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tter

요상하지만 수긍이 되는 세계.

빛이 엷은 어둠이 깔려
깊은 물속 같은  감촉이다.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을터인데.

무언가를 하다 갑자기 맥이
풀려 몸이 흐물해질때 어떤 소리가 들렸다.

목탁 소리다.
일요일밤이 끝나고 월요일이 된지 막 1시간 30분이 지난 참이다.

목소리가 들렸다. 엷지만 분명한 울림이 되어 먼길을 돌아,
꼭꼭 닫아놓은 작업실 창문을 훑어 나에게 들어왔다.
정확한 발음을 구분하긴 어려웠지만 언듯 반야심경으로 들렸다.

세상 대부분의 것들이 묵상하고 있는 느낌이다.
단지 묵상하고 있는게 아닐까라고.
여름이라곤 하지만 아직 매미가 울지는 않는 그런 날이다.

10여분이 지난 후에 목탁 소리가 멈추고 갑자기
사람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도대체 무엇이였던걸까.

그로부터 몇분 지나지 않아 다시 모든 것이 조용해졌다. 아무런 소리도 없다. 무척 조용하다.

아마 그렇게 다시 몇분인가 앉아있었던것 같다.
담배가 무척 피고 싶었는데도 몸은 내 마음과 달리 움직이지 않았다.
난 그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로부터 다시 몇분 후, 정적을 깨고 자동차의 엔진 소리와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와 바람이 갈라지는 소리를 세번 들었다.

이제서야 겨우 몸을 움직여 담배를 피울 수 있게 되었다. 참으로 요상하면서도,
너무나도 당연하게 수긍되어진 일이다.

1793년 프랑스 헌법 중 일부.

제1조. 사회의 목적은 공동의 행복에 있다. 정부는 인간에게 그의 자연적이고 소멸할 수 없는 권리들의 향유를 보장하기 위하여 설립된다.

제28조. 국민은 언제나 자신의 헌법을 재검토하고 개정하고 변화시키는 권리를 갖는다. 한 세대가 미래의 세대들을 자신의 법에 구속할 수 없다.

제35조. 정부가 국민의 권리들을 침해할 때, 봉기는 국민과 국민의 각 부분에게 가장 신성한 권리이자 가장 불가결한 의무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할말이 너무 많아, 할말이 없다.

말랑말랑한 위장.

어떤 사소한 이유로 사진이 한장 필요하여
예전에 찍었던 사진을 훑어 보는데. 끝까지 보는게 힘들었다.

이런 감각은 이제 익숙해질때도 되었다고 생각했건만,
그렇게 스스로가 봐도 무감해질만 하다고 생각 했건만.

나이먹는것과는 상관없이 가슴 아픈건 가슴 아픈건가 보다.
무한에 가까운 시간 속에 엷고 반투명한 절편처럼 쌓여있던 사진들은,
내가 무엇을 향해 누른 셔터들이었고 그것들은
시간이 지나도 지나도 여전히 나에게 화살이 돌아온다.
알고 있다. 알면서도 나는 셔터를 누른다.

그것은 따뜻한 눈길과 몸짓이였던, 울고 있는 것이였던간에 말이다.

그렇게 사진은 무섭다.

그렇게 묵묵히 지켜 보는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사소한 일이였다.

….

이야기 중에 문득 그녀가 말했다.

날씨가 좋아요.

….

그래, 날씨가 좋네.

….

응. 날씨가 좋아요.

그러내. 날씨가 참 좋구나.

짧은 공백속에 많은 이야기를 담아 서로를 본듯한 느낌이였다.
많이 고마웠다.

.

날씨가 좋구나.

VueLoom.

올해 5월 부터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많은 고민 속에 결국 최종결정은 하지 못한체 종이에 먹이 물들듯
자신도 모르게 조막조막 준비를 해왔던 저를 발견했습니다.

여러가지 상황들이 있었고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으리라 생각 되었던 적도 있었지만,
결국 좋으신 분들께서 힘을 합해 주시어 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부산에 아트 프린트 공방을 오픈 했습니다.

이름은 VueLoom입니다.

Vue는 ‘보다, 바라봄, 관점, 의견, 의도, 목적’의 뜻.
Loom은 ‘씨줄과 날줄을 엮어 천을 만드는 베틀’이라는 뜻을 합쳐 만들었습니다.

제 자신이 사진을 만들어가는 삶을 살고 있지만,
한편으론 이러한 경험을 통해서
저 나름의 능력을 현실적으로 활용 할 수 있는 부분 중에 큰것이
아트 프린트 쪽인듯 합니다.

사진 그리고 미술 등의 작업하시는 분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의 밀도는 일반적인 프린트 샵에 비해, 좀더 용이하지 않을까 생각 해봅니다.

아, 그리고 실질적인 프린트의 퀄리티는
꼭! 직접 보아주셨으면 합니다.

12월 초에 막 발매된 따근따끈한 프린터가 공방에 들어온 뒤로
바로 테스트를 하고 프로파일링 한다고 몇일 동안 실제 출력 이미지를 보질 못했지만,
기본적인 프로파일링 절차를 충분히 마치고 약간의 튜닝을 한 후에 나온 프린트는

너무나도 아름답게 그리고 실크같이 부드럽게 떨어지는 컬러와 톤을 보며
가슴이 떨리는 기분이였습니다.

