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가 운다.
저녁나절부터의 바람이 시원하다.
일주일씩 교대로 죽어가며 찢어지거라 울부짖던 매미는 거의 대부분 주검이 되었다.
여름이 끝났다…
귀뚜라미가 운다.
저녁나절부터의 바람이 시원하다.
일주일씩 교대로 죽어가며 찢어지거라 울부짖던 매미는 거의 대부분 주검이 되었다.
여름이 끝났다…
예전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던 절친한 친우에게서 몇봉 얻을 수 있었던 XTOL현생액은 여러가지 난관과 문제 그리고 골치아픈 상황으로 인한 좌절과 폐배감을 맛보기에 충분한, 아주 콧대가 높고 도도한 현상액이다.
코닥의 공식 안내문의 의하면 Easy to Use 라는 말이 당당하게 박혀 있는데
이건 순 거짓말이다. 절대 믿지 말라. 물론 일정 부분은 코닥의 주장이 확실히 맞는건 사실이다. 무엇보다 실온에서 (예전같이 50~55도의 물을 준비하지 않아도 괜찮다!) 곧장 바로 가루를 희석 할 수 있고, 스톡 솔루션으로 가루를 희석시에 보관기간도 상당히 길다. 그야 말로 Dektol같은 현상액에 비하면 엄청나기 긴 보관수명이다. 무엇보다 분말형태의 현상액 임에도 불구라고, 여타 지금까지 존재했던 수많은 분말형태의 현상액이 꼭 거쳐야 했던 하루 숙성과정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인데 (미처 다 녹지 못한 성분이 완전히 이온화 되는대까지 걸리는 시간이 하루다) XTOL을 타서 곧장 쓸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Easy to Use라는 문장에 있어서 \’ Use \’ 라는 단어에 대한 뜻을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실지 현상에 있어선 이만저만 까다로운게 아니다. 평범하게 쓰려면 평범하게 쓸 수 있지만, 그래선 그 결과가 딱 그만큼 정직하게 나와준다. (그거야 여느 현생악도 어느정도 마찬가지겠지만, XTOL은 유난히 심하다)
어느 외국 포럼에 쓰여있던 XTOL의 관한 글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것은 메우 뷰~우티푸~울 한 현상액이다. 당신은 코닥에게 머리를 숙여 감사해 할것이다. 그러나 XTOL을 완전히 너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선 수많은 시간과 노력과 돈과 인내심이 필요 할 것이다.
나도 이 의견에 동의한다.
한동안 XTOL을 쭉 써오다가 약품이 똑 떨어졌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먹기로 일단 D76을 다시 사용하게 되었는데, 정말이지 다시 쓰고 싶지 않다. 사람의 눈이란 이다지도 간사하다.
충무로에 있는 코닥 프로센터에 XTOL을 20봉 주문했다. 2달 정도 걸린다고 한다.
미치겠다.
하루 종일, 무엇인가에 눌려져선
누군가가 내 몸뚱이를 가지고 포를 뜨는 듯한 느낌이 든다.
빈사 상태 비슷한 끈적끈적함이 몸을 휘두른다.
몇가지 인가 시도해보려 했지만, 몸은 쉬이 움직여 주질 않는다.
머리도 움직여주질 않는다.
오늘이 일요일인게 그나마 정말 다행이다.
태풍이 하나 올라오고 있는데. 이름은 \’맛사\’ 라고 한데.
조선말로는 암컷 물고기 라는 뜻.
얌체같이 한국을 통과하지 않고, 중국쪽으로 도주 중이다.
발작성 우울증.
Q : 왜 D-SLR이 주류가 되고 있는 시기에, F-SLR의 최고급기를 시장에 투입합니까?
A : 니콘은, 급격한 디지털화의 흐름에서도 필름 촬영을 애호해 주시고 있는 사용자도 많이 계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쪽에서 요구하는 필름 독특한 묘사 감각, 화질에 응답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최고의 질감과 신뢰성을 겸비한 플래그쉽 기종을 투입하는 것으로, 영상 분야의 종합 메이커로서 필름 사진 분야에 있어도 [고객의 수요가 있는 한 그것을 지원해 나간다]라는 기본 자세를 가지고 있으며, 알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 : 이 F6가 니콘으로서 시장에 투입하는 마지막 필름 카메라가 됩니까?
A : 현재로서는, 필름카메라의 판매를 종료할 예정은 없습니다.
