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20년 전 기술로 만들어진 홈페이지는, 그 세월 동안 몇 번인가 디자인 리뉴얼을 했지만 핵심 DB 엔진은 그대로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보안에 점점 문제가 발생했다. 그래서인지 간혹 서버 로그를 보면 이리저리 비집고 들어오려는 흔적이 잔뜩 남아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사진을 업로드 할때 adobe Flash 모듈을 거쳐야만 업로드 할 수 있는 구조였다. 언제부턴가 강제로 Flash 모듈을 로드 하는 것조차도 완벽히 다 막혀버린 덕에 사실상 1년 넘게 홈페이지가 강제로 멈춰버린 상황이었다. 그나마 Mutter에 일기를 쓰는 것 정도가 가능했는데, 그것 또한 일신상의 이유로 뭔가를 말하거나 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가 3~4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홈페이지를 DB 엔진 교체 부터 시작해서, 바닥부터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여차저차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도무지 뭔가를 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기존에 낡은 DB에 있는 자료를 마이그레이션 하는 부분인데,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건 초심자가 절대 함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그냥 놔둘 수도 없으니.. 쉽지 않으리라는 나름의 각오로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 보다가 결국 포기.
이렇게 또 1년이 지나던 와중, 모 유명 IT회사에 다니는 아는 동생에게 내 작품 한 점을 받는 조건으로 DB 마이그레이션을 부탁했다. 레거시 DB라서.. 구조상 완벽하게 마이그레이션 하려면 꽤나 품이 많이 드는 일이 되는지라, 이 친구의 인건비를 고려하여 텍스트 데이터와 타임 스템프만이라도 살리고 이미지들은 다시 채우는 식으로 진행했다. 이렇게라도 되지 않았으면 정말 아무것도 못 했을 것이기에 도와준 동생에게 감사한다.
그럼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기존 작품들의 이미지 해상도는 CRT 모니터 시절 1024 x 768 대응 해상도로로 되어있던 것을, 반응형 웹 및 레티나 해상도를 렌더링 할 수 있게 홈페이지를 만들고, 그에 따라 이전보다 높은 해상도의 작품을 넣으면 무척 좋을 것이다. 아무래도 이전의 CRT 기준으로 만들어진 낮은 해상도 작품 이미지로는 오리지널 프린트로 볼 때 오는 정보의 밀도, 온도감, 시각적 촉감과 농담의 표현 등은 저해상도로는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심플하게 불가능했다. 물론 레티나 대응의 고해상도라고 하더라도 오리지널 프린트에 비하면 여전히 열화판이지만 CRT 모니터 시절 대응 해상도와 비교하면 훨씬 좋다.
다만 이에 따라온 문제가 있는데 작품 전부를 고해상도로 새로 스캔해야 하는 일이다. 그야말로 군대에서 매일 매일 눈 치우는 감각으로 2개월 반 동안 스캔을 하고 RAW로 받은 필름의 물리 정보를 암실에서 현상하는 것과 비슷한 프로세스를 거쳐 후작업 하는 것까지 했다. 그래서 monoPhony에 들어가는 이미지를 고해상도로 재 스캔하는데 2개월 반이 소요 되었다. 예상보다 한 달이나 더 걸린 셈이다. 진이 빠지는 일이지만 새로 스캔하면서 톤을 미조정하거나 약간의 수정을 추가하는 것은 꽤 즐겁기도 했다.
그리고 이를 응용해서 홈페이지 랜딩 페이지에 접속하면 monoPhony에 있는 작업 전체 중에 랜덤으로 12장을 1세트로 뿌려주는 디자인을 넣었다. 새로 접속하거나 웹 브라우저의 페이지 리로드를 하면 새로운 12장의 랜덤 1세트를 뿌려주는 식으로 만들었다. 약간의 버그라고 해야할까.. 세로 사진은 잘려서 보이는데 이걸 해결하는 것은 당장 자력으로 해결은 안 되어 차후에 해결하기로 했다.
남아 있는 Polyphony에 들어가는 작품들도 분량으로만 보자면 monoPhony에 들어가는 작품 수만큼 되니까 이것 역시 2개월간은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 종일 오직 스캔 작업만 하면 완료할 수 있을 듯하다. 일단 기간 동안이라도 볼 수 있도록 링크를 살려두는 게 좋을 듯했다.
아직 홈페이지 전체를 보자면 서체가 미묘하게 맘에 들지 않는다던가, 특정 부분의 미조정을 하고 싶은데 이전처럼 html을 생짜로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모듈 기반으로 페이지 빌드하는 방식이다 보니 전문적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한계를 느낀다. 관련으로 조금 더 지식이 쌓여 운신의 폭이 늘어나면 세부 조정을 조금 더 해볼 셈이다.
그 밖에 equip 메뉴에 있는 review 들은 버튼까지만 달아두고 해당 내용을 어떻게 할 것인가, 새로 전부 작성할 것인가 아니면 임시로라도 링크를 달아주는 게 좋을까 생각 중이다.
일단 여기까지 하는 데 너무 긴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뭔가를 시작하기에 너무 긴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그리 의미 없을지도 모른다.
모자란 부분은 조금씩 보충하고 개선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오늘 꽤 힘들었으니 일단 잠시 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