웹 페이지 주소는 http://VueLoom.com 입니다.

감사합니다.

아트핀.

중학교 때부터 다녔던 단골 화방에 들려 콜크가 발린 있는 두터운 보드를 한장 샀다.
딱히 이유가 있어서 라기 보다는 내가 콜크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골고루 압력을 받아 평면도가 높은 가공이 잘 된 콜크는 손끝으로 스쳐지나가는 느낌도 좋지만, 햇볕을 받았을때 보여지는 아주 엷은 표면의 질감은 때론 뭐라 말할 수 없이 복잡한 느낌을 갖게 한다.

작업실 입구 벽면쪽 (내가 항상 앉아있는 맞은편)에 콜크 보드를 붙이고 나니 알게 되었다. 비록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 빈 평면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거기엔 뭔가가 조금씩 채워질 것이라는 것. 그리고 그렇게 채워졌으면 하는 바램이였다. 단순히 돈으로 해결 될 수 없는, 시간이 충분히 들어야만 하는 것들이다.

시간이 흘러 한장의 콜크보드는 다 차버렸고 이어 두번째 콜크보드를 그 위에 붙였다. 공간이 한결 넓어졌고 답답한 느낌은 조금 사라졌다. 그래, 공간이 더 생겼으니 붙일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다.

아주 가끔 암실에서 미스 프린트가 난 조그만 내 사진들을 붙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은 나를 제외한 다른 이들의 체취가 남겨져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것은 나와 연결 되어 나에게 와준 것들이며 그것들은 그렇게 나의 일부로 녹아내려갔다.
당연한 이야기다.

어느덧 제법 시간이 흘러 남아 있건 공간이 거의 다 차버렸다. 한장을 더 구입해 세번째 콜크 보드는 아에 입구 문쪽에 붙였다. 다시 공간이 늘어났다. 그리고 그 동안 붙어 있었던 것들의 배치를 다시 하였다. 전체적으로 너무 꽉 차보이지 않도록, 그러나 너무 비어 보이지 않도록 적당히 거리를 조정하고 아무렇게나 붙인듯한 느낌이 들도록 비뚤비뚤 붙이기도 하였다. 한결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렇게 저렇게 다섯번째 콜크 보드까지 왔다. 처음 붙였던 날로 부터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에 많은 것들이 보드에 붙었다. 더 이상은 붙일 장소가 없어서 콜크 보드를 더 붙일 수 있는 곳을 생각 해봤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리곤 몇 몇 것들은 보드에서 떼어지고 나선, 휴지통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새벽 폐지를 모으는 사람에게 수거되어 갔을 것이다.

시간은 더 흘러 작업실에 변화가 생겼다.

그리고 정말 마음에 들진 않지만, 그것이 옮다고 판단했으며 그것을 납득 했기에 보드에 붙어있던 것들을 하나씩 떼어 냈다. 아트핀을 먼저 뽑고 붙어 있던것들을 떼어낸다. 그렇게 벽에 붙어 있던 콜드 보드 네개를 떼어냈다.

많은 것들이 재활용 통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99개의 아트핀만 남았다.

본래 투명한 색이였을 아트 핀은 군데 군데 먼지가 묻어있고 담배진 때문에 연갈색으로 세월만큼 불투명 코팅이 되어 있었다.

Epson Stylus 7900 Pro

녀석의 실력은 대단히 놀랍다.

이 정도의 굉장한 실력을 보고 있으면, 말도 안되게 커다란 덩치와 무게 (100Kg이 넘는)에서 나오는 실력일까? 라는 뭉묵한 의문이 들 정도이다.

공장같이 시끄럽지만, 그렇에 ‘웅,웅윙’ 거리면서도 막상 움직임은 물위에 떠 있는, 맑고 깨끗한 한방울 기름같다. 너무나도 부드럽고 엘레강스하다. 모든 것들은 부드럽게 움직이며 기민하고 빠르다.
게다가 영리하기 까지 하다.

이미지의 품질은 그야말로 납득 ‘당해버린’ 느낌이 들 정도의 실력.

오랫만에 가슴이 쿵쾅거리는 느낌이 든다.

프린트 공방이 알려져서 훌륭한 이미지 품질의 프린트를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고 접하고 즐겨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이로 인해 나도 금전적인 부분이 해결되었으면 한다.

믿기로 한다.

도착했다.

작업실 한켠에 저렇게 큰 기계가 있으니 이상스럽기도 하고 잘 어울리기도 하다. 녀석이 가동할때는 DummyFactory라는 이름대로, 공장같은 느낌이 제법 난다. 행여나 싶어 언제나 그렇듯 메뉴얼(200여 페이지의)을 다 읽고, 그외 추가적으로 필요한 문서도 챙겨서 다 읽었다.

대단히 멋져버린 녀석이다.

사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게 있지만 그런 이야기 보다는 우선 스스로를 믿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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