Q : 사용 가능한 렌즈는 무엇입니까?
A : 이 카메라에는, CPU 렌즈(DX 및 IX Nikkor를 제외)의 사용을 추천합니다. 특히, G타입 또는 D타입 AF렌즈를 사용하면, 모든 기능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MF렌즈의 사용도 가능합니다. 렌즈초점거리와 조리개 최대개방치를 입력하여 멀티패턴 측광이 가능하도록 하였습니다.
이전 수동카메라의 렌즈를 사용하고 계시는 고객을 위한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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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뒤에 개인적 사족을 달려고 했는데.
그만 두었다. 니콘이 좋다. 난.
밤 1시가 넘는 시각에 작업실 창문 밖으로 곡 소리가 들렸다.
가늘고 찢어질듯한 여자의 목소리가 무심히 귓가를 거슬리게 했다.
갑자기 짜증이나 창문 넘어 밑을 보니 여자는 웃옷이 완전 벗겨진체 젖어있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고, 남자는 선체로 여자에게 소리를 지르며 노려보고 있었다.
남의 일에 참견하기 싫고, 무엇보다 저런 일엔 끼어들어 봤자 좋은일 하나도 없다.한마디로 귀찮다는 느낌 외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 생각을 하는 사이에 카메라가 생각이 났다. 하지만 최소한 그것 만큼은 하지 않는게 옮다고 생각했다. 포토 저널리스트로의 입장으로 본다면 실격이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의자에 앉았다. 계속 여자는 울부짖고 있었다. 약간 짜증이 밀려와 창밖을 내려다 보니, 주저앉아 있는 여자에게 발로 배를 차려는 듯한 동작을 하려는 듯 보였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틀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닌것이다. 갑자기 울분이 치밀어 신발을 신고 작업실의 계단을 내려와 그 장소에 갔다.
일단 상황을 주시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곳을 천천히 눈으로 햛으며 보고 있다가 왠지 너무 측은하게 느껴졌다. 남자는 벌거벗겨진 여자에게 욕설을 하며 찢어진 옷을 억지로 입히려 하고 있었다. 그 상황을 말똥말똥 지켜보는 것은 그 여자에겐 왠지 수치심을 더 불러 일으킬것 같다는 생각에 일단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며 귀를 열어 두었다. 여차 싶으면 뛰어들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미 주위에 어떤 사람이 그 광경을 보고 경찰에 신고 했었나 보다.
경찰차가 다가오고 두 사람은 경찰차에 실려감으로써 일단 상황은 종료 되었다.
한가지 아직까지도 귀에 맴도는 것은 그리고 눈에 맴도는 것은 그 남자의 너무나도 당당한 모습과 언행이었던 것이다. 타인의 개인사에 참견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그리고 그 둘의 사이에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 수 없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여자에게 그러면 안되는 것이다. 절대 그러면 안되는 것이다.
남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으로써 그러면 안되는 것이다.
그 사람은 스스로 남자임을 포기함과 동시에 한명의 사람으로써 인간으로써 포기한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엇이 어떻게 저들로 하여금 저런 상황을 만들게 되었나를 생각나면 씁쓸하기 그지 없다.
왜냐면 이유나 상황보다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생각하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고 난 생각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내 생각엔 \’잘못\’ 이라는 것은 혼자 잘못해서 만은 잘못이라는 것은 어느정도 성립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의 관계에 있어서 한명이 잘못을 하더라도 다른 한쪽이 지혜롭고 현명하게 대처한다면 그것은 오히려 더 좋은 기회와 상황이 올 수 있는 좋은 발판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람들은 서로 오해하고 싸우기도 하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떨땐, 그러한 불행스러운 일 뒤에 서로의 대한 이해(혹은 그와 유사한)가 더욱 넓어지는 것을 경험하곤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면, 여자쪽도 무엇인가 그 남자에게 잘못한 것이 있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 남자 또한 그 여자에게 잘못을 한 것이다. 잘못한것 까진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그런식으로 하면 안되는 것이다.
왜 그 남자는 자기 스스로의 존엄성을 버려야 했던 것일까, 혹은 버렸던 것일까…
왠지 입안에서 피냄새가 도는것 같다.
개새끼.
수업을 마치고, 다소 출출한것 같아서 수강생들과 함께 40계단 밑에 있는 분식점엘 갔다. 간단히 순대라도 한접시 먹으면서 속을 달랠려는 심산이었다. 그렇게 주문을 하고 있다 갑자기 핸드폰의 전화벨이 울린다.
