상.
무척이나 앞서갔고, 참으로 오래된 낡은 이야기 이며 아마 영원히 끝나지 않을 이야기를..
구름이 두껍게 잔뜩끼어 있는 밝은 낮에 갑자기 비와 천둥이 친다. 쏴아아 하는 소리가 마음을 진정케 한다. 빗 소리는 쌔졌다가 약해졌다가 길게 뻗었다가 동그랗게 웅크렸다. 어딘가 거리를 알수 없는 자동차의 젖은 발통이 만들어내는 소리와 먼 산에서 들려오는 듯한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빗소리가 무척이나 사실적이라 비현실적이다. 하지만 사실적인게 아니라 정말 사실이고 실제로 빗물은 명징히 길바닥에서 부서지고 있다.
그것이 나는 무척이나 이상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그렇다고 되고 싶어서 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하지만 되고자 하지 않으면 될 수 없는 것이지.
나는 돈이 좋다. 왜냐하면 돈은 모든 것의 대신이 되니까. 물건도 살 수 있고, 목숨도 살 수 있고, 사람도 살 수 있고, 마음도 살 수 있고, 행복도 살 수 있고, 꿈도 살 수 있지.
정말이지 소중하고 게다가 바꿀 수 없는 것이 아니기에 좋아한다. 반대로 말하자면 나는 말이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게 싫다. 그게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던가 그것만이 살아가는 이유라던가 그것이야말로 자신이 태어난 목적이라던가, 그런 희소가치가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다.
– Koimonogatari
죄와 벌
남에게 희생을 당할 만한
충분한 각오를 가진 사람만이
살인을 한다
그러나 우산대로
여편네를 때려눕혔을 때
우리들의 옆에서는
어린 놈이 울었고
비 오는 거리에는
40명가량의 취객들이
모여들었고 집에 돌아와서
제일 마음에 꺼리는 것이
아는 사람이
이 캄캄한 범행의 현장을
보았는가 하는 일이었다
– 아니 그보다도 먼저
아까운 것이
지우산을 현장에 버리고 온 일이었다
(1963. 10)
– 김수영

안병훈(安炳勳)전
이마를 조아려 말씀 드리옵나니 접때 보낸 편지 이미 들어가서 보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다시 엎드려 생각하노니 모시고 병환중인 몸 한결 효험을 보는지요, 구구히 지극히 우러러 생각합니다.
상중의 몸 미련한 모습 예와 같을 따름이외다. 며칠 전 이석곡선생이 밀양에 온 때문에 잠시 문안하고, 곧 내려온즉 이씨 또한 대구로 향해 그동안 아직도 그곳에 머물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보내드리는 소록은 전자에 보낸 소포서류의 초안을 정서할 때, 다시 고칠 곳이 있어 여기 조각 기록으로써 다시 부치나, 그러나 어느 줄 문구 아래 적어 넣을지 모릅니다.
부디 보살된 후 고쳐 기록함이 어떠하리오, 만약 모르면 다시 통기하기 간절히 바랍니다.
잘 조리하여 어른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음이 어떠하오리까. 아득하여 차례도없이 아뢰나이다.
사랑은 그 둘 다였다. 둘 다이며 또 훨씬 그 이상이었다. 사랑은 천사상이며 사탄이고, 남자와 여자가 하나였고, 인간과 동물, 지고의 선이자 극단적 악이었다, … 나는 운명을 동경했고, 운명을 두려워했지만, 운명은 늘 거기에 있었다.
– Hermann Hesse

그 어떠한 미사여구가 붙는다 하더라도 결국 소요욕, 물욕이라는 것이 정당하리라 생각한다.
자동차라고 한다면 속이 들여다 보일것 같은 코발트 블루나 브리티쉬 그린의 caterham super 7이다. 이 차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어서 그 사이 매우 다양한 버전과 가격대가 있지만 외형 기본 디자인은 변화가 전혀 없다고 해도 좋다. 커다란 나무상자 2개를 빠루로 직접 뜯어내서 엔진을 제외한 자동차 전체를 나사 하나부터 손수 전부 조립해야 하는 킷이다. 제로백은 3.8초. 특이하달지 당연하게도 캐터햄 본사에서는 이 차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나사 하나까지도 전부 따로 판매한다. 기름복을 입고 차에 기어들어가서 사소한 나사 하나까지 완전히 내가 만들어가는 자동차.
그리고 스피커라고 한다면 MBL Radialstrahler 101.
이 스피커는 1996년, 어쩌면 1997년에 딱 한번 들은적이 있다. 정확하겐 이때 나는 소리에 관한 기준의 정립이 이루어졌다고 지금은 생각한다. 왜 이런식으로 말하냐면, 당시 들었을땐 기대감이 과했던 탓이였는지 뭔가 천상의 소리 같은걸 기대하고 있던 정도의 수준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 들렸던 것은 천상의 소리 같은것 따위는 전혀 없고 ‘그냥’ 음악을 연주하는 소리만 들렸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렇게 들렸던 큰 이유중에 하나는 소위 ‘스피커가 사라진 듯한 마법’을 경험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순간부터 이루 뭐라 말하기 힘든 감정이 생겨났는데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빴었냐 라고 하면 왠지 좀 기분이 나빴었던 것도 같고. 혹은 좋았었냐 라고 한다면, 그건 정말이지 무척 좋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7~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런 소리는 단 한번도 들은적이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기억은 자기 좋을데로 변형시키기 마련이고 지금 다시 들어본다면 이것이 어떻게 들릴지 짐작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음악을 재생하는 기기류 듣는데 있어서 지금까지의 명확한 기준을 무의식적인 영역에서 작용한 것임엔 변함이 없다.
14여년 이상 나와 함께한 앰프는 생산일이 내 나이와 엇비슷한 낡고 구동력 반응속도 모두 떨어지며 뭉툭하고 부드럽고 포근하게 감싸는 소리를 들려주는 녀석이다. 스피커는 한때 한국 스피커의 자존심이라 했던 동양마샬 DME 스피커. 이 역시 해상도나 반응속도와는 거리가 아주 먼 녀석이다.
막상 소리의 기준은 MBL의 저런 말도 안되는 녀석이였으면서도 막상 내가 듣기 편안해 하는 것은 이런 부드럽고 뭉툭한 쪽인 것이 난 아주 재미있다. 그리고 이것이 난 무척이나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언젠간 MBL Radialstrahler 101E Mk2 Reference를 소유해서 내 가슴속 남아있던 잔영을 파쇄하고 의미 없는 것으로 만드는 것 또한 무척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소유 라는 것의 밑바닥엔 언제나 그러한 것을 깔고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것은 무척이나 아프고 얼마나 다행인 일인지 모른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느낌이 왔던 여배우는 바닐라 스카이의 페넬로페 크루즈, 아주 옛날 김건모 뮤직 비디오에 나왔던 장진영 정도다.
남자 배우는
빌 머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