반가운 목소리.
남포동 나온김에 작업실에 들렸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분식집으로 내려오시라는 말을 하고 기다렸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왠 녹차통 같은걸 스윽 내민다.
와아, 결국 구입하셨군요? 앞으로 라이트 박스에 필름 보는 재미가 더더욱 쏠쏠하겠군요. 라고 말하며 녹차통 같이 생긴 슈나이더 루뻬의 박스를 봤었다. 한번 구경해도 될까요? 라고 말하며 박스를 건네받으며 두껑을 열려고 하는 순간, 난 귀를 의심했어야 했다.
\”선물입니다.\”
\”네?\”
\”선물입니다.\”
\”네? 선물이라구요?\”
\”네. 선물입니다.\”
순간 너무 당황스러워서 어찌 말을 못하다가, 겨우 정말입니까? 라고 물을 수 밖에 없었다. 실은 최근 몇년 동안 사용했던 루뻬가 망가져 부셔졌었던 것 이었다.
\”어짜피 작업실 사람들 다 같이 쓰는거고, 저도 쓰는거고 하니까…\” 라고 말하며 그 특유의 나는 도저히 따라하기 힘든 웃음을 지었다.
미안스럽고, 고맙고 따스하고 감사한 마음이다.
비록 사소한 것일런진 모르겠지만, 내 팔자에 슈나이더 루뻬를 쓸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이런식으로도 되는건가 보다. 확실히 눈이 시원하고 사진의 구석구석까지 디테일 하게 보이면서도 왜곡으로 인한 눈의 거슬림이 없다. 1년 정도 목욕을 안하고 때가 피부에 쌓여있다가 목욕탕에 가서 말끔하게 싹 밀어버린 기분이다.
그다지 말주변이 없어서 고맙고 감사하다는 마음을 잘 전달하지 못했던 것이 왠지 아쉬웠다.
감사합니다.
날카로운 렌즈를 하나 샀다. 그리고 수일 후에 카메라도 새로 왔다.
그래서 지금껏 나두었던 수염을 깎았다.
날카로운 렌즈에 비해 포커스링의 텐션은 어딘가 무르다. 바늘하나 정도 굵기의 딸각딸각거림이 느껴진다. 몇일 동안 그 날카로운 렌즈에 익숙해지고 조금씩 동화되어가기 시작할 때 즈음, 불현듯 7~8년 전 즈음의 일들이 영문도 모른체 휩싸여 지나갔다.
밤이 되어 작업실로 돌아오는 길에 아는 동생놈 집에 잠시 들렀다. 잠시 시간을 보내다 돌아갈 채비를 하려 할때 방 한쪽 구석에 커다란 주방용 식칼이 반짝거린다. 어딘가 날이 뭉툭하게 망가져있지만, 어떠한 용도에 따라선 소위 칼의 용도로는 쓸수 있을것 같다. 몇컷을 찍다가 물어봤다. 이게 왜 여기에 있느냐? 도둑이라도 들어오면 찌를려구? 하지만 대답은 그리 시원치 못하다. 그냥 어영부영 넘어가는 느낌이다. 동생놈은 해병대 출신인데 잘은 모르지만 나름대로 칼 휘두르는 법은 알고 있을게다.
그렇게 수십컷을 계속 찍다보니, 그 뭉퉁한 칼날이 심장에 꽂히는 느낌이 든다. 꾸욱 참고, 숨을 멈춘체 계속 찍는다. 거의 한계점에 가까이 온듯한 느낌이 들었을때 아무말 없이 마지막 한컷을 찍어내고 겨우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려 캔커피를 하나 마시고, 담배를 3개피 태웠다. 귓구멍에 울려 퍼지는 노래를 계속 들다보니 금방이라도 토할것만 같았다. 중간에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작업실로 돌아와 다시 담배를 한가치 태우며 스스로에 묻는다.
도대체 무엇때문에 어째서 이런 느낌을 내가 느껴야만 하는가.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렇게 온몸을 비틀어재끼며 생각을 해봤자, 당장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 울컥 거림의 정체를 언젠가, 기필코 정확하고 냉정하게 내 손에 움켜쥘 수 있게 된다면, 그렇다면 좀 편해질까….
날카로운 렌즈는 너무나도 날카롭다.
오늘 밤은
왠지 잠들기 힘들것 같다.